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좋으면 그냥 좋다고 그래
| ‘팡팡(Fanfan)’의 팡팡과 알렉상드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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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까 거리는 환한 불빛으로 반짝거리고, 애정을 과시하는 커플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끊이질 않는군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작년처럼 TV앞에 멀뚱멀뚱 앉아서 스토리 줄줄 외는 ‘나 홀로 집에’와 데이트할 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리는 사람들에겐 서러움의 시작을 알리는 불길한 징조겠지만요. 예전에 ‘늘 사랑에 실패하는 여자들의 열 가지 타입’에 관한 내용의 소설책을 읽었던 적이 있어요. 정말 비참하게도 열 가지 항목 중 상당수가 현재의 저의 모습과 일치하더군요. 이를테면 ‘늘 들어주는 역할이다’ ‘실수하고 싶지 않다’ ‘밤의 버스를 좋아 한다’ 같은 것들에서요. 사실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은 열이면 열 주변에 남자가 없다는 핑계를 대요. 아니면 눈이 높기 때문에 적당한 사람을 못 찾았다면서 알량한 자존심 챙기거나, 시간도 없고, 연애 하면서 밀고 당기는 거 피곤해서 못해먹겠다는 맘에도 없는 말로 위안을 삼죠. 그런데 영화 ‘팡팡’을 보면서 문득 사랑이라는 게 때론 참 피곤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좋으면 좋다고 말하면 그만인 것을, 뭘 그리 재고 따지고 계산하고 복잡하게 머리 굴려야 하는 건가 싶어서요. 팡팡과 알렉상드르는 분명 서로에게 끌리고 있어요. 그런데도 알렉상드르는 팡팡과 데이트할 때 키스는 커녕 그녀의 손조차 잡을 생각을 안 해요. 참을 수 없이 매력적인 팡팡이 섹시한 몸매를 무기삼아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유혹하는데도 ‘우린 아름다운 우정을 가진 친구 사이’라는 말로 와장창 산통을 깨죠. 그러면서 뒤로는 안절부절 못 하는 꼴이 얼마나 우스운지 몰라요. 팡팡이 세 들어 살 집에 무단 침입해서 수상한 동거를 시작하지 않나, 팡팡에게 눈멀어 약혼녀까지 버렸으면서도 팡팡은 ‘우정’이라고 허벅지 꼬집어가며 세뇌를 시키지 않나.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은 팡팡은 급기야 결혼한다는 연극까지 해대며 알렉상드르의 질투심 유발 작전에 돌입하잖아요. 오, 가련한 여인이여! 이 모든 영화 속 장면들을 아우르는(이 영화 최고의 매력이기도 한) 오프닝 시퀀스를 보면 새빨간 배경에 검은 실루엣의 남녀가 등장해서 껌 같은 것을 입에 물고 가까이 다가왔다 저 만치 멀어졌다를 수차례 반복하거든요. ‘밀고 당기기’의 상징이랄까. 아무리 연애가 기술과 능력을 필요로 하는 프로페셔널한 게임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골치 아프지 않아요? 우리 좋으면 그냥 좋다고 말하자고요. 그건 헤픈 게 아니에요. 다만 솔직할 뿐이죠. 아무리 사랑이 우리를 미화시키고 왜곡시키는,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라고 해도 우린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어요. 그러니 지겨운 밀고 당기기나 눈치작전 따위는 이제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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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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