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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단어를 여러 번 되뇌면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돈다. 모든 불안을 잠식시키는 원초적인 세계를 어머니의 자궁에 비유하듯 세상 모든 풍파에 지친 영혼은 모성으로 회귀하면서 안정을 찾는다.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넓은 엄마의 사랑 앞에서는 누구든 작아질 수밖에 없다. 7살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상은(강혜정)을 홀로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야 하는 엄마 현숙(배종옥)의 눈물겨운 사랑이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자폐를 가진 아이와 엄마의 사랑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영화 ‘허브’는 ‘말아톤’과 상당부분 겹친다. 다만 ‘말아톤’이 5살 지능을 가진 스무 살 청년의 마라톤 완주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반면, ‘허브’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어머니와 자폐를 가진 딸의 이별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신파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다. 색깔로 비유하자면 ‘말아톤’은 산뜻한 연두색에 가깝고 ‘허브’는 쓸쓸한 슬픔의 빛을 내뿜는 코발트블루에 가깝다. 물론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색감은 밝고 깨끗하다. 아주 맑은 날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처럼 선명하고, 순수한 7살 소녀의 비밀상자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다만 이야기 전개가 비약적이고 장면 장면마다 생략이 많아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만 옹기종기 모아놓은 동화책에서 ‘그 뒤로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부분을 보는 것 같다. 물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메마른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영화지만, 너무 달고 예쁘기만 해서 쉽게 질린다. 현실적으로 자폐아가 부모로부터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해 홀로 선다는 것은 극중 상은이의 일처럼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영화 ‘말아톤’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자폐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에 비례해서 자폐아를 위한 치료환경이 개선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감동과 눈물을 위한 영화의 소재로 그치기엔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영화가 부푼 희망이나 과장된 판타지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쯤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