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재발견]마초와 완소남 사이
| 존 포드 감독의 ‘리버티 벨런스를 쏜 사나이 (The Man Who Shot Liberty Valence, 1962)’ |
|
● 자고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의 인기 뒤 편에는 시대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기 마련이다. 그 시대의 문화적인 기운에 가장 적절히 맞아떨어지는 남성상, 혹은 여성상에 부합하는 스타들은 때로 자신의 매력이나 재능 이상의 어떤 문화적인 힘의 추동력으로 인해 각광 받기도 한다. 한 때 멋진 남성의 기준이었던 터프함과 남자다움, 동물적 매력은 어느 순간 따뜻하고 부드러운, 여성스러운 남성의매력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터프하고 완고한 남성들이 다시 그 자리를차지했다. 이러한 남성상의 변화는 특정한 시간적 주기를 가지고 반복되어왔다. 강한 남성적 카리스마를 뽐내는 마초와 섬세한 여성적 카리스마로 모성애에 호소하는 완소남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수없이 자리바꿈을 하며 당대의 문화적 트랜드를 부지불식간에 드러냈던 것이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전형적인 부드러운 완소남 스타일의 최도영보다 냉정하고 강인한 마초 장준혁이 인기를 얻었던 것은 현재 한국의 심리적 트랜드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일 것이다. 이렇듯 두 대조적인 남성상을 대등한 위치로 내세우되 마초가 아닌 섬세한 완소남의 손을 들어준 영화가 있으니 바로 존 포드 감독의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다.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존 웨인과 제임스 스튜어트는 영화 속에서 대등한 방식으로 다른 입장을 견지한다. 전설적인 무용담을 대표하는 인물인 톰 도니폰(존 웨인)은 문명으로 길들여지기 이전의 서부의 신화를 상징한다. 반면,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랜덤 스타드(제임스 스튜어트)는 힘의 논리가 아닌 합리적인 법질서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들은 등장할 때부터 완벽한 대조를 이루며, 그들이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 할리는 마초와 완소남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톰 도니폰은 명사수이자, 무정부 상태에 놓여져 있었던 신본이라는 마을의암묵적인 수호자이며, 유명한 악당 리버티 벨런스에 대적할 수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동부 출신에 법대를 갓 졸업한 신출내기 변호사 랜덤 스타드는 서부에 도착하자마자 리버티 벨런스에게 습격 당하고 빈털터리가 된 채 신본에 머무르는 신세가 된다. 톰의 원시적인 남성성과 반문명적인 태도와 랜덤의 여성성과 문명에 대한 확고한 믿음(그는 식당설거지를 하거나 서빙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은 끊임없는 대조를 이루지만, 존 포드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남는 자로 랜덤을 선택한다. 진실로 리버티 벨런스를 처단한 남자는 톰 도니폰이지만 그는 랜덤에게 공을 돌리고 쓸쓸히 뒤로 물러선다. 존 포드는 여성성과 문명이 본격적인 자본주의로 들어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은연 중 보여주었던 것은 원시적 마초성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 미국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사실이었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
|
| 최은영 영화평론가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417&Sfield=&Sstr=&page=2&cate_news=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