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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경이로운 창작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풍자의 대가 우디 앨런. 그는 새 영화 ‘스쿠프’에서 그 특유의 왜소한 체구와 편집증적인 인상 풀풀 풍기는 얼굴로 스크린에 ‘짠’ 하고 등장하여 언제나처럼 재치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전작 ‘매치 포인트’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스칼렛 요한슨, 멀끔한 호주 미남 휴 잭맨을 기용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우디 앨런 영화답지 않게 매우 진지하고 웅장했던 치정극 ‘매치 포인트’와는 다르게 신작 ‘스쿠프’는 한결 가볍고 재미있다. 93년작 ‘맨하탄 살인 사건’에 비견될 만한 정통 ‘우디 앨런 표’ 코미디라 할 만하니, ‘매치 포인트’로 한껏 긴장했던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기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미국인 기자 지망생 산드라(스칼렛 요한슨)는 마술사 시드니(우디 알렌)의 공연을 돕기 위해 마술박스 속에 들어갔다가 특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유명기자 조 스트롬벨의 영혼과 마주친다. 저승길을 향해 가는 배 안에서 영국 귀족 피터 라이먼(휴 잭맨)이 무시무시한 타로카드 연쇄 살인범이라는 특종을 거머쥔 그는 끝내 직업병을 버리지 못하고 산드라에게 나타나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라고 종용한다(영화의 제목인 ‘스쿠프’는 신문, 텔레비전 등의 보도기관에서 경쟁사보다 앞서 독점 보도하는 특종기사를 뜻한다). 야망 가득한 산드라는 피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지만 사건이고 뭐고, 바라만 봐도 눈이 부신 그와 사랑에 빠지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 두 사람의 사랑이 불타오르는 동안 사건은 점점 겉잡을 수 없이 꼬여만 간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는 물론, 유쾌한 코미디와 선남선녀의 로맨스까지 결합되니 흥미진진하다. 어리숙하지만 꽤 귀여운 산드라와 말더듬는 할아버지 시드니의 쉼 없는 대화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도무지 지루할 틈이 없다. 또한 ‘엑스맨’의 돌연변이 형상과는 비교가 안 되게 환상적인, 자체 카달로드 광고로 의심되는 수트 입은 휴 잭맨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니! 예측 가능한 매우 소심한 반전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노련한 거장 우디 앨런의 건재한 재담을 경험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