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바벨(B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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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랑쉐 장르 드라마 시간 142분 개봉 상영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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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point
온 땅에 언어가 하나이었더라. 이에 그들이 서로 말하되 자, 성과 대를 쌓아 대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 수 없으리로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로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어 그들이 ‘바벨’성 쌓기를 그쳤더라. (창세기 11장 1절~9절, 간략)’ |
비극은 이미 벌어진 것이었다. 바벨탑이라는 도전에 인간 아닌 신이 노하고 벌하였음으로, 소통은 이미 불가능한 것이었다. 전작 ‘아모레스 페로스’ ‘21그램’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알레한드로 감독의 방식은 우연한 사고와 그것들 사이의 숨막히게 고통스러운 연결고리를 예고없이 전개하는 것. 고통을 감내하는 화자가 풀어내는 ‘소통의 불가능’은 그리하여 첫 신부터 관객을 숨죽이게 하고 놓아주지 않는다. 모로코 사막에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은 혼란한 아랍인 소년의 성장통으로, 아이를 잃고 여행 온 미국인 부부의 좌절로, 인종차별에 희생당하는 멕시코인 유모의 눈물로, 엄마의 자살을 목격한 일본인 청각장애 소녀의 사랑받을 수 없음에 대한 불안으로 서서히 퍼져나간다. 투박하고, 건조하고, 직접적인 카메라워크는 하나의 스타일로서 각 지역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를 충격적이리만치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동떨어진 지역을 돌며 감독은 개인과 개인이 어떻게 연결돼있는지, 언어가 다른 개인과 개인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용하지만 힘있는 설득을 시작한다. 이미 벌어진 소통의 비극을 실현하는 것은 ‘지역적인 경계가 아닌 생각의 경계’라는 그의 말은 집단적인 범주, 정치적인 입장 혹은 거대한 편견에 무력하게 희생되는 개인을 통해 형상화된다. 알레한드로 감독은 2년이라는 시간동안 4개국을 돌며 6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배우들과 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소통에 관한 얘기를 풀기위해 창작자가 아닌 순례자의 길을 택한 그의 여정을 따라가는 관객은 그리하여 신이 언급되지 않는 종교영화를 보는 듯한 혹은, 종교적 의식을 치르는 듯한 감상적 태도를 주문받게 된다. 그것은 이제껏 외면했던, 또한 살면서 외면하고 싶은 예고된 불행을 끈질기게 직시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진정한 비극이 무엇인지를 알아채는 것이며, 그 비극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는 진실을 우리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것이다. 보지 않고 있던 것을 바라보는 것이 ‘치유’라 했다. ‘상처와 위로’의 연결고리를 넘어선 ‘깨달음과 자기치유’의 단계에 서 있는 ‘바벨’은 세상에 본질에 이미 녹아있는 비극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만약 어떤 이가 용서받기를 원한다면, ‘죄 짓지 않은 이’도 ‘용서할 것 없는 이’에게 ‘용서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순례자에게 돌아간 골든 글로브 작품상도, 영화음악 그 이상의 것을 전달하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바로 그 뮤지션 구스타보 산타올리야도, 여정을 함께한 유명, 무명 배우들도 모두 눈물의 ‘브라보’를 받을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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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의 전조, 한발의 총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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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의 총성이 울릴 때 관객은 자연히 뭔가 사건이 벌여졌음을 예상할 수 있다. 갑이 을을 겨눠 누군가 피를 보고야 마는 장면이 아닌 청각으로만 전하는 이 은폐의 효과는 꽤나 강력해서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핑크팬더2-어둠 속의 총성이’ 같은 제목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스릴러 아닌 전쟁영화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 한발을 누가 ‘먼저’ 쏘았느냐가 핵심이다. 보스니아 내전을 다루고 있는 비극적인 코미디 ‘노 맨스 랜드(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한편 고독한 한 인간의 심리적 갈등을 느와르로 담아낸 ‘달콤한 인생’은 엔딩 크레디트 뒤의 한 발의 총성으로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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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어느 순례자의 현대 비망록 (진아) A 찬란한 슬픔의 봄 (희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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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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