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뒷담화’

 

인어공주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우연히 왕자를 구하게 된 인어공주는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인어의 몸으로는 왕자에게 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의 목소리와 인간의 다리를 맞바꾸고 사랑하는 왕자의 곁으로 간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으로 그 끝을 기억한다면, 당신은 영락없는 ‘디즈니 세대’다.

 

유진주 대학생기자 / sappy27@naver.com

 

 

‘디즈니’ 하면 생각나는 것은? 백설공주, 인어공주, 알라딘,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수 많은 작품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전성기는 지나고 예전만큼 이름을 날리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디즈니의 아성은 쉽게 무너질 수 없을 듯 하다. 뿐만 아니라 디즈니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왕국’ 이다. 영화 흥행규모뿐 아니라 캐릭터를 이용한 다양한 부가 산업에 있어 디즈니는 여전히 애니메이션 업계의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다. 어릴 적 극장에서 보았던 디즈니의 작품들이 아직까지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고 O.S.T 또한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그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디즈니의 작품들은 끊임없이 문제점들을 지적 받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잘못된 성 역할을 학습시킨다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디즈니의 황금시대라 불렸던 90년대의 인기 작품에 한정한다. 특히 여성을 묘사함에 있어 디즈니사의 작품들은 구태의연할 정도로 같은 모델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어공주>의 에어리얼은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꿈꾸는 당찬 소녀이지만, 그녀의 정체성은 결국 잘생긴 왕자와 결혼해 사랑을 획득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원작의 비극성을 없애고 가볍고 행복한 결말을 추구하는 것은 디즈니사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말이다. 익숙한 소재를 택하되, 디즈니의 방식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미녀와 야수>의 벨 또한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야수를 변화시키는 도구로서 등장하고 있다. 그녀의 인생 또한 야수를 변화시켜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고 그의 사랑을 성취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 <알라딘>의 자스민은 아버지의 결혼 강요에 반항하는 등 주체적인 인생을 살기 위해 노력하나 결국은 알라딘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보조적인 인물로 귀결된다. 아랍권의 젊은 여성에게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복장으로 앳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몸매를 과시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공통적으로 작품 속 여주인공들은 주어진 환경이나 만나야 하는 남자를 거부하는 것으로 정체성을 획득하는 듯 하다가 사랑에 빠짐으로써 여자가 행복해지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남자로부터 사랑 받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줌과 함께 수동적 캐릭터로 확고히 자리매김한다.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디즈니가 생산하는 인종 차별적 고정관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알라딘>으로 당시 걸프전쟁을 편파적으로 묘사한 미국 미디어들에 의해 생겨나기 시작한 편견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했다. 아랍인들은 사투리를 심하게 사용하여 나쁜 인상을 심어주되, 서구화된 인물로 그려지는 알라딘과 자스민은 표준 발음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아랍어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아랍어처럼 보이는 글자’의 배열이나 아랍 이름에 대한 잘못된 발음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이 애니메이션을 본 후 자신이 아랍인인 것이 부끄럽게 느낀 어린이도 있었다고 하니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볼 일은 아니다. <라이온 킹>의 하이에나 무리가 사투리가 심한 억양을 사용하며 유독 검은 색으로 흉하게 그려진 것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종적인 우열을 암시하기라도 하듯, 선(善)으로 그려지는 사자의 무리는 밝은 빛깔을 띠는 반면 악한 사자인 스카는 검은 색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지나친 백인 우월주의와 팍스 아메리카나를 표방한 디즈니의 노선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에 디즈니는 인디언의 이야기를 다룬 <포카혼타스>와 중국을 배경으로 한 <뮬란>을 제작했으나 이 또한 왜곡된 캐릭터로 인한 비난을 면치 못했다.

 

 

또한 대부분의 작품이 계급사회에 기초하고 있으며 남성이 통치하고, 엄격한 규율과 계급이 존재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매우 비민주적인 사회관계를 학습하는 효과를 갖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디즈니는 기존의 공식과도 같았던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 틀을 부수고 새로운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자 노력하지만 관객의 선택권이 다양해지고 픽사, 드림웍스와 같은 경쟁 제작사가 등장하면서 영화 흥행에 관한 한 과거의 명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드림웍스는 반(反) 디즈니라 불러도 좋을 성격의 제작사로 형성 과정부터가 특이하다. 디즈니 황금시대의 주역이었던 제프리 카젠버그가 사내 불화로 인해 디즈니를 떠나 스티븐 스필버그 등과 공동 설립한 회사인 것. 대표 애니메이션으로는 <개미>, <이집트 왕자>, <치킨 런>,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슈렉>이 있다.

 

선남선녀가 주인공인 디즈니의 기존작과 달리, 보기만 해도 흉측한 녹색 괴물 슈렉은 디즈니가 기존 동화들을 더욱 아름답게 구성하는 방식을 택한 것과는 반대로 환상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아름다워야 할 공주는 왈가닥에 밤이 되면 괴물로 변하고, 상식을 깨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1편에 등장하는 파콰드 영주의 성은 디즈니랜드를 빗댄 것이며, 심지어 엄청난 단신인 파콰드 영주는 디즈니사의 사장을 꼭 닮았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소문까지 있으니 만만히 볼 작품은 아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슈렉과 피오나 공주가 함께 괴물이 되어버리는 괴상한 ‘해피엔딩’. 그리고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괴물들의 해피엔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디즈니식의 결말로부터 벗어나는 충격을 선사했다.

 

 

<슈렉2>는 전편을 능가하는 작품으로 흥행에 있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전편보다 강화된 패러디적 요소들은 어린이보다는 성인 관객에게 적합할 듯 하다. 그러나 전편이 주었던 신선한 느낌보다는 웃음을 위한 요소들에 치중했다는 느낌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겁나 먼 왕국’으로 가는 길에 이어지는 명품 가게들과 낯익은 스타벅스, 갖가지 영화의 명장면을 패러디하는 슈렉 내외를 보고 있노라면 유쾌하긴 하지만 말이다.

 

6월 개봉 예정작인 <슈렉3>은 드림웍스가 앞으로 미국산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어떠한 위치를 선점하는가의 여부를 판가름할 하나의 관문과도 같다. 많은 마니아들이 기다렸고 전편에 대한 만족이 컸던 만큼 기대감이 커지는 작품. 이번 슈렉 시리즈에서는 지난 2편에서 수많은 여성 관객들의 가슴을 녹였던 ‘장화 신은 고양이’뿐 아니라 후크 선장, 백설공주의 계모등이 프린스 차밍과 함께 출연한다고. 그 뿐 아니라 피오나 공주의 지하 조직 멤버로 설정된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젤 등이 등장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슈렉의 귀환’이 몹시 기다려지는 바이다.   

 

http://camhe.com/default.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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