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어쨌든 피가 물보다 진하니까요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

해마다 추석 때면 TV에 신동들이 대거 출연해 그들의 천재적인 재능을 뽐내곤 하죠. 그런데 그 아이들 대부분은 예상과는 다르게 매우 평범하게 자라난다고 해요.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어떤 충격이나 상처가 있었겠죠? 아니면 사회적인 원인이 있거나. ‘로얄 테넌바움’의 세 천재 아이들 채스와 마고, 리치처럼 말예요.
‘로얄 테넌바움’은 웨스 앤더슨 감독 영화 역사상 가장 호화스러운 출연진을 자랑합니다. 벤 스틸러, 기네스 팰트로우, 루크 윌슨이 각각 테넌바움 가문의 세 천재 자녀 역할을 맡아 열연했는데 워낙 독특한 캐릭터들인지라 매력이 철철 넘쳐요. 부동산 투자 전문가, 극작가, 테니스 선수로써 두각을 드러내던 세 아이들은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 됐어요. 결정적인 원인은 부모의 이혼 때문이었죠. 그래서일까요, 비틀즈의 전설적인 명곡 ‘헤이 쥬드(Hey Jude)’가 흐르는 가운데 세 아이들의 유년시절 활약상이 펼쳐지는 프롤로그 부분은 굉장한 아이러니에요.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는 마고와 리치의 특별한 관계를 통해 부각되어 드러나는데, 입양된 딸인 마고와 아들 리치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기 때문이죠. 엄밀히 말해 친남매는 아니지만, 그래도 엄연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한 결과는 참혹했어요. 자살 기도였죠. 리치가 “내일 자살해야지”라는 대사를 내뱉자마자 무섭게 난도질된 리치의 손목이 클로즈업되는데, 이 때 엘리엇 스미스의 ‘니들 인 더 헤이(Needle In The Hay)’가 흐르며 절망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 장면은 유독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힘겨워요. 게다가 영화가 만들어지고 2년 후에 엘리엇 스미스가 자살을 해버렸으니, 이 장면이 그의 죽음을 예견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어 더욱 슬퍼지는군요. 곧이어 리치가 한밤중에 버스를 타고 홀연히 떠나가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이 때 청량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함께 흐르는 닉 드레이크의 ‘플라이(Fly)’도 정말 인상 깊어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스테파니 세즈(Stephanie Says)’, 밥 딜런의 ‘윅웜(Wigwam)’,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Gymnopedie No.1)’는 물론 비치보이즈의 명곡들도 영화 곳곳에서 그 매력을 어김없이 발산하고 있고요.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아버지는 화해와 용서를 구합니다. 불치병으로 가장해 동정심 자극하면서 원맨쇼를 벌이시는 모습이 조금 가련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천재적인 재능이야 옛 말이 됐다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미워할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피는 물보다 진한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우리들도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기 전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받은 상처, 눈물 다 지우고 사랑한다고 말해 보는 건 어떨까요.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요.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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