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숨 Br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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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기덕 출연 장첸, 지아, 하정우 장르 드라마 시간 87분 개봉 4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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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겉보기엔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주부 연(지아)은 남편(하정우)의 외도를 겪으면서 괴롭고 단조로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집 안에 틀어박혀 소조작업에만 몰두하던 연은 어느 날 TV에서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사형수 장진(장첸)의 뉴스를 보게 되고, 그에게 강한 연민을 갖는다. 연은 장진을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연의 면회가 계속되며 말없이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지자 마침내 남편은 그녀의 뒤를 밟는다.
Viewpoint |
김기덕 감독이 한층 말랑해졌다. ‘숨고르기’라고도 표현되는 그의 이번 열네 번째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 서정적이다. 내면에 품은 암묵의 메시지는 여전히 날카롭게 살아 있는 채로 말이다. ‘숨’은 본질적으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의 외도로 마음의 문을 닫고 입을 열지 않던 연은 장진 앞에서 비로소 어린 시절 겪었던 죽음의 기억을 토해내고, 자살 시도로 기도를 다쳐 말을 할 수 없는 장진 역시 그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나름의 방식으로 답한다. 단 몇 번의 면회에서 눈짓과 몸짓으로 모든 것을 교환하는 장진과 연의 소통에는 육체적 끌림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사랑, 그리고 각자의 삶에서 느끼는 모든 관계맺음의 아픔을 해소하려는 의지다. ‘증오가 들이마시는 숨이라면 용서는 내쉬는 숨이다, 미움이 내쉬는 숨이라면 이해는 들이마시는 숨이다, 질투가 들이마시는 숨이라면 사랑은 내쉬는 숨이다, 이렇게 숨쉬다보면 결국 물과 기름도 하나가 될 것’이라는 감독의 말은 영화가 절절한 화해의 메시지로 귀결되었음을 드러낸다. 5년 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처음 만나 김기덕 영화의 출연을 약속했다는 대만 출신 배우 장첸의 사형수 연기는 훌륭하다. 감독의 전작인 ‘해안선’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출연한 이력이 있는 여배우 지아의 쓸쓸한 눈빛 역시 영화가 끝나고도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잔상을 남긴다. 이 외에도 연의 남편 역의 하정우와, 장진을 연모하는 어린 죄수 역의 신인 강인형의 조연 연기도 ‘숨’이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잘 어우러져 있다. 영화는 이 모든 역할에 많은 대사를 부여하지 않고 대신 침묵과 웃음이라는 두 가지 언어로 깊은 감정을 이끌어낸다. 단 9회차 만에 촬영을 끝내기 위해 시나리오의 초고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대사가 심리 묘사로 숨어들었다는 감독의 변은 작품의 이러한 경향이 어느 정도 그의 전작들과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드러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말해봐요. 자해하지 말아요.” 사형을 선고받고도 죽음을 앞당기기 위해 목을 찌르는 장진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연은 이 말을 건넨다. 그리고 결국 그녀가 선물한 것은 네 개의 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며 빠르게 회복되는 장진에게 연이 만들어주는 시간들은 목숨의 연장인 동시에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환상의 세계다. 그 세계에서 돌아온 후 다음 면회 때까지 오로지 그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일로 시간을 보내는 장진의 모습은 마치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잊고 있던 자해의 자국을 바라보는 듯한 페이소스를 전달한다. 언제나 그렇듯, 치유와 사랑은 모든 이의 화두다. 이면적인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솜씨가 탁월한 김기덕 감독이 ‘숨’에서 부드러워진 것도 영화가 그러한 화두에 근접해있기 때문이다. 한 번 들이마신 숨을 어느 순간 마음껏 내뱉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고통을 그린 ‘숨’은, 이번엔 대중과 좀 더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연출자의 바람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아름다운 치유의 영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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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와 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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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모의 샹송 ‘Tombe La Neige (눈이 내리네)’는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의 말미에 흩날리며 내리는 눈은 부부 사이의 모든 과거를 덮는 화해를 암시한다. ‘숨’의 배경은 겨울이지만, 세상이 눈으로 하얗게 덮이는 이 장면은 눈 내리는 4월의 어느 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두 남녀의 모습을 담은 ‘외출’의 결말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배창호 감독이 직접 주연을 맡았던 ‘길(사진)’의 태석은 눈길을 걸으며 배신감으로 점철되었던 자신의 과거에 스스로 화해를 청하고, ‘올드보이’의 오대수는 설경 속에서 기억을 지운다. 이렇게 한국영화에서 눈은 환타지보다 페이소스의 장치로 더 효과적으로 쓰여왔다. 천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화제를 일으킨 대작 ‘괴물’의 마지막 장면 역시 눈 내리는 한강 둔치에서 두 부자(父子)가 존재조차 불확실한 괴물을 경계하는 쓸쓸한 풍경으로 연출되었다. 홈피 www.breath2007.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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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자해의 흔적, 숨이 막힌다 (수진) A 숨 쉬면서 봤는지 기억이 안난다 (호영) A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김기덕’영화 (희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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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진 학생리포터 treetalks@naver.com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408&Sfield=&Sstr=&page=1&cate_news=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