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란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단지 엷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어 그것으로 위로 삼을 뿐이다. 저들의 슬픔에 비하면 나의 슬픔이란 이 얼마나 치졸한 것인가. 근거도 없고, 저들처럼 부조리함에 뿌리를 둔 것도 아니다. 그저 멍하게 지나간다. 다만 어느 쪽이 대단하게 깊다 할 수는 없다. 모두 공평하게 이 광장에 있다. 애인은 아무리 사이가 좋았던들 애인에 지나지 않는다. "왜이렇게 어질러놨어? 하룻밤 자는 건데.."마사히코가 물었다. "지금 짐 싸고 있으니까 그렇지. 무턱대고 다 쑤셔 담아 왔거든. 다 꺼내서 다시 싸고 있는데, 마구 쑤셔 담았을 때는 다 들어갔던 게 왜 접고 정리하니까 들어가지 않는지, 그걸 생각하고 있는 거야." "더러워질 텐데요." 안그래도 더러운데, 란 말은 못하고 코피와 눈물을 닦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가져요."라고 말하고 그녀는 나갔다. 그 멋없는 친절함에 가슴이 메어 나는 정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전혀 불륜 체질이 아니었다. 자기 체질이 아니라는 것은 해보지 않고서는 잘 모른다고 하는데, 정말 그랬다. 인생은 수많은 사건의 연속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주변에서는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길밖에 없다. 실제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만이 사랑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다. 남편을 보고 비로소 옷이란 사람이 필요해서 입는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멋지게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이 멋지기 때문일 뿐, 옷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럴 만큼 남편의 몸짓에는 설득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