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침, 마늘쫑새우볶음, 도라지오이무침, 상추, 김치, 된장, 고추장돼지불고기, 마늘과 고추,  미역줄기무침, 콩나물, 깍두기, 공기밥, 된장국, 보리차 등이 제공되는 고추장돼지불고기백반을를 2인분 이상 주문을 하면 1인당 3,500원에 먹어줄 수 있는 식당이 구도심의 한 복판인 청계천변에서 영업중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더군다나 주메뉴인 고추장돼지불고기를 제외한 다른 반찬과 국과 밥을 단 돈 3,500원만 지불하면 눈치 안보고 양껏 먹어줄 수 있단다.

평소 파찌아빠가 파찌맛집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지불한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면 그 식당이 바로 파찌맛집’이라고 부르짖었다. 5천원을 지불하고 5천원에 합당한 음식을 맛나게 먹어줬다면 그 식당이 바로 파찌맛집이고, 5만원을 지불하고서도 5만원에 합당하지 못한 음식을 대접 받았다면  그 식당은 겉이 암만 뻔지르르하다고 해도 절대 파찌맛집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즉, 파찌맛집은 절대맛집이 아닌 가격대비 상대맛집이란 주장이다. 파찌아빠가 추구하는 ‘맛’이라는 것도 절대 맛이라기 보다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떤 식으로,  얼마의 비용을 들여 먹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따지는 상대적인 맛이다. 예를 들어 아주 완벽한 맛을 재현하는 유명한 식당에서 1인당 10만원 쯤 하는 식사를 했다고 치자. 헌데 맞은 편에 앉은 이가 사돈이라면 그 맛이 과연 어떻게 느껴질까? 그것도 서로간의 격차(?)가 현격하게 벌어지는 못마땅한 사돈이라면 말이다. (에궁 괜시리 파찌아빠에게 시비 걸지 말고 사돈이라는 단어가 거슬리면 각자가 알아서 다른 단어를 집어 넣어서 읽어라.)

청계천변에 단 돈 7천원으로 둘이서 한 끼 식사를 푸짐하게 할 수 있다는 식당이 있다길래 일부러 찾아갔다. 푸짐한 상차림에 비해 값이 저렴한 대신 1인분씩은 아예 팔지를 않는다고 해서 둘이서 가 봤다. 일부러 찾아 간 식당 앞에는 1980년대의 명절 전날의 기차역 풍경처럼 긴 줄이 세워져 있다. 그 줄의 정체는 순전히 1인당 3,500원이란 비용을 지불하고 그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한 끼 식사를 하고픈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늘어 선 줄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직면을 하고나니 파찌아빠의 셈이 복잡해 진다. 비록 음식값은 3,500원이라지만 거기까지 애써 찾아 간 수고와 밥을 먹기까지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 등등을 비용에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 부럽지 않을 만큼의 나이를 먹다보니 식당 앞에서 줄을 서는 것이 괜시리 어색하다. 어찌할까를 망설이다 근처에서 다른 일을 먼저 본 후에 다시 찾아가니 식당 앞에 늘어서 있던 긴 줄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다. 식당 안을 기웃거리니 마침 막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 손님이 있어 올커니 하고는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몇 명이에요?”
“둘 입니다.”
이것으로 주문이 끝난 것이다. 점심 때 황소고집에 찾아오는 이들은 한결같이 1인분에 3,500원 짜리 점심시간 한정메뉴인 고추장돼지불고기를 먹어주러 오는 것이다. 저녁 땐 비슷한 메뉴인 고추장돼지불고기가 백반에 비해 고기의 양은 약간 추가를 하고, 공기밥은 뺀 채로 4천원 제공이 된단다. 그 외의 메뉴로는 1인분에 9천원 짜리 소곱창구이만 하나 더 있을 뿐이다. 하지만 소곱창구이는 식사꺼리라기 보단 안줏거리이다. 그러니 점심 땐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고추장돼지불고기백반을 먹어준다. 상황이 이러하니 식당측에서도 단순히 인원수를 묻는 것으로 주문을 갈음하는 것이다.
“에게게게~ 이거 뭐 이래?”
“그래도 싸잖아. 그럼 됐지 뭘 더 바래. 한 번 먹어 봐. 제법 먹어줄만 하다니깐...”
앞서 언급했던 음식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헌데 명색이 고추장돼지불고기백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몫으로 제공된 돼지불고기의 양이  너무나 초라했다. 하기사 3,500원 짜리 백반이 오죽하겠는가.
“어라! 요것 괜찮네. 그것도 괜찮고, 저 것도 괜찮고...”
황소고집의 초라한 돼지불고기 보다도 상을 가득 채운 반찬들이 오히려 먹어줄만 했다. 요즘의 식당들에서 제공되는 성의없는 반찬 맛이 아니라 80년대의 식당에서 흔히 먹어줄 수 있는 찬모가 매일매일 만들어 내는 식당의 반찬 맛이다. 그러고 보니 황소고집의 반찬에 꽃게무침, 연두부, 메밀묵, 오징어데침, 감자셀러드 등만 더 내놓으면 영락없는 1980년대의 고깃집 상차림이다. 반찬이 먹어줄만 해서 열심히 집어 먹다보니 금새 반찬이 동이 났다. 그러자 파찌아빠를 황소고집에 데려 온 인물이 벌떡 일어나더니만 빈 반찬그릇을 들고 식당 안쪽으로 들어가서 직접 반찬을 담아왔다. 황소고집에선 밥이나 반찬이 부족하면 알아서 양껏 가져다 먹으면 되는 시스템이다. 한 마디로 밥과 반찬 인심이 후한 식당이란 말씀이다. 돼지불고기를 먹어주는 것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점심 때 한 끼 식사를 잘 먹어주는데 방점을 찍는다면 청계천변의 항소고집은 좋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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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정보 : ‘황소고집’ 찾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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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는길 :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철동 11-11. 02-722-5747. 청계천3가에 있는 삼일빌딩에서 청계천2가 방향으로 청계천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길가에 있다. 청계천을 사이에 두고 한화빌딩과 마주 보고 있다.

2. 메뉴 : 사진참조. 얼굴마담인 고추장돼지불고기백반은 18시 이전에만 주문이 가능하다.그것도 2인분 이상만 주문을 할 수 있다.
 
3. 총평 : 가격이나 제공되는 음식만 놓고 보자면 딱 파찌맛집의 정의에 부합하는 맛집이다. 파찌아빠는 3,500원이 하나도 안 아까웠다. (솔직히 파찌아빠더러 이런 식으로 식당을 운영하라고 하면 불가능이다.) 헌데 친절하지는 않은 식당이다.
 

4. 파찌아빠 따라먹기 : 고추장돼지불고기백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기에 소곱창구이에 대한 궁증증도 모락모락 피어나서 저녁 때 다시 들렸었다. 헌데 그 날이 마침 추석연휴를 앞 둔 시점이라 소곱창을 아예 준비해 놓질 않았단다. 결국 못먹고 돌아서 나올 수 밖에...
 
 
<파찌아빠 유비>

 

 

http://blog.empas.com/pazziabba/read.html?a=16029316&c=46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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