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아득하면 되리라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Things You Can Tell Just by Looking at Her)’의 레베카

전혜린의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그녀가 제게 말했죠. 무서운 사랑의 정열에 몸을 태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서로가 자기의 초월을 상대방에게 맡겨 버리고, 또한 그것을 영원화 하려는 무모한 의도를 갖는다고요. 그리고 이것은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있어서 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요. 보통 여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이란 ‘완전한 자기포기, 즉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 속에 융해되어서 무(無)가 되는 것’이라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강하게 부인했어요. 아니야, 절대 아니야.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것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었던 것 같네요. 혹시 당신도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 익숙하고, 뭐든 먼저 고맙다고, 무조건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인가요? 당신에게 어떤 위로도 주지 못하는 그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족쇄를 채우고 눈물로 힘겹게 버텨내지는 않았던가요?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의 레베카를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유부남과 연애 중이던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임신을 했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묻잖아요. “이 아이, 그냥 낳으면 안 될까?”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냉정한 표정으로 고개만 내젓던 그 남자. 차라리 미안하다고, 그래도 여전히 널 사랑한다고 구차한 변명이라도 했으면 덜 슬펐을 텐데. 얼마나 위로 받고 싶었을까요. 헌데 그러지 못해서, 혼자 길을 걷다가 복받치는 슬픔에 왈칵 눈물을 쏟아버리고, 너무나도 쉽게 마음이 지쳐버린 그녀를 보면서 너무 아팠어요. 아니, 사실은 겁이 났어요. 무서웠어요. 나도 그녀처럼 될까봐. 사랑을 할 때 ‘나’를 지켜내기란 참 힘들죠.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어떻게 사랑하는 게 옳은 건지도 잘 모르면서, 지독할 정도로 뜨거운 그 불구덩이 속으로 덜컥 나를 던져버리고는 나를 활활 태우면 그 사람이 빛나는 건 줄 알았어요. 그 사람이 빛나면 내가 행복해지는 건 줄 알았어요. 정작 나는 한 줌의 재가 되어 으스러지고 있는데도,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있는데도.
나무 두 그루를 너무 가까이에 심어놓으면 한쪽이 다른 한쪽에 그늘을 드리워서 풍성하게 자라지 못한다고 해요. 숨이 막힐 만큼 비좁은 거리에 있는 연인들은 서로를 질식시키는 법이죠. 박재삼 시인도 노래하고 있잖아요.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그와 적당한 거리,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세요. 부디 ‘나’를 버리지 말아요.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당신의 모습을 봐요. 슬프지만, 당신은 절대 그가 될 수 없어요. 당신만 아파요. 당신만 다쳐요. 레베카처럼 울어서는 안돼요. 반드시 당신을 지켜내요.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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