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외톨이 루돌프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
|
 |
창밖을 봐요. 오색 빛이 찬란한 거리거리에 성탄 빛이 한창이에요. 사람들의 발걸음이 참 분주하군요. 트리를 장식하고, 선물을 사고,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겠죠. 해마다 이맘때면 ‘이 세상에 과연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외톨이 루돌프 같은 제 눈엔 행복해지기 위해서 조바심 내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이거든요. 또 한 해가 가고, 또 한 살 더 먹는다는 걸 실감하니까 슬프기만 한데 말이죠. 그래서 항상 크리스마스엔 잃어버렸던 것들을 주섬주섬 챙기게 되고, 잊혀져가는 뭔가를 자꾸만 붙들고 싶어지는 건가 봐요.
그러다 문득 ‘작은 아씨들’이 떠올랐어요. LP판의 지지직거리는 소리나 먼지가 뽀얗게 쌓인 헌책 특유의 종이냄새처럼, 세월의 흔적 머금은 참 좋은 영화잖아요. 루이자 메이 올코트의 자전적 소설이자 네 번 씩이나 리메이크된 영원한 고전! 1933년에 캐서린 헵번 주연으로 처음 영화화된 작품이 각본과 연기 모두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오늘 소개할 1994년도 작품 역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답니다. 위노나 라이더, 클레어 데인즈, 커스틴 던스트, 크리스찬 베일 등 호화 출연진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 치즈케이크처럼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워요. 게다가 영화음악의 거장 토마스 뉴만의 서정적인 음색은 장면 장면마다 유연하게 변주하면서 영화와 완벽하게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답니다. 베쓰가 죽고 나서 조가 베쓰의 비밀 상자를 열어볼 때 흐르던 ‘베쓰의 비밀(Beth’s Secret)’이나 조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엔딩장면에 흐르던 ‘언더 더 엄브렐러(Under The Umbrella)’ 같은 곡들을 보세요.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황홀하잖아요.
남북전쟁에 참전 중인 아버지에게서 편지가 온 날 밤, 네 자매가 베쓰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크리스마스캐럴 ‘덱 더 홀(Deck The Hall)’을 부르던 장면 기억나세요? 엄마가 딸들의 볼에 차례차례 입을 맞추며 ‘잘 자라,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속삭이던 그 장면이요. 성홍열을 앓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베쓰에게 가족들이 피아노를 선물했을 때에도 모두들 이 캐럴을 부르며 행복해하잖아요. 그 때 방 안을 가득 채우던 작은 아씨들의 따뜻한 노랫소리가 전 정말 좋았어요. 그들의 행복에는 거짓됨이 없어 보였거든요.
“축배를 들어요 모든 것이 아름다워요 사랑과 기쁨을 드려요 당신의 잔에도 신의 축복을 그리고 해피 뉴 이어” 반짝이는 코를 가진 외톨이 루돌프라도 작은 아씨들의 노랫소리와 함께한다면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 벌써 눈치 채셨어요? 이 영화가 당신을 위한 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거. |
|
|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226&Sfield=&Sstr=&page=2&cate_news=mov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