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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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마운틴 Cold Mount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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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사랑이란 언어로 정리되지 않는, 아니, 언어로 정리되기를 거부하는 어떤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깊이 사랑하면 사랑이라는 단어 따위는 허공으로 흩어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요. 문득 서로를 바라보다가 슬쩍 같이 웃으면 그게 어느 말보다도 더 강렬하고 또렷하니까요.
‘콜드 마운틴’의 인만과 에이다도 그랬습니다. 두 사람은 사실 서로를 잘 몰라요. 몇 번 만나지도 않았고, 많은 얘기를 나누지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전쟁이라는 불가항력이 둘 사이를 갈라놓았을 때 그들이 가혹한 현실을 악착같이 버텨낼 수 있었던 까닭은 짧은 시간 동안 뼛속 깊이 아로새겨진 서로를 향한 강렬한 끌림 때문이었습니다.
가브리엘 야레드가 담당한 ‘콜드 마운틴’의 영화음악은 때로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로, 때로는 19세기의 애절한 포크송으로, 때로는 가슴 저미는 피아노 선율로 주인공의 감정이나 세계를 심도 깊게 묘사합니다. 에이다는 인만이 그리울 때마다 그의 사진을 앞에 놓아두고, 그가 주고 간 악보를 보며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니콜 키드먼이 직접 연주한 이 피아노곡 ‘Ada Plays’는 인만을 그리워하는 에이다의 애틋한 마음이 구체화된 결과물인 셈이죠. 유명 록그룹인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멤버이자 극중에서 떠돌이 가수 조지아 역할로 출연한 잭 화이트는 ‘떠돌이 이방인(Wayfaring Stranger)’과 ‘네버 파 어웨이(Never Far Away)’를 통해 전쟁의 상처와 고단함을 노래하고요. ‘먹구름이 곧 하늘을 덮겠죠. 내가 가야 할 길은 고되기만 하겠죠. 하지만 황금벌판이 날 기다립니다. 그곳에선 지친 눈에 눈물이 고이지 않죠’ 같은 노래 가사에는 전쟁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들의 염원이 잘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쟁도, 굶주림도, 고통도, 심지어 죽음조차도 인만과 에이다의 사랑을 완성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짧은 순간이었잖아요. 우리는 서로 잘 몰랐고요.” “지어낸 기억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당신 목의 선은 진짜였고, 당신을 안을 때 내 손에 전해진 느낌도 진짜였으니까요.” 밤새 누군가를 그리느라 아침에 일어나서 가슴이 다 저리면 그 기분을 말로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 걸까요? 말이 오가야만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사랑은 언어로 정리되기를 거부하는 마음이니까요. 대신 우리들은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을 통해 그들이 끝내 나누지 못한 많은 대화들을, 속절없는 그리움을, 애타는 기다림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지 않은가요. 자, 보세요. 오랜 기다림으로 더욱 견고해진 그들의 사랑은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흐르는 앨리슨 크라우스(Alison Krauss)의 ‘스칼렛 타이드(The Scarlet Tide)’를 통해 더욱 명징한 자국을 남기고 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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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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