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페셜]영화 찾아 떠난 여행 로케이션 답사기

세계는 시간과 공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세계, 저의 세계, 영화의 세계 모두 시간과 공간을 읽다보면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죠. 오늘은 그 중에서도 영화 속 공간을 파고들었습니다. 이번 방학엔 영화를 따라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의 새로운 경험 어떠세요? 그 계획을 응원할 겸 대학내일 문화팀이 먼저 떠나봤습니다.
여기가 연인들의 길이라고요?
‘아는여자’의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길
은행나무길
와~ 세상이 노랗다. 표지판에는 '남이섬은 겨울을 일찍 맞기 때문에 낙엽들이 이미 졌지만 관광객들의 가을을 위해 특별히 서울에서 가져온 낙엽들입니다.'
장진식 로맨틱 코미디로 마니아층까지 형성한 ‘아는 여자’를 높게 뻗은 나무들 사이에 서서 돌이켜보니, 장진 감독의 영화중에서 판타지를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 가란 말이야!”를 울부짖던 모 음료 광고를 패러디했던 첫 시퀀스는 단연 압권이었죠. 주인공 치성의 격정적인 이별장면이 비루하기 짝이 없는 현실 속 ‘판타지’인 것이 드러나면서 웃음을 참을 길 없었는데, 또 한 가지 웃긴 사실은 바로 이곳이 ‘겨울연가’의 ‘샤방’한 로맨스가 펼쳐졌던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길이라는 겁니다. 남이섬 안에 여러 가지의 길, 시원하게 뻗은 중앙 잣나무길, 강가로 이어지는 굽이진 길, 은행나무 가득한 은행나무 길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인들은 유독 메타세쿼이아 길로 모여듭니다. 가만히 길 위에 서 있다 보면 이것이 ‘겨울연가’의 영향이라기보다 공간 자체가 가진 매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른 길들에 비해 좁은 폭, 저 멀리 강가가 보이는 위치, 메타세쿼이아 나뭇잎이 가진 특유의 빛바랜 색깔 등 뭔가 현실적이지 않은 아름다움이, 낭만의 힘이 이곳에 있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위해 공간의 힘을 배신한 것을 장진의 힘이라 할 만 합니다. ‘아는 여자’에서 이곳은 푸른빛의 울창한 나무들이 막 옅은 홍갈색으로 단풍들기 시작한 때였기에 늦가을, 서늘함이 느껴지는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거든요. 판타지 시퀀스에서 여자를 향해 치성이 한 움큼 집어던지는 솜이불처럼 수북이 쌓인 붉고 푸른 낙엽들마저도, 완전히 토라져 비꼬는 말 잘도 던지는 현실 시퀀스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신합니다.
친구가 되는 길
‘방문자’의 남이섬 강가 숲길
‘방문자’에 나온 남이섬의 길은 선착장에서 내려 입구에 발을 들여 놓자마자 왼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강가 숲길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겨울연가’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찾아 중앙가로수 길로 가는 것과는 다른 노선이죠. 덕분에 북적북적한 곳에서 멀리 떨어져 조용한 분위기를 만끽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한 쪽으로는 북한강이 잔잔히 흐르고 키 큰 나무 사이로는 햇살이 스며듭니다. 그러나 이 길은 다른 길에 비하면 그저 수수할 뿐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방문자’와 이 길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유입니다. 만약, 말라깽이 성격 파탄자 ‘호준’과 순수 멀끔한 여호와의 증인 ‘계상’이 낭만 넘치는 메타세쿼이아 길이나 화사한 은행나무 길을 걸었다면 아마도 매우 부담스러웠을 테죠. 게다가 길을 걸으며 나누는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솔직한 대화와 대립은 꽤나 의미가 큽니다. 애정이 있는 사이만이 솔직한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그건 ‘우정’의 일보 전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지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것. 대립은 있되 갈등은 없는 것. 그것이 친구가 되는 과정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이 길은 친구가 되는 길이네요.
그리움이 넘나들 만큼의 거리
‘와니와 준하’의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남이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걷게되는 중앙 잣나무길. 하늘에 닿아있는 잣나무들이 늘어선 길은 섬 내에서 가장 길고 넓다.
와니는 이복형제인 영민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서둘러 떠나야했죠. 사랑했기 때문에, 간절했기 때문에. 갑작스레 유학을 결심한 영민을 아버지 차로 배웅하던 길, 와니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손바닥 가득 바람을 느낍니다. 잠시 뒤 창문을 꼭 닫은 와니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지점에서 끝내 그녀의 복잡한 심경을 뱉어내고야 마는데요, “같이 가고 싶어요. 영민이를 좋아해요. 아니, 사랑해요.” 와니의 이 거침없는 고백은, 아니 그 순간 와니가 품었던 금기와도 같았던 애절한 마음은 이 장면이 촬영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참 많이 닮았습니다. 잘 포장된 도로를 시원스럽게 내달리는 차의 속도는 영민을 향해 주저 않고 달려가는 그녀의 마음이었고, 꼬불꼬불하거나 언덕은 찾아볼 수 없는,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도로의 모양은 그녀가 내뱉은 말이 영민이와 아버지에게 어떠한 감정의 장애물 없이 곧바로 전달됨을, 막아낼 공간도 핑계도 없이 문자 그대로 의미가 되어 심장에 콕 박혀버리는 순간을 잘 표현해냅니다. 하늘을 향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뻗어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은 손 내밀어도 닿을 수 없는 영민과 와니의 거리감, 늘 일정한 간격과 경계 속에서 서로를 지켜봐야하는 그들의 운명을 암시하는 것만 같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옷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담배를 찾다 나무 기둥에 ‘쿵’ 하고 차를 부딪쳤고, 영민은 먼 길 떠나 돌아올 줄 몰랐고, 와니는 첫사랑의 편린만을 조용히 끌어안고 살게 되었죠.
삶을 오롯이 품고 있는 우주적 공간
‘가을로’의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가을로’의 민주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탓에 전국 산천을 누빕니다. 눈앞의 풍경이 하나같이 아름답고 아까워 사진으로나마 사랑하는 현우에게 보여주려 열심입니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도 그 중의 하나였죠. 1970년대 초반 정부의 가로수 조성 사업을 계기로 만들어진 8.5km의 이 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꿈의 드라이브코스’라 불리며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메타세쿼이아라는 나무는 1억 년 전 백악기 공룡시대 화석에서도 발견돼 ‘살아있는 화석나무’라는 별명을 가졌습니다. 굴곡진 몸통과 듬성듬성 드러난 황토색 속살, 계절 따라 옷 갈아입는 파스텔 톤의 작은 잎까지, 오랜 생명의 힘을 묘하게 내뿜는 이 마법의 나무가 20m에 달하는 키를 자랑하며 늘어서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어느 가을 날 나무들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려 만들어 준 이 공간에서 민주는 시간의 역사를, 끝이 보이지 않는 미래의 시간들을 발견했을 겁니다. 이 긴 길이 지루하거나 막막하지 않고 설레는 것은, 현우와 사랑하며 걷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요. 훗날, 민주는 길 위에서 사라져 전혀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그녀를 잃은 현우는 그녀가 남긴 자취를 따라 메타세쿼이아 아래 도착합니다. 그리고는 걷기 시작합니다. 이 우주적 공간 안에는 모든 시간이 있으니 민주도 함께일 거라고 용기를 냅니다. 그렇게 그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Tip! Tip!
어딘지 모를 때는…
한국영상위원회 홈페이지
강가 옆 구비진 길은 또 다른 분위기.
키 높은 갈대까지 무성하다.

영화 촬영지를 찾아 떠나고 싶다면? 간단하다. 각 영상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산천은 물론이요, 작은 카페 가정집까지 자세한 로케이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내에는 영화 및 영상매체의 로케이션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9개의 영상위원회가 있고, 이들이 모여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를 이루고 있다. 올해의 이슈작이라고 할 수 있는 ‘괴물’은 서울영상위원회의 업무지원을 받은 경우다.

한국영상위원회협의회 www.kfcn.or.kr
경기영상위원회 www.ggfc.or.kr
경북영상위원회 www.gbfc.or.kr
대전영상위원회 www.djfc.or.kr
부산영상위원회 www.bfc.or.kr
서울영상위원회 www.seoulfc.or.kr
인천영상위원회 홈페이지 준비중
전라남도영상위원회 www.ndfc.or.kr
전주영상위원회 www.jjfc.or.kr
제주영상위원회 www.jejufc.or.kr


대학내일 문화팀 · 사진 김준성 학생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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