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스트레이트 스토리 (The Straight Story)

●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는게 참 신산해서, 비교적 많은 문제에 답을 쥐고 있는 연장자들을 부러워하며 나이듦을 칭송하기도 했었다. 그런 면에서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혼자됨과 나이듦의 미학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 하다. 73세의 앨빈은 십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아온 형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화해를 청하기 위해 어려운 여행길에 오른다. 한번은 맺고 끊고 가야할 인연, 비로소 앨빈은 지난 시간을 후회하며 핏줄을 찾지만 형의 집은 멀기만 하다. 그래서 앨빈은 남들은 생각도 못할 깜찍한 방법으로 길을 떠난다. 산넘고 물건너 370마일이나 되는 길을 잔디깎는 기계를 타고.
이 영화의 OST는 그 제목만큼이나 정직하다. 오로지 이 영화만을 위해 작곡된 열세 곡으로 채웠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요, 모든 곡이 하나같이 느긋하고 서정적인 화면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이 그 두 번째 이유다. 컬트영화의 대표 감독이라 불리는 데이빗 린치의 오랜 음악 파트너인 안젤로 바달라멘티는 ‘가장 데이빗 린치답지 않은 이 데이빗 린치의 영화'에서 특유의 서정성을 살려냈다. 아슬아슬한 앨빈의 여행길을 함께 하는 첫 곡은 노을진 평원과 끝없이 이어진 길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은 ‘로렌스, 아이오와(Laurence, Iowa)'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앨빈이 가족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흐르는 ‘로즈의 테마(Rose's Theme)'나 ‘노스탤지어(Nostalgia)' 역시 일종의 인생수업 같은 이 실화에 공감을 얹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리고 이렇듯 화면과 합치되는 안젤로 바달라멘티의 음악은 시종 느릿하고 잔잔하게 앨빈의 홀로 가는 여행길을 동행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 앨빈이 혼자 달리는 장면마다 언제나 등장하는 그 곡 ‘컨트리 왈츠(Country Waltz)'는 섬세한 현악기의 선율로 영화가 우리들의 그 어떤 시간보다 ‘눈물+진심=행복'의 의미를 절절하게 보여주는데 일조한다.
6주에 걸친 트랙터 여행도 끝이 보일 무렵, 앨빈은 그 동안 만난 방황하는, 혹은 행복한 사람들을 뒤로하고 오로지 자기 자신과 형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길은 서정적이기보다는 서사적인 곡, ‘파이널 마일즈(Final Miles)'에 맡겨진다. 서정에서 서사로. 신산(하다고 생각)했던 내 삶의 문제를 풀어가는 일이 다 그런 과정에 있었던게 아닐까. 앨빈 스트레이트가 들려주는 답들은 명료했다. 그리고 음악은 완벽했다. 삶이 나를 속이는게 아니라 사실은 내가 삶을 속여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때가 온다고 했으니. 느림과 느긋함과 늙어감에 대하여, 안젤로 바달라멘티의 음악은 앨빈의 얼굴표정처럼 잘 이야기해주고 있었으니.

박수진 학생리포터 treetalks@naver.com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375&Sfield=&Sstr=&page=2&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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