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들
ing & 파란자전거


그런 영화가 있다. 누군가 평을 물어오면 말끝을 흐리게 되는. ‘이 영화가 너에겐 어떨까’ 하고 물음표를 짓게 만드는 작품이 있다. 그런 영화에서는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특별한’ 이야기나 엄청난 반전 대신, 완만한 호흡과 선선한 흐림이 존재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두 영화는 그런 면에서 닮았다. 당신이 누구냐에 따라 이 영화에 대한 별점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몇 가지의 공통점이 더 있다. 주인공이 신체적인 약점을 갖고 있고, 그의 곁에는 헌신적인 가족이 존재한다는 점. 이것만으로도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어떨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흔한 구도의 이야기를 얼만큼 깊게 와 닿게 표현하는가는 보기 전에는 짐작할 수 없다.
짧은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조용하지만 엉뚱한 소녀 민아(임수정)의 이야기인 <ing>. 민아는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대신 ‘미숙’이라는 이름을 부른다. 엄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철없어 보이는 미숙과 민아는 모녀라기보다는 가까운 친구처럼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묘한 불협화음을 내면서도 영화에 잘 녹아 드는 영재(김래원)와의 러브스토리나 반전이 아닌 전반적인 영화의 ‘느낌’ 이다. 병을 앓고 있는 단발머리 소녀. 얼마 남지 않은 딸의 생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아름다운 순간들로 남은 시간을 채워주고자 하는 딸. 그리고 그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아랫집 남자. 한여름에도 벙어리 장갑을 껴야 하는 민아의 삶을 아름답게 채워나가는 <ing>는 제목만큼 긴 여운을 남긴다.
<파란 자전거>는 포스터 속 주인공을 보고 속아서는 안 된다. 마치 멜로 영화인 양 포장된 이 영화는 들춰보면 더 넓은 범위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동물원의 코끼리 사육사인 동규(양진우)는 손이 불편하다. 손이 없어도 코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코끼리가 좋아서 코끼리 사육사가 되었다는 동규. 그러나 그 동물원은 곧 문을 닫게 되고,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그의 손을 이유로 결혼을 반대한다. 그런 그에게 힘을 주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 준 것은 그의 아버지(오광록)다. 아버지는 손이 없는 아들에게 손이 되어주고, 거센 강을 무사히 건너는 법을 일깨워 준다. 영화는 잔잔하다. 삶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만남, 죽음, 그리고 결국 돌아와 다시 일어날 힘을 안겨주는 가족. 영화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그것은 관객의 가슴에 진심으로 와 닿는다.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손이 불편한 동규가 실제로 다리가 불편한 권용국 감독과 닮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파란 자전거>의 동규도, <ing>의 민아도 우리의 기준에서는 행복하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영화 속 그들은 아름답고 행복하다. 그 순간의 행복감이 나에게 전염될 만큼. 그건 그들의 곁에 그들을 세워주고 사랑해 준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하지만 참 아름다운 진리다. 알고 보면 우리 역시도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유진주 대학생기자/sappy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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