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화를 그리다
만화가 참신한 설정과 기발한 상상력을 무기로 영화의 영토로 건너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화 또한 허허한 벌판에 만화라는 씨앗을 부지런히 심어왔다. 펜과 잉크 대신 카메라와 필름으로 그려내는 만화 속 그 이야기. 씨앗이 자라서 열매를 잘 맺었는지, 커다란 화면과 짱짱한 효과음으로 확인해 보자.
임창수 대학생기자/tangerine51@nate.com
마벨 코믹스의 가장 매력적인 거미영웅, 드디어 왕의 귀환 <스파이더 맨3>

마벨 코믹스의 간판스타, 스파이더 맨이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유전자 조작 실험으로 탄생한 ‘슈퍼 거미’에게 물린 뒤로 거미의 능력을 갖게 된 한 대학생의 이야기는, 만화와 tv, 스크린을 넘나들며 전세계의 팬들을 매료시켜왔다. 블랙 스파이더 맨을 전면에 내세운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의 포스터는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빨강, 파랑 타이즈를 온통 검게 물들인 이유는 따로 있었으니…. 블랙 스파이더 맨의 등장은 그 자체로 스토리 라인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블랙 스파이더 맨은 외계에서 온 ‘심비오트’라는 생명체가 스파이더 맨에게 기생하는 형태인데, 이는 곧 ‘베놈’이라는 스파이더 맨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의 탄생을 암시한다고. 실제로 얼마 전 인터넷에 공개된 7분여의 프리뷰 영상에서 약 4초간 베놈의 모습이 드러나,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층 더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예정 상영시간도 무려 156분.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에 의하면, 이번 3편에서는 긴 상영시간 내내 빌딩숲을 헤치며 ‘샌드맨’과 ‘고블린 주니어’, 그리고 ‘베놈’까지 세 명의 적과 상대하는 거미영웅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5월 4일 개봉예정.
영화의 진화를 꾀한다.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 노블, 또다시 영화화! <300>

움직임이 없는 정적인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만화의 역동성과 맵시 있는 표현이 영화의 그것을 능가하는 아이러니. 그 해답을 찾아가는 선두에는 프랭크 밀러가 있었다. 그의 ‘그래픽 노블’은 ‘영화를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로 스크린에서 강렬히 살아났다. 극에 달한 그의 극화체는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것만으로 간드러지는 ‘간지’를 뿜어냈다. 그의 최신작 <300> 또한, 스크린으로의 출정을 통해 영화의 진화를 꾀한다. 페르시아 전쟁의 운명을 가른 ‘테르모필레 전투’를 배경으로 한 <300>은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와 100만 페르시아 군대와의 일전을 통해 신화의 주인공들을 현실로 초대한다. 전투의 피와 땀, 찢겨져 나간 살점과 진흙투성이의 방패만으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눈을 뗄 수 없는 전투장면과 감각적 영상미를 논외로 하더라도, 레오디나스와 스파르타 전사들의 물러설 수 없는 ‘결사’의 싸움, 그리고 마지막까지 빛나는 스파르타의 ‘자긍심’은 관객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음울한 죄악의 도시, <씬 시티>를 스크린에 수놓은 로베르토 로드리게즈와 쿠엔틴 타란티노가 그랬듯, 잭 스나이더 또한 <300>에서 독특한 색감과 덧댄 듯한 영상으로 만화 속 장면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는 시도를 보인다. 다만 <씬 시티>가 거친 속도감의 크로키였다면, <300>은 묵직한 농담의 수묵화에 가깝다. 비처럼 하늘을 덮는 화살들과 시구를 연상시키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관객에게 스파르타 전사들의 뜨거운 심장박동을 그대로 전한다. 그 소리에 따라 시각적 쾌감에 젖은 몸을 부르르 떨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테르모필레 사수를 위해 피 흘리는 또 하나의 스파르타 전사가 되어있을지도.
40년 만에 부활한 거장의 무협극화 <도로로>

만화왕국 일본. 아톰으로 유명한 고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도도로’가 영화로 돌아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대, 무장 다이고 가게미츠는 천하통일을 꿈꾸며 48마리의 요괴에게 힘을 빌리는 조건으로 갓난 아들의 몸을 바친다. 아이는 신체의 48개 부분을 빼앗긴 채 ‘덩어리’의 형태로 버려지는데, 이를 극적으로 한 의사가 구출한다. 그는 필사의 노력으로 몸을 만들어주었으나 몸을 빼앗아가려는 마물들의 등장으로 갓난 아이의 양 팔에 검을 심는다. 아이의 이름은 하쿠키마루. 장성한 하쿠키마루는 살해된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도로로와 함께, 48인의 요괴를 물리치고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부모에 의해 몸과 마음을 잃은 하쿠키마루, 그리고 시대의 요구에 부모를 잃은 도로로. 두 주인공의 가슴 시린 모험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거장의 작품은 빛을 잃지 않았는지, 이미 판권계약을 마쳐 미국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좋은 성적으로 인해 속편제작계획이 발표되었다고. 드라마 ‘오렌지 데이즈’로 호흡을 맞췄던 츠마부키 사토시와 시바사키 코우가 나란히 주연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봉준호의 흥행열차, 질주는 끝나지 않았다? <설국열차>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괴물>의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영화의 제작은 <올드보이>의 박찬욱이 맡았다고 하니, 벌어졌던 입이 더더욱 벌어지게 생겼다. 기대가 아니 될 수 없는 문제의 영화는 장 마르크 로셰트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설국열차>다. 감독은 봉준호, 냉전의 시대, 양 진영의 갈등은 기후 무기의 개발을 부르고, 이윽고 터진 전쟁은 재앙을 부른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기후 무기에 의해 영하 85도의 얼음 행성이 되어버린 지구. 얼어붙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열차에 몸을 실어야 한다. 영원히 지구를 돌게 되어있는 노아의 방주, 설국 열차. 기차의 칸 칸은 계급별로 나누어져 있고, 자급자족용 차량까지 딸려있다. 영화 속 기차간 안에 갇혀버린 사회는 곧 공존을 거부하고 힘의 논리를 펴는 인간들에게 보내는 준엄한 경고문이다. 설국을 질주하는 열차의 여정은 2009년이 되어야 뚜껑을 열어볼 수 있을 듯 하며, 영화의 내용상 모든 대사는 영어로 처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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