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사랑은 계속되리라
| ‘깃(Feathers In The Wind)’의 현성과 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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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숙은 말했다. 사랑이 깨어지는 일은 그치지 않고 발생하지만,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더 사랑한 사람이 더 기억하고 그 사랑에 더 몰두한 사람이 그 깨어짐으로부터 멀어지는 데 시간이 더 걸릴 뿐이라고. 사랑을 믿는다는 것은 거짓을 믿는 것과 같다. 형체는 없지만 가슴속엔 또렷하게 떠오르는 어떤 것, 그것이 사랑이니까. 잡을 수도 만질 수도 없다. 값을 매길 수도 유효기간을 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다 거짓인 줄 알면서도 또 사랑을 하고, 사람을 찾는다. 공허하고 슬프다. ‘왜 사랑을 해야하는가’에 관한 이성적인 당위는 아랑곳 않고 마음이 먼저 또 다른 사랑을, 또 다른 사람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내겐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기다려야하고, 기다리는 게 힘들고 아프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마음은 쉼이 없었다. 머리로는 갈 수 없는 곳에 마음이 먼저 가 닿았다. 왜 우린 이 달콤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현성은 10년 전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도’에 왔다.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애꿎은 거울에 대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우린 알고 있다. 마음속으론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고, 머릿속에선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을지. 스치듯 흘려버릴 수도 있었던 그 불완전한 약속 하나 때문에 현성은 10년을 기다렸다. 그 오랜 기다림이, 그를 설레게도 두렵게도 만들었다. 약속했던 날이 되자, 현성 앞으로 피아노 한 대가 배달되었을 뿐,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현성은 그 긴긴 기다림의 시간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소연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비바람과 폭풍우, 하늘과 바다,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그곳 우도에서, 현성의 바보 같은 마음은 소연과 또 다른 약속을 하고 만다. 우리 1년 뒤에 꼭 만나요, 라고. 만남은 약속을 낳고, 약속은 기다림을 낳고, 기다림은 또 다른 만남을 낳는다. 인생은 기다리는 순간들이 쌓여서 완성되는 것이기도 했으니 기다리지 않는 삶이란 존재할 수가 없고, 사랑이 삶의 일부(혹은 전부)인 이상 기다림 없는 사랑이란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약속과 기다림, 헤어짐과 만남은 연속 동작이었다. 그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기다림을 허락하고 만 현성의 마음처럼. ‘섬 날씨가 워낙에 변덕스러워서요. 날씨가 맑게 갤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엔 없어요.’ 하늘도 어찌하지 못한다는데, 하물며 사람 마음이야. 사람은 사람으로 잊힌다는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내 맘대로 붙잡을 수도, 놓아버릴 수도 없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래, 기다리는 대신 차라리 내가 먼저 길을 떠나야겠다. 그렇게, 우리들의 사랑은 계속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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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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