[흐르는 음악처럼] 우리 이야기를 하자

어바웃 어 보이 About A Boy

● 아홉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내 삶을 절반으로 가르는 중요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어. 그건 내 의지로는 막을 수 없는 일이었어. 그때 내 몸에 있는 무언가가 쑤욱 하고 빠져나가는 걸 경험했어. 그날 이후로 내 마음은 몸보다 더 먼저 자라나기 시작했어. 방어태세를 갖춘 거지. 그러지 않고서는 버텨낼 수 없다는 걸 잘 알았으니까. 아픔을 숨기기 위해 억지로 밝은 척을 했어. 불행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보이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크게 웃었어.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연기에 껌뻑 속아 넘어갔고, 그때마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그런데 중학교 3학년 때 내가 많이 의지했던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억지로 웃지 않아도 괜찮아. 내 눈엔 다 보여.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넌 내 영원한 희망이야’.” 눈물이 주르륵 흘렀는데, 고마운 마음 보단 빨리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거 있지. 독심술을 연마하신건지 내 연기가 부족했던 건지 아무튼 내 진짜 모습을 들켜버렸다는 게 너무 창피했거든. 특히 그 ‘희망’이라는 말이 유난히 슬펐어. 어쨌든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지겨운 연기를 때려 쳤고, 입버릇처럼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어. 이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가 얘기하는 게 바로 그거야.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것. 아버지가 남긴 돈으로 대충 놀고먹는 ‘덜 자란 어른’이랑 ‘인간은 섬이 아녜요’라는 황홀한 대사 툭툭 던지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자란 아이’가 서로의 희망이 되어준다는 얘기.
마커스는 우울하고 불안정한 엄마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어. 엄마가 또 자살을 시도할까봐 무서웠지. 때마침 ‘네가 노래할 때 햇빛과 행복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던 엄마의 말이 생각났어. 그래서 마커스는 친구들에게 놀림 당할 걸 뻔히 알면서도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려고 했어.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즈 송(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반주도 없이 ‘쌩으로!’ 예상대로 친구들은 마커스에게 야유를 퍼부었어. 바로 그때, 윌이 기타를 매고 ‘짠’ 하고 등장한 거야. 그리곤 마커스의 노래에 맞춰 ‘반주’를 해줬어. 심지어 노래도 같이 불러줬어. 망신당하기 싫어서 그렇게 몸 사리던 윌이, 사람들 앞에 나서서 노래를 불렀다고!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마음을 닫아버린 나, 엄마의 행복을 위해 상처를 자처했던 마커스. 결국 우린 같아. 하지만 외딴 섬이었던 우리들은 마음을 열고 마음을 나눴어. ‘배들리 드론 보이(Badly Drawn Boy)’의 노래제목처럼, 그때부터 우리들에겐 ‘이야깃거리(Something To Talk About)’가 생겨나기 시작했지. 그러니까 우리 이야기를 하자. 그 이야기가 쌓이고 쌓여, 마음을 나누고 나눠,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470&Sfield=&Sstr=&page=2&cate_news=movi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