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노 리릭, 피쓰! No Lyric,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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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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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가 중요하다는 그 애에게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을 날린다. 어떻게 가사가 중요하지? 어떻게 음보다 가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느냔 말이야. 가사가 뭔데? 중요한 건 음이 다 하는 거야. 가사가 뭔데! 뭐 내가 이렇게까지 병적으로 울컥했다는 건 아니다. 거의 그럴 뻔 했다는 말이지. 나는 영화도 가끔은 가사가 없어 줘야 좋다. ‘커피와 담배’처럼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이 기가 막힌 단편들을 보고 있자니 웃겨죽겠다. 단편체질인 나에게 이런 선물 같은 옴니버스 영화가 또 어디 있으랴. 두둥 나타나서 참 일상적이면서도 코믹한, 지나쳐갔던 그 어색한 우리의 시간을 보여준다. 허공을 휘젓는 담화는 사실 커피와 담배만으로도 충분하건만, 여기에 음악까지 빠지지 않으니 O.S.T 안사고는 못 배기겠다는 예감이 상쾌하게 엄습한다. 총 11개의 단편으로 만들어진 ‘커피와 담배’ 에서 어느 단편에 어떤 음악이 쓰였는지 기를 쓰고 들으며 음악에 집착하는 즐거움이란! 환장하게 좋은 흑백화면 위로 처음 나오는 곡이 또 환장하게 중독성 강한 리차드 베리 앤드 더 파라오스(Richard Berry & The Pharaohs)의 ‘루이, 루이(Louie, Louie)' 이다. 가장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는 화이트 스트라입스가 출연하여 테슬라 코일이라는 요상한 발명품을 두고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로 웃음을 주는 단편 속 스투지스(The Stooges)의 ‘다운 온 더 스트리트(Down On The Street)’. “알유오케이”에 “노프라블럼”만 한다고 삐져서 가버린 친구와, “유돈언더스탠드”를 중얼대며 아무리 굴려도 자꾸만 똑같은 눈이 나오는 주사위 두 개를 바라보는 고민어린 친구의 얼굴이 폭소를 자아낸 단편 ‘문제 없어’ 속의 ‘님블풋 스카(Nimblefoot Ska)’도 경쾌한 리듬이 최고다. 이 외에도 여타 피아노재즈곡들과 오케스트라까지 스펙트럼은 다양하니 꼭 찾아보시길. 이기 팝과 톰 웨이츠가 나온 단편 속 음악 ‘하날레이 문(Hanalei Moon)’도 “이 카페에 니 노래가 없더라”로 시작한 유치하고 귀여운 두 유명 뮤지션의 신경전에 담배연기처럼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감각기관을 거쳐 뇌로 가지 않고 바로 피로 들어가는 것들, 커피와 담배와 음악. 나는 ‘루이, 루이’의 가사를 영원히 몰라도 상관없다. 엔딩 크레딧에서 이기 팝 버전의 완전 색다른 ‘루이, 루이’를 들은 순간, 막혔던 혈관이 뚫리는듯한 감흥을 받았으니 그걸로 됐다. 우린 요즘 들어 자꾸만 가사에 집착해. 그럴수록 가사는 저기 먼 진심의 바닥에서 둥둥 떠오르는 것 같아 염증이 나. 이 밤, 난 계속 똥고집을 부릴 거예요. 뇌로 안 가는 것들을 동경하고, 15초의 펩시광고 음악에 방바닥을 구를 거예요. 지적 수준의 퇴화라고 불러도 상관없어요. 루이루이~ 루이루이~ 노 리릭, 뷰티풀 나이트! 피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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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호영 학생리포터 in_azurblue@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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