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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뉴스 앵커 한경배(설경구)는 공권력을 향한 촌철살인의 멘트로 국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린다. 밖에서는 국민 앵커로, 집에서는 아내 오지선(김남주)과 하나뿐인 아들을 지켜주는 듬직한 가장으로 지내던 그에게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괘종시계가 불길하게 울고, 텔레비전에서는 유괴사건 보도가 한창인 어느 날 저녁, 처음으로 받은 그놈의 전화가 집안의 고요를 깬다. 아들이 유괴된 것이다. ‘그 놈 목소리’ 는 실제 유명했던 이형호 어린이 유괴사건을 토대로 만든 픽션이다. 박진표 감독은 자신이 직접 텔레비전 다큐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이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끌어올려 영화화한다. 실제로는 앵커가 아니었지만 아이의 아버지를 앵커로 설정하면서 영화 전체의 이야기에 살이 붙는다. 슈퍼맨 넥타이를 맨 그는 “대통령님, 믿어달라구요? 믿고 싶습니다.” “나는 범죄, 기는 수사” 와 같은 멘트를 하며 자신이 국민의 편에서 정의를 수호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인물이다. 그러나 아들이 유괴된 지 십여 일째, 세 번 벨이 울리기 전에 받아야 되는 유괴범의 전화만을 기다리는 무력한 자신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심판하려 했던 자기의 태도가 올바르지만은 않았음을 읊조린다. ‘우리는 결국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달려온 거나 마찬가지’ 라는 감독의 말처럼 마지막 장면은 영화 내 쌓인 배우와 관객 모두의 감정을 강하게 분출시킨다. 영화에서 백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세련된 심리 묘사이다. ‘너는 내 운명’ 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던 실력답게 감독은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 부분에 섬세함을 잊지 않고, 부모 역을 맡은 설경구와 김남주의 연기가 흔들리는 카메라 속에 잘 안착한다. 해를 바라보며 흘리는 아빠의 눈물과, 달리면서 외치는 그의 주기도문. 드디어 형호를 만나는 그날 차 앞 유리에 서럽게 내리는 비. 이와 같은 장면들은 음악 감독 이병우의 서정적 음악과 함께 잘 정제되었기에 더욱 지독하다. 한여름에 붉은 코트를 입고 성경을 든 채 터널 안을 뛰쳐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은 ‘그래, 어서 이 지독한 터널 밖으로’ 를 함께 외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