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페셜]사랑해 everywhere
| 여기에도 사랑이 있었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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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앞둔 ‘사랑해, 파리’에는 파리에서 피어난 열여덟 가지 사랑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만 눈을 돌려 보세요. 그곳이 어디든 사랑이 피어나고 있을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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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도시 파리를 ‘잊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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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 파리가 당신을 부를 때 (Forget Par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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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이후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활약하던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탈이 연출하고 주연한 이 영화는 말발 무척 센 농구 심판 미키가 유언에 따라 아버지의 관을 파리로 운송하는 매우 영화틱 한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항공사 실수로 관이 행방불명되고, 미모의 직원 엘렌이 ‘짠’하고 나타나게 되는 것이죠. 파리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연애는 그야말로 파리 표 연애, 더 이상 로맨틱할 수 없겠군요. 하지만, 영화의 핵심은 다른데 있습니다.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은 미국에 신혼집을 차리는데 남자는 잦은 출장, 여자는 부적응, 하나 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시작된 합체와 분리의 반복, ‘이건 아니야!’ ‘그래도 너밖에 없는 걸…’을 오가는 지난한 미키와 엘렌의 모습이 원제 ‘파리를 잊다 (Forget Paris)’를 설명해줍니다. 사랑이 모두 ‘파리’에서 같을 순 없으니, ‘파리’를 잊으라고요. 하지만 아직까지 파리 판타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는 파리를 잊기보다 ‘파리’를 재정의 해보렵니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하였건 간에 사랑이 있으면 그것이 ‘파리’라고요. 미키와 엘렌의 마지막 미소를 보면 알 수 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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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 사막 한 가운데서, Calling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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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 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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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줬으면, 그래서 나도 그에게로 가서 그의 꽃이 될 수 있다면,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다면. 쟈스민도 예외는 아녔죠. 하지만 캘리포니아를 관광하던 중 남편과 심하게 다툰 그녀는, 사막 한가운데에 그녀를 덜컥 내려놓은 채 홀로 길을 떠나버린 무심한 남편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어요. 황량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있는 그곳을 정처 없이 걷던 그녀는 외로운 등대 같은 ‘바그다드 카페’를 발견합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빼빼마른 흑인 여인은 신경질적으로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남편을 내쫓고 있었죠. 바그다드 카페엔 맥주도 커피도 없었지만, ‘사람’이 있었습니다. 쟈스민은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뚱뚱하고 초라한 여인이었지만 바드다드 카페에서만은 예외였죠. 어느 날 카페 손님에게 우연히 마술을 보여준 것을 계기로 용기를 내서 계속 마술을 하기 시작한 그녀는 카페 주인 브랜다와도, 카페를 찾는 손님들과도 가족처럼 끈끈한 유대를 나누게 되었으니까요. 물에 잉크가 서서히 번지듯이 쟈스민은 바그다드 카페에 스며듭니다. 누군가가 “여긴 너무 화목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 그곳에서, 사람들 모두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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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타야 해변 아래 슬픔, 아니 기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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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파타야 ?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Last Life In The Univer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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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 가고 싶어 하는 태국인 여자와 태국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일본인 남자. 쓰레기 소굴에 살고 있는 어지러운 여자와 결벽증을 가진 깔끔한 남자. 자유분방하게 슬퍼하는 여자와 말없이 조용한 남자. 동생을 잃은 여자와 형을 잃은 남자.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는 불꽃 튀는 강렬함이 없어도, 언어가 불분명해도, ‘슬픔’이라는 교집합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걸까요?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매일 일본어 회화 테이프를 틀어놓고 일본어를 공부하는 노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마을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요. 늘 새로운 곳을 동경하던 그녀에게 매일 오가는 그 길이 아름다울 리가 있나요. 하지만 거짓말처럼, 켄지가 노이의 집에 머무는 동안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졌고, 절대 메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들의 여집합은 ‘슬픔’이라는 강력한 교집합으로 인해 사라져 갑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 특별하지 않은 지루한 일상도 사랑인 것처럼 말이죠. 두 사람이 함께 차를 타고 태국의 파타야 해변 야자수 나무 길을 지나면서 켄지가 노이에게 말합니다. “아름답네요.” 창에 기대어 바람을 쐬던 노이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하지요. “그렇군요.” 두 사람은 그렇게 행복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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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한 사람들의 도시 프라하로 돌아가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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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 ? 프라하의 봄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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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쾌락을 찾는 남자가 있습니다. 만나는 여자들에게 스스럼없이 ‘옷 벗어’를 내뱉는 토마스의 눈빛은, 영혼은, 공허함에 쫓기고 있었기에 비난보다는 이해가 앞섭니다. 구원의 뜻일까요. 어느 날, 텅 빈 눈 안에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여인 테레사가 들어옵니다. 그가 주문한 꼬냑을 들고 온 이 웨이트리스는 대뜸 ‘오, 이런 재미있는 일이 있나요. 저는 6시에 일이 끝나거든요’라고 또박 또박 말합니다. 이런 용기라면 ‘존재의 가벼움’에 못 이겨 부유하는 토마스를 채워줄 수 있을 거예요. 아니지, 이런. 또 똑같은 실수를 저질렀네요. 사랑은 사람을 바꿀 수 없는 걸요. 급기야 “당신의 태평과 자유를 견딜 수 없어요. 난 약한 사람이니 약한 사람들의 나라 프라하로 돌아가요. 프라하에서 내가 원했던 건사랑 뿐”이라고 적힌 테레사의 쪽지만이 남았습니다. 그녀는 소련군의 침입으로 봄을 빼앗긴 프라하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사랑은 저항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자유로 위장한 텅 빈 공허를 털어내고 토마스는 테레사를 찾아 프라하에 도착합니다. 놀랄만한 일이죠. 시대의 억압,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크나 큰 억압을 이겨내며 다시 서로의 가슴에 얼굴 파묻습니다. 그의 존재를 그녀가, 그녀의 존재를 그가 채웠으니 진정한 ‘happy ever after’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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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볼 수 있다면, 모로코가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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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랄라 샤피아 ? 레이디스 앤 젠틀맨 And now, ladies and gentlem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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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로 기억되는 곳이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직업이 도둑인 발렌틴은 그동안의 생활에 회의를 느끼며 경주용 배를 사서 혼자 세계여행에 떠납니다. 그러나 그의 배는 엉뚱하게도 모로코로 들어서요. 그는 그가 어쩌다 모로코에 도착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거든요. 자기의 애인과 친구가 사랑에 빠진 것을 안 재즈 가수 제인도 똑같은 증상을 겪고 있죠. 그녀는 몸의 병도, 마음의 병도 치료하기 위해 모로코를 찾습니다. 달콤하고 따뜻한 흰색과 크림색으로 가득 찬 모로코는 발렌틴과 제인을 치유하는 곳처럼 느껴집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남녀에겐 언제나 마치 운명적인 무언가가 있어 보이기 마련. 그러나 이 둘의 모로코에서의 여정은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의 며칠 동안의 교감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그곳에 살았던 이들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그리고 모로코에 융화되는 듯한 느낌을 줘요. 파리의 로맨틱함도, 뉴욕의 세련됨도 없는 도시 모로코이기에 가능한 그들의 사랑은 노을 진 바다 위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에서 더욱 빛납니다. “모로코가 좋아요?” “그를 볼 수 있다면요.” 그녀의 대답이, 그녀의 노래가 지금의 제게는 모로코의 전부로 기억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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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는 감미롭고 누구에게는 아픈 그 곳, 시카고 위커 파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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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Wicker Pa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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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미국 시카고. 행복한 듯 걸어가는 한 커플이 보입니다. 잠깐만요. 저건 누구죠? 저기 뒤에, 커플을 눈으로 쫓는 저 여자 말입니다. 아, 알렉스로군요. 제 입으로 이런 비극을 전하게 되어 참 유감입니다만, 알렉스는 사실 저 커플남 매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커플녀 리사의 이웃사촌이자 친한 친구이기도 하죠. 주인공 매튜의 직업을 사진작가로 설정할 만큼 이 영화는 시카고라는 배경에 크게 의지합니다. 매튜와 리사의 사랑이 꽃핀 이 곳은 2년 후, 뉴욕에서 돌아온 매튜가 아무 말 없이 사라져버린 리사를 찾아 헤메는 안타까움을 가을과 겨울 풍경으로 고스란히 담아내기도 하죠. 자, 커플을 따라 이동한 곳은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위커 공원’. 매튜와 리사가 늘 만나던 곳, 그래서, 헤어지던 그 날도 매튜가 하루 종일 리사를 기다렸던 곳, 또 다시 돌아온 매튜가 리사를 애타게 기다리는 장소입니다. 이 위커 공원 외에도 눈 쌓인 시카고의 거리는 그들의 애잔한 사랑에 좋은 배경이 되어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겨울의 시카고는 알렉스에게는 아픈 사랑의 도래를 지켜봐야 하는 잔인한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그들의 사랑은, 알렉스가 매튜에게 먼저 접근함으로써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패자인 알렉스를 철저하게 무시한 채 발전할 수 있었거든요.누구에게는 사랑의 완성, 누구에게는 잔인한 계절을 대변하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속 시카고, 짙은 회색 빛을 띈 이 차가운 풍경은 젊은 연인의 사랑을 더 애절하게, 더 쓸쓸하게 가꿔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버리고 말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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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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