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내 청춘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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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쥬케이터 The Edukato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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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지. 시인은 스물한 살에 죽고, 혁명가와 로큰롤 가수는 스물네 살에 죽는다고. 넌 술에 취한 채 전화 부스 안에서 웅크리고 자거나 얼이 빠지도록 술을 마시거나 새벽 네 시에 도어즈의 레코드 볼륨을 소리 높여 듣거나 하는 일을 그만 두었어. 그 대신 넌 생명보험에 들었고 호텔의 바에서 술을 마셨고 치과 의사의 영수증도 잘 챙겨서 의료비 공제를 받게 되었지. 왜냐, 넌 이제 스물여덟 살이니까. 스무 살의 넌 달랐어. 넌 영화 ‘에쥬케이터’에 등장하는 얀과 율, 피터처럼 현실에 대한 불만과 변화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잠 못 이뤘지. 내가 아니라 세상이 비뚤어 진 거라 생각했고, 억지로 이해하거나 비겁하게 타협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달라 외쳤어. 세상을 가르치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부유한 저택만 골라 무단으로 침입하여 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네 풍요의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쪽지만 남긴 채 유유히 사라져버리는 그들의 게릴라 행각을 눈 반짝이며 동경했었지. ‘에쥬케이터’에 등장하는 모든 음악들은 ‘젊음’을 관통하는 하나의 상징이고 은유였어. 넌 그것들에 미친 듯이 열광했지. 잠잘 수 없던 많은 밤에 그들이 쏘다녔을 뒷골목과 악을 써도 풀리지 않는 마음을 닮은 음악들이 계속해서 흘러나왔어. 나다 서프(Nada Surf), 디페쉬 모드(Depeche Mode), 피닉스(phoenix), 라디오 4(Radio 4) 등 인디 록 뮤지션들의 음악들.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켤 때의 청량감을 닮은 루퍼(Looper)의 ‘몬도'77(mondo'77)’이나 악동 같은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의 신나죽는 ‘다트 오브 플레져(Darts Of Pleasure)’, 강렬한 포스가 사정없이 작렬하는 플라시보(Placebo)의 ‘불렛프루프 큐피드(Bulletproof Cupid)’ 같은 곡들 말이야. 그래, 물론 청춘은 불완전해. 친구의 친구와 사랑에 빠져버리지 않나, 확신 없는 일만 덜컥 저질러버리지 않나. 뭐 하나 똑 부러지게 해결되는 것 없이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갔지. 모든 것에 서툴렀기 때문이야. 의무감도 책임감도 미안함도 없던 그 때는 내 앞가림하기만도 충분히 벅찼으니까. 결국 우린, 세상은 고사하고 우리들 자신만 간신히 구해냈어. 세상을 바꾸려 했지만, 결국 우리 자신만 바뀌어 버렸어. 슬프지만 그게 진실이야. 심장은 모든 혁명의 에너지이며, 최고의 이념은 끝끝내 살아남는 것이라고 믿었던 내 청춘과의 약속은 이제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아. 그래도 그 때의 나를 잃어버리지 말자. 우리 모두 혁명가가 될 필요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서른 살 이전에 자유를 원치 않으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서른 살 이후에 자유를 원한다면 머리가 없는 것’이라는 변명으로 내 열정을 앗아가 버린 세월을 긍정하긴 싫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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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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