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발견]천사의 방문
| 찰리 채플린의 ‘키드(The Kid, 1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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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한 인간의 일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늦게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문득 내 인생이 아이에게 잠식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에 힘들고 두려웠던 적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인간을 낳고 키운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예측불허의 여행이기도 하다. 한 인간의 일생을, 그 아이가 기억하지도 못할 까마득한 초창기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어떤 저명한 학자도 풀지 못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미스터리를 몸소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지켜보면서 아이와 어른은 어쩌면 태생부터 다른 존재가 아닐까 하는 기이한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똑 같은 장난을 열번을 반복해도 열 번을 똑 같은 진지함과 기쁨으로 화답하는 아이를 보면 아이에게는 애초에 권태라는 단어, 식상함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스운 생각마저 든다. 일상의 권태와 절망, 고독과 슬픔에서 결코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는 어른이라는 존재에게 있어 아이는 때로 이제는 도저히 가 닿지 못할 이상, 순수함을 대변하는 천사와 같은 존재처럼 보여진다. 아이를 다루는 대부분의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이 작은 천사의 방문은 때로 비루한 한 인간의 생의 의미를 송두리째 뒤바꿔놓기도 한다. 박광수 감독의 신작 ‘눈부신 날에’에서 컨테이너에 살며 부랑자처럼 살아가는 종대에게 어느날 한 여자가 그에게 일곱 살 난 아이가 있다며 아이를 데리고 찾아온다. 아이를 맡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그에게 여자는 돈을 쥐어주며 몇 달간만 같이 생활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빠라며 자신을 지극히 따르는 일곱 살짜리를 종대는 귀찮아하지만, 아이의 맹목적인 사랑은 종대의 마음을 조금씩 뒤흔들기 시작한다. 아이를 키우기에 전혀 이상적이지 않은 삶이지만, 아이를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아이는 남자를 키우고, 남자의 열정을 고양시킨다. 찰리 채플린의 걸작 중 한 편인 ‘키드’에서 부랑자 찰리는 한 여인이 버리고 간 갓난아기를 얼떨결에 맡게 된다. 5년 후 둘도 없는 인생의 콤비가 된 두 사람은 지극한 애정으로 뭉쳐있지만, 세상 사람들의 편견은 두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실제로 정신분열증을 앓는 어머니 때문에 보육원을 전전해야 했던 찰리 채플린의 어린 시절이 투영되어 있기도 한 이 영화는 부랑자와 아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을 통해 채플린의 미학을 보여준다. 그의 희극은 늘 그렇듯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는 슬픔과 웃음의 하모니라 할 수 있다. ‘키드’가 진정으로 보는 이의 가슴을 치는 까닭은, 불행한 삶에서 한 줄기 빛처럼 등장하는 어린 아이와 부랑자 간의 교감 너머에서 고단한 인생의 슬픔과, 웃음으로 그것을 극복하려는 예술가의 의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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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영 영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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