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외도(外道), 영화로의 변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는 10년 만에 최종편의 발간을 앞두고 있다. 무려 64개 언어로 번역된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수 많은 마니아를 양산했다. 얼마 전 저자인 조안 롤링이 해리 포터의 죽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 독자들의 궁금증이 커져 가는 추세이다. 만약 ‘해리 포터’ 시리즈의 결말을 소설과 영화 중 한가지를 선택해 먼저 본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차분한 활자로 표현된 상상 속의 해리 포터인가, 스크린을 날아다니는 눈 앞의 해리포터인가?

유진주 대학생기자/sappy27@naver.com

 

더 좋은 스토리를 다루고자 하는 연출자의 욕망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존재해 왔다. 영화는 무(蕪)에서 유(有)를 창조되기도 했지만 유(有)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무슨 이야기냐고? ‘원작’에 뿌리를 둔 영화들 말이다. ‘원작’의 장르 또한 참으로 다양하다. 가장 오래, 그리고 많이 다루어 진 것은 문학 작품이다. 숱한 작품들이 영상으로 되살아나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구체화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올리비아 핫세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상상하곤 한다. 활자에 갇혀 개인의 상상에 의해 전개되던 이야기들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2시간 남짓한 영화 상영시간에 맞추어 다듬어진 것이다. 고전 문학 작품에서부터 대표적 칙릿(Chick-lit) 소설로 꼽히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까지 스크린에서 다시 태어난 문학 작품의 소재와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한국 영화도 이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최근 개봉작 중에서는 일본 소설 <Fly, Daddy, Fly>를 원작으로 한 영화 <플라이 대디>, 사형제도 존폐 논란을 일으킨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황석영의 원작을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오래된 정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원작 소설이 존재한다는 사실.

 

이에 따른 논란 역시 항상 존재한다. 활자로 간직된 문학 작품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의 날개를 영상이 제한시키고 그 의미를 왜곡시킨다는 점은 특히 그러했다. 영화를 상영하는 짧은 시간 안에 원작을 표현하다 보니 내용의 변경이나 수정은 불가피했다. 자신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을 관람하던 헤밍웨이가 참지 못하고 극장을 뛰쳐 나갔다는 일화까지 있으니. 때문에 원작을 둔 영화는 항상 양극단의 평가가 엇갈리곤 한다. 원작에서 진일보한 작품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원작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의미의 차가운 비평이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둔 영화가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호소하는 능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다. 위에서 언급했던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영화를 통해 소설 속에서 다루고자 한 ‘사형제도 폐지’를 대중에게 보다 힘껏 외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강동원과 이나영이라는 배우의 캐스팅은 주인공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소설이 주는 느낌을 더욱 극대화했다.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사형제도의 부당성을 심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공론을 형성했다. 원작이 낫다, 혹은 영화가 낫다는 우위 선정의 문제를 벗어나 어떤 그릇에 담겨 있든 그 내용물의 진정성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낼 일이다.

 

한 때 인터넷 소설이 유행처럼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실화를 인터넷에 연재한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 진 영화. 전지현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엽기적인 그녀>도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인터넷 소설의 경우 10대 학생들을 타깃으로 발랄하고 엉뚱한 청춘 로맨스를 주제로 다뤄 소설의 인기를 영화에까지 이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영화들은 <내 사랑 싸가지>나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처럼 제목부터 깊이가 가볍고, 낮은 연령층에 어필하는 작품이 대부분. 통신어체와 이모티콘의 등장 등 원작의 작품성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영화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최근 들어서는 활발히 제작되지 않는 추세이다.    

 

<미녀는 괴로워>

 

만화 또한 영화화 되는 단골 분야이다. 활자로만 독자에게 다가가는 문학작품과 달리 구체적 캐릭터가 존재하는 만화는 영상화 시킬 때 더욱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쓰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미녀는 괴로워>는 배우 김아중이 직접 부른 O.S.T. ‘마리아’의 폭발적 인기뿐 아니라 원작 만화인 <미녀는 괴로워>도 이슈로 만들었다. 원작 또한 이미 국내 번역되어 300만부나 판매된 인기작. 영화의 내용과 만화의 내용은 다른 부분이 매우 많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주인공이 전신성형을 통해 미녀가 된다는 모티브만 같을 뿐 에피소드나 이야기의 방식은 새로이 다듬은 부분이다.

 

마찬가지로 동명의 만화에서 모티브를 빌려 온 영화로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꼽을 수 있다. 박찬욱 감독에게 이 만화를 권했던 봉준호 감독은 “초반에는 재미있지만 갈수록 재미 없다”고 말했다고 하고 심지어 주인공인 오대수로 분했던 최민식은 “재미 없어서 읽다가 그만 두었다”고까지 했다고 하니, 원본과 영화를 같은 선상에서 보는 데는 무리가 있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발단과 끈적끈적하고 치밀한 전개 구조를 가진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후 국내에서 재개봉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식객>

 

최근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로는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가 있다. 인기 만화를 영화로 제작하여 화려한 색감과 볼거리, 감각적 기법을 동원했다. 빠른 화면의 전환과 분할은 화투(花鬪)라는 단어를 보다 매력적으로 살려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가 원작과는 또 다른 생생한 즐거움을 전달하는 셈이다. 올 해에는 허영만의 <식객>, 강풀의 <바보>, 야자와 아이의 <나나2>가 영화화 되어 개봉 될 예정이라고 하니 원작의 애독자들은 원작의 변신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나나>

 

그 외에도 연극을 원작으로 한 <왕의 남자>나 <살인의 추억>, 게임을 영화화 한 <툼 레이더> 시리즈나 <사일런트 힐>등이 있다. 종영된 TV 시트콤을 영화로 제작한 극장판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마니아들의 기대 속에 개봉, 새로운 시도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야말로 One-Source Multi-Use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과거의 영화가 원작의 작품성 및 인지도에 기대어 영화화를 시도했다면, 오늘날에는 역으로 영화를 관람한 후에 원작을 읽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침체된 출판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으며 상호간에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더 이상 ‘원작을 알고 있는가’가 관객의 영화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관객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원작이더라도 그 내용을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영상을 받아들인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완성된 스토리를 통한 안정적 시나리오 및 기획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보다 다양한 컨텐츠 접근 및 한 가지 소스의 다양화라는 점에서 이채롭다.      

http://camhe.com/default.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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