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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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 이해가 되지 않아 별로라고 했따. 나는 그녀의 소설이 가벼워서 좋다. 불륜을 다루고 있지만 그 느낌이 푹 꺼지는 듯한 어두움이 아니라 한없이 나풀거리는 가벼움이라서 좋았다. 그래서 가오리의 책을 그 감성을 끝없이 느끼고 싶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가오리의 소설은 많이 읽었지만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나 찾아봤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를 비롯해서 몇 작품이 있었다. 소설이라고 생각했던 몇 권의 책이 에세이였다. 그만큼 에세이와 소설의 구분이 그렇게 확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모르고 읽으면 그냥 소설인가 싶을 정도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번 책은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에쿠니 가오리만의 여행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에게나 여행이라는 단어는 설레는 단어가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쉽게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더 여행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잠깐이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이 평범한 그리고 약간은 지겨운 루틴을 떠날 수 있는. 일 때문에 또는 강연 때문에 그리고 또 개인적으로 떠남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는 작가만의 감성이 풍부히 넘쳐난다. 파란색의 새벽인지 밤인지 모를 색감에 달빛처럼 보이는 빛이 비추는 숲을 지나가는 기차. 기차 여행이 가장 좋다던 본문이 생각나는 그런 표지다.

비는 싫지만 노천탕에서의 비는 좋다던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나도를 외쳐본다. 경험이 있다. 일본의 호텔의 노천탕이었다. 비가 오던 날이었고 기분 좋음을 느꼈던 때였다. 그래서 작가의 글에 너무나도 빠져들었다. 여행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 것이 가장 베스트이지만 비오는 날의 노천탕은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다.

'가고시마의 묘소는 언제 가봐도 묘소가 폭발힌 것처럼 화려하다'는 문구에는 엄마가 계신 곳이 생각났다. 평온의 숲이라 이름 붙여진 그곳의 야외는 정말 작가의 표현 그대로 폭발하듯이 화려하다. 떠난 사람이야 알까 마는 남은 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떠난 사람을 생각하며 가장 이쁜 것으로 장식을 해둔다. 그러니 점점 화려해질 수밖에. 실제로 가고시마를 가본 적은 있지만 그곳의 묘지는 가본 적이 없어서 궁금해진다.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살아 있을 때 여행을 하던 사람이라면 뒤에 남은 사람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여러 장소에 가서 많은 것을 보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139p

작가는 아버지가 기념으로 가져오신 잔을 보면서 아버지의 여행을 생각했다. 내 엄마는 많은 곳을 다녔었다. 그 와중에 잘못된 여행사를 만나 돈도 잃고 여행도 가지 못했던 때도 있었고 가이드가 배를 놓쳐서 일정에 없던 캐나다와 일본을 돌아온 적도 있었다. 그래도 늘 엄마는 여행을 고파했다. 아직 남미도 아프리카도 인도도 가보지 못했다고 했었다. 지금은 어디든 마음껏 가보았겠지. 작가의 글이 나에게 조금은 위안을 가져다 준다. 엄마는 여행을 하면서 기념품을 사는 걸 좋아했었다. 엄마가 샀던 이쁜 장식들과 커피잔과 스카프 들이 남아서 내 눈요기감이 되어 준다.

작고 얇지만 내 소중한 책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늘 그러하다. [반짝반짝 빛나는]의 짙은 감색에 은박이 담긴 표지를 너무너무 좋아했는데 이 표지로 인해 순위가 바뀔 것도 같다. 이 푸른 색의 감성 위에 점점이 박힌 은빛의 별들은 그대로 꿈에 담고 싶은 그런 그림이 된다.

+ 82쪽 13행 기타를 켜며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기타를 치며가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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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한의원
배명은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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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마음이 힘겨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때에 힐링 소설들만 들입다 읽었더니만 이제는 그만 포화 상태가 되어 당분간은 이제 이런 소설은 읽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책 수상한 한의원이다. 성공을 꿈꿨지만 오히려 좌절하고 빚을 내서 한의원을 차렸지만 찾아오는 것은 파리들뿐. 이런 절망적인 상황인데 바로 맞은편 한약방에는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그 비결이 궁금했던 원장 승범은 자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존재와 마주치게 된다.

이런 설정만 봐도 이것이 미스터리보다는 힐링에 초점을 맞추었겠구나라는 생각을 분명 하게 된다. 맞다. 그 생각에서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접근 과정이 신선하다. 재미있다. 흥미롭다. 묘하게 빨려든다. 수상한 이라는 점에서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귀신이라는 단어에 그 비밀을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귀신과 인간의 공존 스토리다.

힐링 스토리라고 해서 너무 짜맞춘듯한 이야기도 아니며 눈물 콧물 다 흘리라고 작정하고 들입다 덤벼 드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며 그렇다고 말이 안되는 허항된 이야기만 가득한 그런 이야기도 아니지만 마음을 몰캉몰캉 만지면서 서서히 안에서부터 한줄기 불어오는 따스한 봄날의 산들바람 같은 이야기. 까칠하지만 알고보면 따스함이 숨겨져 있는 원장 승범이 그 산들바람의 중심에 있다. 그와 함께 일하는 간호사 정미와 맞은편 한약방 주인인 수정 그리고 가장 핵심인물이면서 수정의 곁에 있는 공실까지 살아있는 등장인물들이 이 이야기를 더욱 생공감 있게 만든다.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라고 하니 예전에 방영했던 <주군의 태양>이라는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몇 화를 재미나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 드라마가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이야기는 드라마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이 이야기도 누가 드라마로 만들어줬음 하는 바람이 크다. 안된다면 다음 이야기라도 시리즈로 만들어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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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임무는 수능 만점 - 간첩 소년의 고3 일기
성실 지음 / 메이드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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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그냥 넘겼던 이유는 딱 하나 제목 때문이었다. 누가 봐도 수능 만점을 받는 비결을 그려 놓은 그런 책으로 얼핏 보아 넘겼던 것이다. 그런 분야와는 다르게 조금은 서정적인 표지가 있을지라도 요즘은 그렇게 눈길을 잡아 끄는 경우도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었다. 왼쪽 하단에 쓰여진 간첩 소년의 고3 일기라는 부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이다. 만약 이 소설을 집어든다면 순식간에 읽히는 이야기에 작가 누구인가 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메이드인. 내가 작가 박희종을 처음 알게 된 출판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한국 작가들의 이런 문학작품들을 내는데 서포트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앞으로도 재미난 이야기들을 펴 내는 많은 한국 작가들이 나왔음 좋겠다. 일본 문학만 재미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학도 충분한 재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국 독자들이 알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한번에 다 읽히는 점을 생각하면 부제가 내용의 전부이기도 하다. 한국에 침투한 십대의 간첩. 그의 목표는 수능시험에 만점을 맞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이곳이 싫다는 말과 함께 넘어가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어찌보면 되게 황당하지만 어찌 보면 또 일리가 있다 싶은 그런 임무이기도 하다. 이 임무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공부를 하고 넘어온 것일까.

처음 보는 사람을 어머니 아버지라 부르고 등교길에 나선다. 하지만 그를 맞이하는 것은 한 대의 오토바이. 그렇게 안 용과의 인연이 생겨버렸다. 원하지 않은 만남, 하지만 떼놓을 수 없는 만남. 전학생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처음 등장한 김민준. 그는 모든 과목을 다 잘한다고 여겼지만 유독 국어만큼은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래서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을까?

평범한 고3생활을 그린 것 같으면서도 간첩이라는 임무 수행을 해내야 하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면서도 중간책과의 만남과 고향에서부터의 인연이 나타나는 등 별별 이야기가 별별 곳에서 적당한 인터벌로 일어나고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작가 소개에 쓰여있듯이 청소년이 공감하고 위로하기를 바라며 집필한 이야기라고 한 것처럼 앞으로도 더욱 공감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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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 킬러 스도쿠 멘사 스도쿠 시리즈
개러스 무어 지음 / 보누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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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책을 펴자마자 신나게 풀어보려고 연필을 든 순간 새어나온 소리다. 내가 나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멘사라는 말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 아이큐 높으신 사람들이나 가입할 수 있는 그룹이었는데 나처럼 일개 평민이 어딜 도전하겠다고 겁없이 뛰어들었는가 하는 생각에 헉 다음에는 휴 하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기란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일단 천천히 살펴보자. 나도 할 수 있다! 초보자는 당연히 가볍게 패스하시라. 손도 못 댈 수가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스도쿠가 가로 세로 대각선 등 모든 줄에 그리고 각 박스 안에 겹치지 않게 숫자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해야 되는 책이다. 어림잡아 생각했었다. 어려워봤자 구역만 나눠져 있거나 홀짝으로 나눠져 있거나 연장된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스도쿠는 사칙연산과 관련이 있다. 그래도 뭐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할 수 있으면 다 할 수는 있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유형인 킬러 스도쿠는 그나마 가장 난이도가 낮다. 기본적으로 한번씩만 들어가야 하는 건 당연한 건데 거기에 구획을 나누어 숫자를 적어두었다. 그것은 두개 또한 세개이상의 박스에 있는 숫자들의 합이다. 즉 두개의 박스를 묶어서 5라는 숫자가 써 있으면 그 두 개의 박스에는 1과 4 또는 2와 3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역순의 경우도 생각해야 하니 총 네 가지의 경우의 수가 있는 셈이다. 이렇게 단순한 숫자의 합만 해도 벌써 네 가지가 나오는데 박스가 두 개 이상이거나 숫자가 높아지면 점점 더 많은 경우의 수가 생긴다. 기본적인 스도쿠보다 경우의 수가 배 이상 많아진 것이다.

이정도의 몸풀기를 했으면 다음 레벨. 그 다음에는 한 줄이나 또는 한 열의 숫자를 더했다. 암산으로 해도 좋고 귀찮으면 계산기를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더하기 위주의 문제가 쉬운 편이었다면 그 다음에는 빼기와 곱하기 그리고 물음표까지 등장을 한다. 산 넘어 산이지만 이런 도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 두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보겠다라는 오기도 생긴다.

기존의 스도쿠가 설렁설렁 시간을 보내는 레저용이라면 이 멘사 킬러 스도쿠는 분명 바른 자세로 수학문제를 풀듯이 도전헤애 하는 하나의 챌린지다. 절대 치매에 걸리고 싶지 않다 하는 사람이라면, 도전을 대환영하는 사람이라면, 쓰지 않고 있는 뇌세포를 부활시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려운 것은 너무 내 취향이다 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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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창자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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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제목 때문에 누군가는 당연히 지난 번에 나왔던 [명탐정의 제물]의 후속작인줄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미리 말해두건데 이 이야기는 그 책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반대로 들어왔지만 일본에서는 이 책이 먼저 나왔다는 점으로 미루어 본다면 후속작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소리다. 뭐 그게 문제겠는가.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훨씬 더 재미났다. 전작은 읽을 때 재미는 있지만 두고두고 읽기 보다는 이 책 재미있어 하고 같은 취향을 가진 친구에게 줄 수 있는 책인 반면 이 책은 재미있다고 알려는 줄지언정 책은 주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은 그런 차이점이 있다.

별명인 하라와타로 불리는 하라다 와타루. 일본어로 하라와타는 창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목의 창자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옮긴이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다.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하고 신고를 하러 갔지만 말하지 못하고 돌아나오려고 하는 하라와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탐정 우라노 큐였다. 그는 홈즈처럼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그가 왜 신고하지 못하고 가려했는지를 밝혀준다. 그 이후로 하라와타는 그에게 매료되었고 그의 조수로 활약하게 된다.

오래 전 일어났던 살해사건, 마을 주민 여러 명이 한꺼번에 그것도 하룻밤 사이에 죽임을 방했던 곳이다. 그 곳에서 다시 죽음이 발생한다. 수사를 의뢰받은 탐정 큐는 하라와타와 함께 현장을 찾아가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외에도 각종 다양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은 어찌된 일일까.

탐정의 조수였지만 독자적으로 일을 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은 그다. 하지만 작가는 역량이 안 되는 그를 혼자 버려두지는 않않다.그를 도와줄 누군가가 투입된다. 그런 존재의 등장만으로도 흥미로움에 재미를 더했다고 볼 수 있따. 책의 제일 앞에는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했었던 여러가지 잔혹 사건들을 '기록'이라는 제목을 달아서 먼저 편집해두었다. 그 짧은 기사들을 읽고 본문을 읽는다면 작가가 사실을 바탕으로 얼마나 허구스러움을 더해서 생생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는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언급된 사건들이 최근 사건들은 아니고 꽤 오래전 사건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 경악할만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사건들을 아주 나중의 후손들이 본다면 또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으려나.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명탐정의 제물의 스핀오프가 나올 계획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하라와타가 계속해서 시리즈로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제 이 정도의 사건을 해결했으니 단독으로 나와주어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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