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페셜]The 79th Academy Awards

    The 79th Academy Awards

꿈은 이뤄진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25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늦은 저녁까지, 세계의 영화축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영광의 전당 코닥극장에서 펼쳐진 이번행사는 ‘누가 더 많이 가져가나’하는 다관왕 경쟁이 될 것이라 점쳐졌다. 5개 부문에 여섯 후보를 올린 ‘드림걸즈’를 선두로, 6개 부문에 일곱 후보를 올린 ‘바벨’, 각각 6개 부문에 오른 ‘판의 미로’와 ‘더 퀸’, 5개 부문에 오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디파티드’와 ‘블랙 다이아몬드’, 각각 4개 부문에 오른 ‘미스 리틀 선샤인’과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까지.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당황했던 마지막 반전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올 것이 왔다, 마틴 스콜세지

택시 드라이버’ ‘분노의 주먹’ ‘좋은 친구들’ 등으로 각종 상을 휩쓸었던 현대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아카데미는 유독 1970년부터 이어졌던 그의 주목할 만한 필모그래피를 외면해왔다. 이것이 아카데미가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지닌 탓이라는 분석을 낳기도 했는데, 드디어 그가 제79회 아카데미의 의심할 수 없는 ‘승자’가 됐다.
아카데미는 기립한 군중들에게 무차별 ‘땡큐’를 날리며 감격에 겨워하는 감독상 수상자 마틴 스콜세지를 다시 뒤돌려 ‘디파티드’로 작품상까지 안겨줬다. 엘리베이터나 병원에서 주고받는 안부 인사조차 ‘이제 오스카 한번 받으셔야죠’ 였던 그에게는 한풀이 같은 이번 오스카. 지난해 아카데미에 외면당하다

공로상을 수상했던 고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경우처럼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쉬움’을 덜 수는 있었으나, 리메이크 작인 ‘디파티드’가 4관왕 감?’이라는 의문과 ‘주옥같은 전작들을 놔두고 ‘디파티드’로 마틴 스콜세지가 기억돼야 하는가’에 대한 일종의 허기 혹은 불만족은 지울 수가 없다. 아카데미는 지각에도 정도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듯. 어쨌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근작에서 그의 페르소나임을 공고히 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10년, 20년 함께 계속 영화를 할 것이라고.
당신은 위대한 왕이십니다

‘더 퀸’이 처음 공개됐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하나로 요약됐다. ‘소름끼치는 연기’.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고사를 둘러싸고 무성한 비난의 표적이 됐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연기한 헬렌 미렌을 향한 찬사였다. 아카데미도 마찬가지였다. 본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레드카펫에서 진행된 행사 ‘로드 투 더 오스카’에서부터 그녀는 노골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 관록과 연륜의 대명사 주디 덴치와 메릴 스트립, 젊은 피 케이트 윈슬렛과 미모의 스페인 여우로 아카데미에 첫 노미네이트 된 페넬로페 크루즈가 경합을 벌인 가운데 여우주연상은 그녀에게로. 여왕 아닌 배우로써 그녀의 자태는 훨씬 아름다웠다.

한편 남우주연상은,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을 그의 스코틀랜드 출신 주치의가 바라본 시각으로 풀어낸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에서 이디 아민을 연기한 포레스트 휘테커에게로 돌아갔다. 아프리카어로 대단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을 포레스트 휘테커는 ‘텍사스에서 태어나 LA 남부에서 자라며 꿈을 키웠다’며 “믿음을 잃지 않으면 꿈은 반드시 실현된다”는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제는 눈물없이 거침없이, 제니퍼 허드슨

여성 트리오 슈프림스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추억이 가득한 영화 ‘드림 걸즈’는 의외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바로 할리우드의 스타, 에너제틱의 대명사 비욘세를 압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극 중 외모 때문에 리드싱어 자리를 뺏길 위험에 처한 에피 역을 연기한 제니퍼 허드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지난 2004년, 시청자 투표를 통해 가수로 활동 할 우승자를 뽑는 리얼리티 쇼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3에 출연했었다. 휘트니 휴스
톤의 노래를 소름끼치게 소화한 후 박수갈채를 받고 뒤 돌아선 그녀에게 탈락이 선고되고, 그녀는 크게 낙담했다. ‘노래는 완벽했는데 그렇다면 무엇이…?’ 매정한 세상의 평가에 크게 실망한 그녀의 팬들은 눈물 글썽이며 ‘아메리칸 아이돌’을 다시는 보지 않는 것으로 복수했지만, 정작 제니퍼 허드슨은 성장하여 당당한 모습으로 여우조연상 오스카 트로피를 높이 들었다. 그때와는 전혀 다른 눈물을 흘리며 “싱어였던 할머니께서 살아계셨다면 좋아하셨을 것이다. 믿을 수 없다. 신께 감사한다”는 수상소감을 말하는 동안, 비욘세 또한 눈물로 축하해줬다.

잘 달려줬어, ‘미스 리틀 선샤인'!

선댄스 영화제에서부터 화제가 됐던 ‘미스 리틀 선샤인'의 성공요인은 기발한 각본, 뛰어난 배우들, 재치있는 연출, 마지막으로 저예산이다! 초절정 루저 가족들이 막내딸의 미인대회참가를 위해 다 고장난 고물 봉고를 타고 길고 긴 여정 길에 오르는 얘기를 담은 이 작품은 자신의 실화를 잘 이용한각본가 마이클 안트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겼다.
여기에 그친 것이 아니다. 디지몬 혼수, 에디 머피, 마크 웰버그 등 쟁쟁한 조연들을 제치고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이가 다름 아닌 손녀에게 스트립댄스를 사사하시고, 지나친 마약 흡입으로 안타깝게 세상과 작별한 그 할아버지인 것. 올해 73세의 배우 앨런 아킨은 떨리는 손으로 소감문을 꼭 잡고 차분한 목소리를 이었다. “소감문을 읽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름들을 말하지 않는다면 내 수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손으로 적었고, 짧습니다. (중략) 무엇보다도 이 작은 영화가 상을 받은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말하는 동안 함께 출연했던 그렉 키니어와 스티브 카렐은 감격에 벅찬 표정을 지었다. 이러하니, 작은 봉고의 힘, 대단하여 칭찬할 만하지 않은가. ‘아카데미까지 잘 달려줬어, 마이 리를 선샤인!'

끝이 없어라, 엔니오 모리꼬네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소개한 올해 공로상의 주인공은, 영화음악의 대가 엔니오 모리꼬네. ‘황야에 무법자’에서 흐른 뒤 두말하면 입 아픈 서부극의 테마가 된 ‘방랑의 휘파람’을 시작으로, 많은 이에게 기적같은 음악이 돼버린 ‘미션’의 테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시네마 천국’ ‘벅시’ ‘러브 어페어’ 까지 총 126편의 영화음악을 담당했던 그는 올해 79세다. 엔리오 모니꼬레의 꽤 긴 이탈리아어 소감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어 통역으로 전해졌는데, 미흡한 점이 많아 안타까웠으나 감동적인 마지막 문장이 채워줬다. “이 상이 나의 마지막이 아닌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팝가수 셀린 디온이 엔니오 모니꼬레 헌정 앨범을 통해 발표한 신곡 ‘I Knew I Loved You’를 그에게 바쳤으며, 관객석을 채운 수천의 스타들이 기립하여 그의 수상을 기념했다.

아카데미에서 무너진 ‘바벨'

올초 최고 화제작이었던 ‘바벨'이 문제였다. 총 6개 부문에 일곱 후보를 올린 ‘바벨'이 다관왕의 영예를 안지는 못할지라도 감독상이나 작품상 둘 중 하나는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다. 시상식이 시작되자마자, 그의 멕시코 친구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작품 ‘판의 미로'는 세 부문, 촬영상, 미술상, 분장상을 석권했고, 중반부에는 ‘바벨'의 음악을 맡았던 구스타보 샌타올라라가 음악상을 가져갔다. 막바지에 이르러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감독상을 거머쥐고 무대 뒤편으로 나간 후 ‘디파티드' 작품상 소식에 다시 되돌아 온 것이 이번 영화제의 반전이 된 것.미 전 부통령 엘고어의 참여로 큰 관심을 모은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에 후한 점수를 준 점, 재치있는 코미디언에
동성애자로도 유명한 사회자 엘렌 드제너러스의 농담 “흑인, 유태인, 게이가 없었다면 오스카도 없었을 것 입니다”와 같이 다양성을 확보한 점은 아카데미의 반가운 오픈 마인드를 경험하게 했으나, ‘바벨' ‘아버지의 깃발' 을 외면하는 등 정치, 사회 문제 있어 여전한 보수성은 이번 시상식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났다.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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