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Driving With My Wife's L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Driving With My Wife's Lover
감독 김태식
출연 박광정, 정보석, 조은지
장르 드라마
시간 90분
개봉 4월 26일

Synopsis
아내가 바람이 났다. 당장 달려가 그놈의 멱살을 쥐고 한바탕 욕을 퍼붓고 싶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단은 아내의 애인인 택시기사 중식(정보석)에게 접근해 도대체 이놈이 어떤 놈인가 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나 김태한(박광정)은 중식의 택시에 의도적으로 탑승해 서울에서 낙산까지 장거리 운행을 요청했다. 그런데 아뿔싸, 도중에 차가 고장이 나 꼼짝없이 발이 묶여버린 우리 두 사람은 함께 목욕도 하고, 술도 먹고, 배드민턴도 쳤다. 아니, 이게 웬 아이러니란 말인가!

Viewpoint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의 빼놓을 수 없는 화젯거리였던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에는 유독 인상적인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다.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 제작지원작, 영화과를 졸업한지 20년이 넘은 47세 김태식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배우 박광정 데뷔 15년만의 감동의 첫 주연작, 독특한 페이소스와 상징으로 점철된 웰 메이드 저예산영화 등등.
우선 이 영화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 몫 톡톡히 해내는 한 편의 치정극이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고, 아내의 불륜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남편은 도무지 무슨 심산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내 애인의 부인을 찾아가 그녀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기존에 불륜을 다뤘던 영화들이 주로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극단으로 치우친다는 느낌이 강한 반면 이 영화는 철저하게 절제와 아이러니에 근거하고 있기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재치가 넘친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독특한 페이소스는 박광정, 정보석, 조은지라는 세 주연배우의 기존 이미지와도 잘 부합되는데, 이것은 인생의 중반을 넘어 신중하게 영화를 시작한 47살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라 여겨진다. 영화의 소재도 물론 그러하지만, 이 영화에는 젊은 감독들의 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젊은 날의 치기나 무모함 같은 게 없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술렁술렁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같아도 알고 보면 그 속에 일목요연한 철학이 있고, 영화 곳곳에서 감독이 살면서 몸소 체득했을 노련함과 여유가 엿보인다.
“세상에 불륜이 어디 있어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데, 그게 불륜이에요? 무조건 사랑이지”라는 개똥철학을 펴며 너스레를 떨던 중식은 자신의 아내가 낯선 남자와 벌거벗고 누워있는 장면을 목격한 뒤 “너 내 와이프랑 잤어, 안 잤어”를 눈에 불을 켜고 지독하게 캐묻는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 고현정이 연기했던 문숙을 연상시키는 중식 캐릭터를 통해 일관성 없는 인간을 향한 조소를 내뿜던 김태식 감독은 그가 탄 택시의 라디오 일기예보 방송에서 반복되어 흘러나오는 “아, 재앙입니다, 재앙”이라는 대사로 모든 상황을 단번에 정리하며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왜소한 체구의 태한이 아내 애인의 부인과 하룻밤을 보낸 뒤 매우 어눌하게 “복 받으실 거예요”라고 내뱉는 장면도 가히 압권이다. 모르는 척 아닌 척 결국엔 할 말 다 하는 교묘한 술수가 돋보인다.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무섭게 날 선 웃음이기에, 그냥 실없이 웃고만 있기엔 괜히 찔리고 실컷 웃다가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절망에 근거해 만들어진 블랙코미디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 대중적인 영화들과는 다소 괴리가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선댄스, 로테르담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한국 저예산영화의 쾌거이니, 가끔은 이런 독특한 간접경험으로 무미건조한 정신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자랑스러운 한국영화의 행보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가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리메이크 판권계약을 체결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린다. 작년 가을 할리우드에서 개봉했던 산드라 블록,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레이크 하우스(사진)’는 최초로 리메이크된 한국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원작은 정우성, 전지현 주연의 ‘시월애’). 아직까지 정식으로 리메이크해 개봉된 작품은 ‘레이크 하우스’가 유일하지만 ‘가문의 영광’ ‘엽기적인 그녀’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조폭 마누라’도 이미 해외 영화사와 판권계약을 마친 상태. 그밖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설립한 것으로도 유명한 미국 메이저 영화사 드림웍스가 총 200만 달러에 사들인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은 ‘쥬라기공원 3’의 크레이크 로젠버의 각색, 영국 출신의 톰과 찰리 가드 형제의 연출로 지금 현재 리메이크가 진행 중이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자랑스러운 한국영화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B+ 멋스럽게 포장되어있긴 하지만 속도 충분히 알차다 (희연)
A 소심 찌질한 그들의 웃기는 드라이브 (수진)
A 재치만발의 상징놀이로 영화를 갖고 놀다 (호영)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426&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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