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페셜]저 이제 독립할래요
| 세계는 시간과 공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세계, 저의 세계, 영화의 세계 모두 시간과 공간을 읽다보면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죠. 오늘은 그 중에서도 영화 속 공간을 파고들었습니다. 이번 방학엔 영화를 따라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의 새로운 경험 어떠세요? 그 계획을 응원할 겸 대학내일 문화팀이 먼저 떠나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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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만큼은 연약한 날 용서해줄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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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이카나이로부터 온 편지’의 후키 ニライカナイからの手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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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동경에 있어도 말야 왠지 시간만이 ‘앗!’ 하는 순간 지나가 버리는 느낌이고, 종종 나 뭘 하고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 왜 여기에 있나 싶기도 해. |
할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문 사진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도쿄 행 열차에 몸을 실었어요. 힘든 어시스턴트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수개월 째. 이제 어지간한 잔심부름에는 도가 텄고, 웬만한 잔소리들에는 무신경하게 반응할 만큼 적응도 됐죠. 그래요. 내가 원해서 왔어요. 가라고 등 떠민 사람도 없는데 내 발로 내가 왔어요. 처음엔 모든 게 완벽할 줄 알았단 말예요. 왜냐면 나에겐 절대적인 신념이 있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내가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철썩 같이 믿었으니까. 짐을 꾸려 정든 집을 떠나면서 처음 느꼈던 흥분, 기대와 떨림, 과열된 용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 빛을 잃어갔어요. 현실은 무거웠죠. 하루하루가 고된 일상이었어요. 세상이 내 맘처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그럴 때마다 내가 꿈꿔왔던 모든 것들이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처럼 희미해져만 갔죠. 내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거라고,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어요. 그렇게 악착같이 눈물을 참았어요. 하지만 고단한 몸과 외로운 마음이 날 자꾸 연약하게 만드는 걸 어떻게 해요? 연락도 없이 찾아온 고향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동안 감춰왔던 여린 마음이 불쑥 고개를 내미네요. 내일이면 사그라질 마음이고 취기 어린 앙탈이라는 걸 잘 알아요. 그래도 오늘 만큼은 날 용서해 줄래요.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일일까’ ‘내가 왜 여기에 있을까’ 고민하면서 충분히 힘들어할 수 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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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거짓,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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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모스트 페이머스’의 윌리엄 Almost Famo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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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재밌었어요.
널 멋진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니까. 하지만 내가 봐서 아는데 넌 안 멋져. 잘 생긴 사람들은 알맹이가 없고 그들의 예술은 오래 못가. 그들은 여자를 얻겠지만 우리는 똑똑하지. 네가 그들을 친구로 생각하는 건 알지만,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면 정직하고 잔인해야해. | 록큰롤에 심취한 15세 소년 윌리엄은 우연한 기회에 록 매거진의 편집장이자 저명한 록 비평가 레스터를 알게 되었고, 신인 뮤지션 ‘스틸워터’의 투어에 동행하면서 롤링스톤지의 특집기사를 작성할 것을 명 받습니다. 록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뮤지션에 대한 일방적인 동경은 술, 마약, 여자로 들끓는 그 둔탁한 세계를 꿈과 환상의 나라로 왜곡시켰죠. 엄마의 암묵적인 허락 아래 투어가 시작됐지만 윌리엄은 엄마의 전화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라는 훈계와 강요가 계속됐죠. 엄마의 표현대로라면 지금 윌리엄은 ‘때 묻은 가치와 썩은 뇌세포가 판치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으니까요. 시간이 흐르면서 윌리엄은 그들과 매우 가까워지지만, 동시에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심각한 혼란에 휩싸입니다. 유명해지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보다 더 슬픈 건, 비행기가 난파되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아주 위급한 순간, 그런 막다른 삶의 모서리에 다다라서야 진실을 쏟아 붓는 거짓으로 점철된 그들의 삶이었으니까요. 비로소 그는 깨닫습니다. 자신은 롤링스톤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유명밴드가 아니라 ‘음악의 어떤 점을 사랑 하는가’라는 물음에 “To begin with…, everything”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진정한 뮤지션을 원했다는 것을. 윌리엄은 평범한 15세 소년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엄마로부터,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한 뼘 더 성장했음이 분명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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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ttersweet Yo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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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그레이프’의 길버트 What’s Eating Gilbert Grap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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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한 살 길버트의 삶은 별 볼 일 없습니다. 지루한 일상에서 처박혀 사는 길버트는 그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캠핑족들을 부러워하며 일탈을 바랄 뿐이죠.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짐은 바로 가족이에요. 자살한 아버지, 그로 인해 걸식증에 걸린 거구의 어머니, 열여덟살 생일을 넘기지 못할지도 모르는 정신박약 남동생 어니, 집안일은 쳐다보지도 않는 철부지 여동생 엘렌 등. 점차 무너져가는 집처럼 길버트에게 가족은 이토록 버거운 짐인데, 그가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전국을 자유롭게 떠도는 소녀 베키를 만나면서 길버트의 삶도 희망으로 점차 변화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살아계시면서 사랑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가 영원히 그의 곁을 떠나고, 무너질 것만 같던 집도 불태워버립니다. 이제 길버트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어요. 하지만 그 때문에 그는 어쩌면 긍정을 꿈꿀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상실이 비로소 그에게 자유롭게 새로운 세계를 향할 수 있는 건강한 희망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죠. 길버트는 열아홉 살이 된 어니, 사랑하는 베키와 함께 ‘웃으며’ 떠납니다. 마을을 떠나는 그들의 모습은 영화의 처음 시작과 같은 구도로 보여집니다. 길버트는 희망의 세계로 떠나고 있는 것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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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게 말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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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보이’의 바비 The Waterbo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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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이 좋아요! 난 풋볼을 할 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예요! 그녀도 만날 거예요!
바비 부쉐! 지금 엄마한테 말대답 하는 거야? | 서른 한 살 먹은 바비 부쉐는 미식 축구 선수들에게 양질의 물을 공급하기 위해 까다로운 수질 검사도 마다하지 않는 프로페셔널 워터 보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무시하는 괴물같은 선수들과 거만한 감독은 급기야 바비를 해고하기에 이르는데, 이게 웬걸! 그의 엄마는 이 슬픈 사실을 무척이나 환영합니다. “바비, 이제 워터 보이는 그만두렴. 하루 종일 엄마와 있자.” 그의 엄마는 오래 전 남편에게 버림받고 세상이 무서워 아들과 함께 숲 속에 숨어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아들이 학교에 가는 것도, 직장을 갖는 것도,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모두 무섭습니다. 착한 아들 바비에게 한 가지 사건이 벌어지는데, 어느 실패한 미식축구감독이 바비에게 뛰어난 능력을 발견, 선수로 뛸 것을 권유합니다. 이 팀은 대학소속이어서 대학생이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죠. 영화는 이때부터 ‘루저들의 합창’을 보여주려 애쓰는데 여전히 그의 엄마가 문제군요. 집착은 분노, 협박으로 이어집니다. 타고난 코미디언 아담 샌들러 주연의 이 영화는 웃음으로 가득 차 있지만 ‘부모로부터 어떻게 정신적인 독립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훌륭한 예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엄마의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았던 바비는 오랜 시간동안 엄마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지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생기자 드디어 반항을 감행합니다. 엄마는 한동안 소리를 지르지만 결국 그런 아들을 응원하게 됩니다. 바비의 용기가 스스로의 정신적 독립과 동시에 엄마의 정신적 독립을 이뤄낸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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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볼 만 하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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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니쉬 아파트먼트’의 자비에 L’Auberge Espagno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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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난 1년 여정으로 스페인에 가기로 결심했다. 전엔 확신하지 못했지만 이젠 그 점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고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스페인으로! |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안정된 미래를 보장 받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거칠고 혹독한 훈련을 해야 되지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친구들이 태평양 건너 머나먼 나라로 가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드디어 이 친구가 오는 구나 싶으면 이번엔 또 저 친구가 간답니다. 다들 취업준비에 졸업준비에 너무 너무 바빠요. 프랑스 대학생 자비에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오면 재경부에 취직시켜주겠다는 아버지 친구 분의 권유에 스페인 행 비행기를 탑니다. 사실 그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지만 ‘미래보장형 직장’을 위해서 현실적인 선택을 한거죠.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한 서류 작업에만 3개월이 걸렸고, 사랑하는 여자친구 마르틴도 두고 떠나야 합니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을 가장 겁에 질리게 하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언어, 문화, 생활방식, 모든 게 다른 곳에서 혼자 일궈나가야 하는 나날들인걸요.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 있는 이유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에요. 우리와 같은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 날아온 친구들 웬디, 알렉산드르, 토비아스, 라스, 이자벨, 솔레다드와 함께 고주망태가 되도록 취하고 싸우고 웃다보면 어느 새 알게 될 거에요. 그곳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밝은 미래’를 위한 조건적 여정이 아닌, 스스로를 시험하고 더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성숙의 과정이라는 것을요. 덧붙이자면, 우리의 주인공 ‘자비에’에게는 진정 원하는 일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네요. 어때요, 떠나볼 만 하지 않은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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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참에 싹 정리하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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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씽 엘스’의 제리 Anything El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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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살라고 충고하는 사람들이 많지. 이래라 저래라 말들도 많아. 그럴 땐 맞장구만 쳐주고 너 내키는 대로 해. 독창적인 글을 쓰려고 애쓰되 표절해야 한다면 최고를 따와. 인간들과의 관계보다는 언제나처럼 나 자신을 믿고 사는 게 안전해. |
사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이어서 어떤 것이 옳다고 할 수 있는 게 과연 있나 싶어요. 그렇다면 문제는 누가 더 그럴 듯하게 설득시키느냐에 달려있는데, 풍자의 대가 우디 알렌의 접근 방식은 조금 특이해요. 비이성적이고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그를 떠올리니 벌써부터 웃음이 나네요. 그가 영화 속에서 늙은 코미디 작가 도벨로 변신해 젊은 작가 제리에게 하는 말을 들어볼까요? 황당 그 자체 입니다. 자기방어를 해야 한다면서 총을 사라고 권하고, 매니저와 결별 할 것을 종용하고, 여자친구와도 헤어지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모든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자기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가서 일하자고 하네요. 그래서 다 정리했는데 정작 도벨은 일을 저질러서 같이 떠나지도 못해요. 그런데 더 우스운 건 말 많고, 말썽 많은 도벨의 말을 듣고 싶다는 거예요. 원래 사람을 떠나지 못하는 성격인 제리가 설득을 당한거죠. 그가 어리버리한 면이 있어서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험난한 세상, 자기 자신을 믿고 행동하라는 말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많잖아요. ‘나’를 믿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주위사람들에게 의지하는 건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어요. 누구에게나 홀로서기를 하는 건 어렵고 두려워요.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사는 게 다 그렇죠, 뭐’라는 이 한마디에 숨어서 힘내는 수밖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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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내일 문화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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