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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사슬과 빛의 조각 ㅣ 레이디가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4월
평점 :
특정 작가 하면 바로 연결해서 떠오르는 출판사가 있다. 게이고의 경우 워낙 다른 출판사에서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재인이라는 출판사가 생각나고 모리사와 아키오는 샘터가 생각이 났다. 미미 여사의 책도 여러 군데서 많이 나왔지만 에도 시대를 그린 시리즈만큼은 북스피어에서 단독으로 나오고 있다. 내가 그 시리즈를 처음 알게 된 것도 작가 이름보다는 출판사 이름을 먼저 본 이유였다. 그래서일까 이 북스피어에서 줄가차게 내고 있는 이판사판 시리즈나 레이디 가가 시리즈라던가 하는 이 희한한 시리즈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라키 아카네라는 작가는 [세상 끝의 살인]이라는 작품으로 역시 북스피어에서 나온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이 두번재인데 나는 이 작가와 북스피어를 연결해서 딱 머리 속에 잘 저장해 둘 것 같다. 첫작품도 오 이런 기발함이? 라면서 기대 이상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만장일치로 상을 받을만하다라는 생각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뭐 기대 이상보다 훨씬 그 라인을 뛰어 넘어버렸다. 그냥 장대 하나 들고 휙하고 뛰어넘듯이 말이다. 1부 2부로 구성된 이야기가 전혀 다른 형식의 이야기인 것도 특이한데 그 둘이 연결되는 방식이 어찌나 철커덕 잘 들러붙는지 분명히 이 두 작품이 연결이 되긴 할건데 어디서 어떻게 스무스하게 잘 넘어갈 수 있을까 하고 혼자 고민 아닌 고민을 했더랬다. 내가 쓰는 작품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건 뭐 아주 짝 들어맞지 않는가. 줄 거 다 주고 느낄 거 다 느끼게 해주고 작가 자신만의 캐릭터까지 아주 잘 드러낸 그런 수작 중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1부의 이야기는 폐쇄 살인이다.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사회에서 그들 중 한 명을 알게 되어 같이 여행을 가게 된 도 다른 친구 한 명. 그리고 그들을 안내줄 관리인까지 딱 정해진 인원이 맞춰젔다. 이미 그들을 다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작정하고 그곳에 도착한 한명이지만 사건은 그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전개되고 그는 오히려 자신을 향해 조여듦을 느껴야만 했다. 그러게 기회가 있었을 때 그냥 다 죽였어야 했다. 자기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아니 자기도 죽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미 자신은 그 모든 것을 계획해 놓았기에 말이다. 이 시건의 범인은 분명 이 안에 있다. 누굴까.
2부는 전혀 다른 사건이다.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시체. 토막이 난 채로 버려져 있던 시체를 발견한 것은 클린회사에 일을 하는 그녀인데 그녀는 경찰에게서 자신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알고보니 그 이전에 벌써 다른 사건이 저질러져 있었고 일련의 연속성이 등장을 했던 것이고 그 사건에 휘말려 버린 당사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경찰 두명이 신변감시를 위해서 붙었다. 그녀는 죽음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전혀 다른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하지 않은까. 단 하나의 스포만 허락한다면 2부는 1부보다 몇년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는 것. 1부의 사건은 2부에 결정적인 영행을 미치고 있다는 것. 그 정도일까. 요즘 나오는 작가들은 예전 작가들에 비해서 이야기가 그렇게 몰입감이 대단하지는 않다며 내심 깔보고 있었는데 아니 이 정도의 이야기라면 요즘 작가고 뭐고 간에 나는 푹 빠져 읽을 것만 같다. 아니 읽을 것이다. 그렇게 이 작가의 이름을 꼭꼭 새겨둔다. 다음 작품은 또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