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을 전문으로 하는,그래도 이름이 난 집은 서울에만도 수백개가 될 듯 합니다.
그런 설렁탕집을 먹깨비가 전부 맛 본 것은 아니지만 웬만큼 맛을 내는 집은 일부러라도
찾아 가보는 편입니다.그 중에서도 '모래내 설렁탕집'은 먹깨비가 은평구로 이사온 90년 이후부터
주말이면 구기동 할머니 두부집과 함께 번갈아 가면서 찾는 집입니다.
가까운 곳에 전전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던 설렁탕집이 있긴 하지만 여러 점에서 이집보다 많이 부족합니다.
원래 이집에 처음 온 것은 설렁탕보다 (예전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를 담아내던) 철판에 화력이 센 화덕에서
구운 갈비를 내는, 바로 옆의'모래내면옥'이었습니다.1인분에 3대씩 미리 구어 내오는 갈비 맛도 좋고
물냉면도 개운한 육수에 면도 잘 내는데다가 마무리로 설렁탕 맛배기를 옆 집에서 시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찾았던 곳입니다. 그런데 무슨 사정인지 모래내 면옥은 상당기간 휴업상태였고 한참 뒤에
전기구이 통닭과 삼계탕을 맛있게 내던 영양센터가 들어서더군요. 명동 사보이호텔 맞은 편에서 오래
철판 갈비를 맛있게 내던 장수갈비와 영양센터가 모두 관계 업소랍니다.
(지금은 설렁탕 외에는 가지 않습니다만)


근처에 별로 외식을 할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항상 가족 손님들로 붐비는데다가 24시간 문을 여는 집이라
늘 불이 켜져 있는 곳입니다. (명지전문대에서 연희동 방향 홍제천 변 따라 흥남교 못미쳐에 있습니다)
식탁 위에는 항상 배추김치와 깍뚜기.파를 담아 놓은 뚝배기가 있고 자리에 앉으면 빈 접시 두개와 물병을
물잔을 사람 수에 맞춰 내옵니다. 웬만큼 밀리지 않는다면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아 탕을 내오지만
그래도 이 김치에 먼저 先酒를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대개 저녁보다 주말 늦은 아침을 하는 경우가
많아 해장 술로는 소주보다 청하가 좋습니다.



그냥 밑둥만 짤라 담아 놓은 배추김치를 손으로 쭉쭉 찢어서 청하 한 잔에 안주로 먹어 줍니다.
깍뚜기도 아삭하게 씹어주는 맛이 좋지만 젓갈 양념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칼칼한 맛을 내주는 배추김치가
훨씬 좋습니다. 확실하게 설렁탕에 어울리는 맛입니다. 칼국수집은 갈국수에 어울리는 김치를,탕집은
탕에 어울리는 김치를 내야 합니다. 메인도 중요하지만 한국사람에게는 김치 맛도 중요하지요.

이집 설렁탕은 사골을 오래 끓여낸 후 양지로 다시 우려 내 맑고 담백한면서도 구수한 국물에
밥을 토렴하고 백면을 얹어 수육과 함께 내는 전통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밥알 마다 구수한 탕국물
맛이 잘 배어들지요. 게다가 백면 사리를 먼저 먹어주는 맛도 참 좋습니다.

먹깨비는 면을 좋아해서 무조건 사리를 더 주문합니다.
게다가 얜과 갈 경우 탕 한 그릇에 사리를 더 시켜서 나눠 먹어도 충분하답니다.
반주가 끝나 국물이 식으면 뜨거운 탕 국물이야 얼마든지 추가해줍니다.

탕에 내는 수육은 좋은 양지를 써서 국물이 빠진 후에도 여전히 고소한 살코기 맛을 내 줍니다.
(물론 먹깨비가 '물에 빠진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탕에 파를 듬뿍 넣고 깍뚜기 국물도 넣어 줍니다. 파의 향과 칼칼한 깍뚜기의 국물맛이 시원한 맛을
더 해줍니다.

남은 반주의 안주로 수육을 김치에 싸서 마무리 합니다. 오래 씹을수록 칼칼하면서도 단 맛을 내는
김치 맛 뒤로 고소한 수육의 맛이 더해집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설렁탕을 먹어줘야 할 때입니다.
사리부터 먹고 나서 그래도 많이 남은 수육을 수저 가득 떠서 먹습니다.
김치도 얹어 먹다가 아예 뚝배기째 들고 국물을 마셔줍니다.
![DSC02750[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360/36860/2/DSC02750%5B1%5D.JPG)


크게 변함이 없는 맛을 유지하고 있는데는 주인장의 노력과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성실함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16년이 넘도록 설렁탕으로 으뜸을 꼽아주는 집입니다.
http://kiryoan.egloos.com/43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