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지친 귀향의 노래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

여기 베트남전 파병을 앞둔 세 젊은 친구가 있습니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여자와 이제 막 결혼한 스티븐, 전쟁에서 돌아온 후 예쁜 애인 린다와 미래를 약속한 닉, 린다를 남몰래 마음에 두고 있는 마이클. 철강노동자에, 휴일엔 사슴 사냥을 즐기는 이 마초들은 역시나 ‘마초답게’ 또 다른 친구 액셀의 술집에 모여 스티븐의 결혼식 날까지 술을 마시며 놉니다. 당구를 치고, 사냥에 대해, 여자에 대해 시끄럽게 떠드는 그들의 행복한 술집에서의 한때에, 스탠리 마이어스의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u)'가 흐릅니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 젊은이들의 낭만과, 전쟁이 아닌 곳에서의 현실적 행복을 들려주는 노래라고 할 수 있죠. 길고 긴 결혼식이 끝나고, 마지막 사슴 사냥도 끝나고, 다시 모여 이 노래를 크게 부르며 마지막 파티를 벌이는 다섯 친구들. 유쾌하며 서글픈 그들의 마지막 회합은 누군가 쇼팽의 야상곡 ‘G minor Op.15 제 3번’을 연주하며 숙연해지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피바람이 지난 후, 갖은 고초 끝에 헤어지고 만 세 친구.
영화는 마이클의 시선을 따라 두 친구, 닉과 스티븐을 놓치는 장면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시간이 흐르고 마이클은 멀쩡한 몸으로 건강하게 귀향하지만, 마음이 편할 리 없습니다. 일부러 고향 친구들이 준비한 파티를 피해 모텔 방에 들어선 그는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친구와 헤어진 순간의 판단에 대한 후회, 여전히 남은 린다에 대한 마음, 그리고 또 여러 뜻 모를 감정에 어쩔 줄 모릅니다. “He was beautiful, beautiful. to my eyes…." 그 위로 흐르는 이 서정적인 기타선율 ‘카바티나(cavatina)'는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마이클을 위한, 차분하지만 쓸쓸한 귀향의 노래랍니다. 이 영화는 어쩌면 이 한 장면을 위해 이제까지 달려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이공의 도박장에서 정신을 놓은 채 러시안 룰렛 게임에 목숨을 걸다가 결국 주검으로 돌아온 닉의 우울한 장례가 끝난 후, 마을 친구들은 늘 함께 모여 신나게 놀던 액셀의 술집에서 식탁을 마주하고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를 낮게 읊조립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미식축구의 개회식 때 부르는 노래로, 유명한 어빙 벌린의 이 곡은 힘차게 자부심에 넘쳐서 부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우정만으로는 지킬 수 없었던 친구의 비극, 그래서 자부심 넘치는 이 노래를 낮게 읊조려 불러야하는 이 장면의 아이러니는 전쟁에서의 광기를 드러낸 세 친구들의 연기만큼이나 영화에서 가장 탁월한 부분입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전쟁은 애국심으로도, 휴머니즘만으로도 치유되기 힘든 일이 아닌지요. 이 곡으로 글도 마무리를 지을까 합니다. “God bless America. my home. sweet home."

박수진 학생리포터 treetalks@naver.com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296&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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