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미지의 영역

‘갇힌 여인(La Captive)'의 시몬과 아리안느

● 사랑하니까 ‘하나'가 되고 싶어서 미친 듯이 둘 사이의 공통점만 찾던 연인들은, 그들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 때 서로의 차이점만을 계속해서 짚어낸다. 참 아이러니다. 누군가 사랑은 늘 그 자리에 있을 뿐, 변하는 것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사람은 사랑을 변질시킨다.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사랑을 집착으로, 구속으로, 환상으로 탈바꿈시킨다. 대게 그런 모양의 사랑은 칼날과도 같아서, 스치는 바람처럼 흩날리는 한 마디 말에도 쉽게 베이고 만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동명 단편을 영화화한 ‘갇힌 여인'은 어긋난 사랑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보여준다. 시몬은 영사기를 틀어놓고 여자친구 아리안느와 그녀의 친구 앙드레가 해변에서 즐겁게 노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본다. 아리안느의 입모양이 만들어 내는 단어들을 직접 따라하면서 ‘사랑해'라고 중얼거리는 시몬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렸다. 아리안느는 영상 속에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고 그 때의 아리안느는 온전히 시몬의 것이었지만, 현실 속의 아리안느는 그렇지 못했다. 사랑한다면 믿고, 이해하고, 그저 행복했어야 했다. 하지만 시몬은 그녀를 의심하고, 그녀에게 집착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으며, 그녀의 뒤를 쫓으며 그녀를 꽁꽁 묶어두려 했다. 시몬에 의해 아리안느는 갇혔다. ‘갇힌 여인'이 되었다. 반면 아리안느는 시몬에게 많은 것을 묻지 않았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슨 꿈을 꾸는지 조차도. “만약 네가 내게 모든 걸 말했더라면 난 널 덜 사랑했을 거야. 난 내가 모르는 어떤 부분이 있기 때문에 널 더 사랑해. 난 네가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세상을 가졌다고 생각했어. 그게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 거고.” 아리안느는 시몬과 자신 사이에 어떤 미지의 영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전부를 알지 못해도 감정은 충분히 오고 간다. 10을 아는 것보다 1을 알고 있을 때 더 큰 의지가 될 수도 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쇼펜하우어의 책에 가시멧돼지 일화가 있다. 추운 겨울날 가시멧돼지 두 마리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 껴안았지만 가시에 찔려 고통스러웠다. 몸을 떼면 추워서 벌벌 떨어야 했고, 껴안으면 가시에 찔렸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던 끝에 드디어 서로 찌르지도 않으면서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거리를 알게 되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너무 가까이하면 상처를 입고 너무 멀리 떨어지면 외롭다. 두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미지의 영역이 존재해야한다. 침범할 수 없기에 더 큰 호기심을 품을 수 있는 그 미지의 영역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두 사람의 관계를 완성하고 유지시키는 가장 큰 힘이기 때문이다.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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