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천년학

천년학
감독 임권택
출연 조재현, 오정해
장르 드라마, 멜로
시간 106분
개봉 4월 12일

Synopsis
선학동을 찾아간 동호(조재현)는 달라진 선학동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동호가 가난이 싫어 선학동을 떠난 뒤 눈이 먼 채로 소리를 계속 배웠던 송화(오정해)는 동호의 결혼 소식을 들은 후 그를 피하며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송화의 뒤를 쫓던 동호는 선학동에 다다라서 더 이상 송화를 찾을 길이 없게 되자 아름다운 학이 노닐던 그 옛날의 선학동과 송화를 떠올리며 북을 친다.

Viewpoint

영화나 소설이나, 오늘날의 우리는 현대적 감각에 너무 많이 치우친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서 문득 멍해질 때가 있다. 우리 관객이 한국적인 정서를 맛본지도 오래다. 장르적·정서적 대세는 시기에 따라, 취향에 따라, 혹은 자본에 따라 언제나 바뀌기 마련이라지만 한국적 정서(단순히 옛날 것이 아니라)를 가진 영화는 그런 흐름에서마저도 벗어나 그야말로 ‘나와야 나오는' 독특한 것이 되었다. 하도 들어 지겹겠지만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의 백 번째 영화이다. 그러나 그 놀랍고 고귀한 숫자보다도, 우리나라의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찍는 거장 감독 임권택이 ‘서편제'의 동호, 송화, 유봉을 다시 스크린에 들여놓은 것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서편제'가 소리꾼의 한과 열정을 다루던 영화인 데 반해 ‘천년학'은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판소리가 어우르듯 달래주는 영화다. 송화의 소리는 송화의 마음을 따라간다. 어릴 때 한 이불 덮고 자던 동호의 발이 슬쩍 송화의 발을 건드릴 때 불렀던 심청전 한 대목은 그녀가 자기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노인과 한 이불을 덮고 있을 때 어김없이 시작되고, 동호가 중동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는 어디든 따라가겠다는 소리 구절로 그를 향한 마음을 담아낸다. ‘천년학'에 등장한 판소리를 통틀어 가장 이 영화다운 소리는 매화 꽃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풍경을 뒤로 송화가 자기를 아껴주던 노인의 임종을 지키며 부르던 ‘꿈에서 나고, 꿈에서 살고, 꿈에서 죽고, 모두 다 부질없다'는 대목이다. 이 압도적인 장면에서 느껴지듯 ‘천년학'은 몽환적인 느낌이 다. 아름다운 사계절의 자연풍경과 노을 속에 융화되듯 담긴 두 사람의 모습은 강렬함 보다는 ‘꿈'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임권택 감독이 이제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던 사랑은 끊임없이 따라가고, 쉴 새 없이 이별하고, 처절하다기보다는 아름다우며, 이룰 수 없으므로 한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이다. ‘서편제'보다 재미나 그 속에 담긴 혼이 덜한 것 같고, 덜 인상적이라고 느껴진다면 아마 이런 부분의 차이점 때문일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천년학'과 ‘서편제'의 연장선적 관계를 명시하면서도 ‘천년학'만의 정서가 완성됨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서편제'를 만들 당시 함께 완성하고 싶었던 ‘선학동 나그네' 이야기를 그때 만들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비주얼적인 면 때문이었다. CG 기술로 완성한 마지막 장면에서 선학동의 유려한 모습과 선계를 나는 듯 날아오른 두 마리 학은 감독의 오랜 염원을 담고 멋지게 펼쳐진다. 최근 큰 조명을 받고 있는 음악감독 양방언을 비롯, 그가 “모여!” 하면 모이듯 그의 곁에 오랫동안 함께 했던 임권택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조명, 세트, 의상, 촬영을 책임졌다. 심도 있는 연기를 맡은 오정해와 조재현도 제 몫을 다 한다. 무조건적인 의미부여와 노장의 숭고함에 대한 헌사도 지나치면 고깝겠지만, 제작 과정에서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우리 앞에 선 ‘천년학'은 단순한 평가대상으로서의 영화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일심동체, 영원한 영화판의 소울메이트들

‘둘이서 한 마음' 으로 찍은 영화가 벌써 열 작품이 넘는다. 81년 ‘만다라'로 처음 만난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의 놀라운 동반자적 관계는 어지간히 마음이 맞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 점심 메뉴를 고르는 거 하나에도 이견이 생겨 토라지기 일쑤건만 두 거장의 이러한 20년이 넘는 연대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비정전'으로 처음 인연을 맺어 ‘동사서독'‘타락천사'‘화양연화'‘해피투게더'‘2046'까지 함께 한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과 왕가위 감독의 관계도 유명하다. 30년의 세월동안 오로지 일본의 3대 거장 중 한 명인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만을 촬영한 아츠타 유우하루도 있다. 그 외에도 ‘바톤핑크'로 만난 후 코엔 형제의 거의 모든 영화를 촬영한 로저 디킨스,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숱한 대작들을 헤쳐나간 촬영감독 야누즈 카민스키 등 부럽기 그지없는 끈끈한 영화판의 소울메이트들은 더 좋은 “영화 내일”을 향한 기분 좋은 발견이다.
홈피 www.beyondtheyears. com

A ‘둘 중 누가 더' 랄 것도 없이 이청준과 임권택이 좋다면 (호영)
B+ 옛 것의 정취와 한이 서린 소리가 한 마리 학이 되어 날아오르다 (희연)

손호영 학생리포터 in_azurblue@naver.com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398&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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