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가지의 서로 다른 사랑이야기가 모인 옴니버스식 멜로 영화 ‘사랑해, 파리’는 세계적인 감독 22인과 ‘아멜리에’의 프로듀서 클로디 오사르가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파리 시내 20개 구를 돌며 사랑의 순간을 포착해내는 시선은 슬프고 유쾌하며 때로는 기발하고 시종일관 따뜻하다. 몽마르트 언덕, 에펠탑, 차이나타운, 세느 강변, 마레, 몽소 공원 등 파리 곳곳을 배경으로 한 각 단편의 제작조건은 3일 동안 최소한의 비용으로 5분 짜리 사랑이야기를 찍을 것. 마임이스트, 소수민족의 비애, 환타지를 꿈꾸는 사랑, 일상과 변화 사이, 신혼부부의 다툼, 마법 같은 사랑, 여행자의 봉변, 유쾌한 동성애 코드, 첫 만남의 설렘, 모성애, 부녀간의 사랑 등 열여덟 가지 테마가 각자 빛을 발하는 이 영화는 사랑의 도시 파리의 골목골목을 보다 디테일하게 비집고 들어간다. 사랑과 사랑, 장소와 장소가 맞물려, 자연스러운 흐름 아래 사람 사는 도시로서의 파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속 도시의 낮과 밤은 파리를 여행하는 기분마저 선사한다. ‘사랑해, 파리’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누구나 파리에서는 사랑에 빠진다’는 낭만적인 일종의 판타지를 강조하면서도 그곳에 양지와 음지가 모두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리’하면 흔히 떠올리는 금발의 백인 이미지와 달리, 파리는 그 어느 도시보다도 다양한 계층과 인종이 모여 사는 곳이다. 영화는 실제적인 인종차별, 이민자의 고된 생활 등의 주제를 가볍지 않으면서도 제법 담담하게 그려낸다.영화 속 묘사된 사랑도 마냥 핑크빛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언제라도 현실에 부딪쳐 깨지거나 퇴색해버릴 수 있는 ‘fragile’상태 그대로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사랑과 희망은 여전히 존재함을 믿게 만드는 도시 파리의 힘이 곧 이 영화의 힘이다. ‘엘리펀트’의 구스 반 산트, ‘롤라런’의 톰 티크베어,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걸린더 차다, ‘이투마마’의 알폰소 쿠아론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벅찰 만큼 이름만으로도 한껏 기대하게 하는 세계적인 감독들은 일관된 주제 아래 유감 없이 각자의 개성을 펼쳐 보인다. 특히 홍콩의 거장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은 이 영화의 차이나타운 에피소드를 통해 감독 데뷔식을 치르기도 했다. 나탈리 포트먼, 스티브 부세미, 줄리엣 비노쉬, 닉 놀테, 엘리야 우드 등 50여 명 출연진의 명연기를 보는 재미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 이렇듯 ‘사랑해, 파리’는 스타 감독과 배우들의 결합을 통해 자칫 낯설고 허무해질 수 있는 옴니버스식 사랑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풀어내어, 평소 옴니버스는 재미없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는 편견을 깰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줄 영화이기도 하다.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개막작이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출품작으로, 프랑스의 밤(French Night) 상영작으로도 선정되어 국내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