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내 팔자에 사랑이 없는 이유

‘범죄와 비행(Crimes and Misdemeanors)'의 클리프

● 클리프는 진짜 몰랐나보다. 우리는 다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미친 듯이 수다를 떠는 그의 곁에서 점점 변해가는 그녀의 표정을 볼 때부터 이미 이런 결말은 예정되어 있었는데.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는 저 억울하고도 얼빠진 표정을 보고 있자니 “아이구, 내가 저럴 줄 알았지” 하고 한마디 툭 내뱉은 게 괜스레 미안해지려 한다. 에이, 내친김에 한 마디 더 한다. 팔자에 사랑이 없는 이유, 다 있는 거 아니겠어.

아내의 괄시와 하기 싫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재미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의 앞에 아름다운 여인 할리가 나타난다. 적극적으로 그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하는 그의 문제점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어떠한 일말의 작전 마인드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질 않았다는 것. 그저 좋은 감정에 충실하게, 좋으면 함께 있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고, 비슷한 생각을 나누며 쉴 새 없이 떠들고 싶은 마음에 클리프는 그렇게 할 뿐이다. 그러던 그는 급기야 착각에 빠진다. 이렇게나 비슷한 우리인데 그녀도 나처럼 나를 사랑하고 있을 거라고 어느 순간 자기 맘대로 믿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클리프가 그녀에게 선사한 건 교감이 아니라 ‘나를 받아줘요' 단 한마디로 일약될 수다와 기대감과 적극성과 착각이었으며, 그것들이 몽땅 합쳐져서 그녀를 왕부담의 늪으로 몰아넣었을 뿐이다. 파티에서 만난 그녀에게 이제 곧 아내와 헤어질 거라고 또 다시 속사포처럼 희망의 말을 쏟아내던 클리프는 결국 보고야 말았다. 그가 생각지도 못한 남자가 등장해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서는 실로 가혹하기 그지없는 장면을. 불발로 끝난 그의 비행에 웃기면서도 씁쓸한 뒷맛 남는다. 할리의 행동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도 클리프가 한없이 불쌍해지는 이중적 감상은 분명 저 불쌍한 클리프의 얼굴에서 ‘그렇지만 정말 사랑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겠지.

설렘이 넘치는 봄의 캠퍼스. 정열적인 사랑의 전도사 흥국이 아저씨의 일명 ‘으아, 들이대~' 가르침에 충실하였다가 뻥 걷어차인 상처받은 영혼들 벌써 속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봄 햇살도 부질없음을 느끼며 얼굴은 웃어도 마음은 캔디의 눈망울을 하고선 울며 달리고 있는 당신.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션 중 한 구절만 친히 따서 읽어 드릴 테니 위안을 삼으시라. "일은 너무나도 예상할 수 없게 일어나서 때로 인간의 행복은 세상의 창조에 포함되도록 계획되지 않은 듯 합니다. 사랑을 할 능력을 가진 우리만이 무심한 우주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오늘 다시 일어나길. 무심한 당신의 우주에 스파크 일으킬 준비를 다시 시작하길. 그래. 말도 안 된다. 팔자에 사랑이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손호영 학생리포터 in_azur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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