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X 밀실의 죽음 한국추리문학선 25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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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장을 채 다 읽기도 전에 유혹에 사로잡혔다. 제일 뒤를 넘겨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은. 내가 의심하는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장르 소설 매니아로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그 마음이 밑바닥에 남아 있었다. 아니 뱀이 머리를 치켜 들듯이 그렇게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래도 꿋꿋이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1장이 넘어 가자 새로운 인물이 등장을 했으니까. 또 다른 사건이 발생을 했으니까. 그리고 또 다른 용의자가 생겼으니까. 나는 의심을 할 만한 사람을 하나 더 적립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이라고는 오직 하나 제목에도 나와 있는 배가본드X, 그 신형 SUV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작가는 결심이라도 한듯이 세번째 사건을 투척했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었지만 피해자가 늘었다. 그것도 두배로. 양상이 조금 달라지니 의심을 해야 할 사람도 바뀌었다. 저마다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담당 형사도 다르다. 그들은 공조를 선택하지만 다른 이야기들에서 보듯이 자신들이 잘나 보이려고 하는 투닥거림은 없다. 절대적인 공조에 가깝다. 오직 범인을 잡고자 하는 순수한 형사의 모습이라 경찰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뒤통수를 치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 오히려 좋았다.

가끔 차박을 하는 영상을 볼 때가 있다. 주로 우중 차박이거나 주말 차박일 때가 많다. 소형차를 이용해서 정박지에 도착을 하고 우비를 입고 트렁크를 열어 연결하는 타프를 치고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는 그런 영상들이기도 하고 금요일 퇴근 후 바로 정박지에 가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그런 영상일 때도 있다. 굳이 왜? 저런 불편함을 감수해 가면서 차박이라는 걸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런 영상을 본다는 것 자체가 그런 행위가 살짝 아주 조금은 부러웠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여기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도 현실에서 살짝 조금은 한발 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 결국 돌아오지 못할 여행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작가는 밀실을 이제 외부로 이동시켰다. 전형적으로 건물 안에서 이루어지던 밀실 살인 사건과는 전혀 다른 시도다. 왜 꼭 인사이드에서만 밀실 사건이 일어나야 하는데? 라고 딴지라도 걸듯이 이동할 수 있는 밀실을 만들었다. 그것도 완벽한 신형 차량을 이용해서 말이다. 캠핑에 딱 맞는 가장 적합한 모델을 제시한다. 이렇게 대놓고 배경을 만들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히려 이건 아닌 것임에 틀림없어라면서 세 사건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사진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전면에 등장을 하면서 혹시 카메라를 이용한 살인은 아니었을까를 의심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는 독자가 그런 의심을 할 것을 알았을까? 진짜 알았을까? 그래서 일부러 그런 공통점을 하나 더 만들어 둔 것일까? 만약 그랬다면 역시 작가의 기획력은 나보다 몇 수 앞서 내다보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맞았느냐고? 그건 읽어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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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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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작가는 이 책의 작가인 아사네 주지가 과학을 전공했어도 sf가 본격 미스터리를 쓴 것에 감사하다고 해설에 언급하고 있다. 말한 대로 아사네 주지는 이공계 그것도 진화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그래서인가 이 이야기의 곳곳에는 그런 작가의 전공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본격 미스터리를 표방하지만 생물다양성이 숨어 있는 사이언스 픽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sf가 꼭 우주나 물리 화학만을 소재로 삼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야기는 밀실,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쉘터를 배경으로 한다. 나가는 건 가능하지만 들어오지는 못한다. 그곳에 일곱 명의 사람들이 천년 동안 냉동 수면 상태로 있었고 이제 시간이 되어 한 명씩 깨어나는 시점이다. 단 한 명만 빼고. 즉 이 이야기는 밀실 살인 사건을 전제로 하고 있다. 누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조건 하에 범인은 여기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냉동 수면이라는 조건을 보는 순간 [망해 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라는 한 권의 책이 생각났다. 해동을 앞둔 냉동 인간과 그를 담당하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들 주변의 사람들이 얽히는 그런 이야기였다. 냉동인간이라는 소재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연상된다. 천년이라는 긴 시간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런 오랜 시간이다. 그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원래의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이들은 이제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망.이.생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들의 나이는 지금부터 다시 계산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의 나이에 천년을 더한 시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다시 태어난 그들의 노화 속도는 원래의 사람들에 비해서 얼마나 다를까. 궁금한 것이 많지만 그 모든 부속적인 것은 싹 배제하고 이야기는 오직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명의 살아남기 미션도 더해서 말이다. 일종의 퀘스트 같은 느낌도 준다.

제목에서부터 이 이야기는 누가 이 범행을 저질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더닛. 와이더닛, 하우더닛도 아닌 후더닛. 이런 장르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접근 방법인 후더닛이다. 누구라도 제일 궁금한 건 대체 범인이 누구냐는 것일테니 말이다.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는 장소. 한정된 인원. 제한된 수단. 저질러진 범행. 흥미로운 요소들의 총집합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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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소각 지침
마커스 클리워 지음, 김지원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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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이상한 일이 당신에게 주어졌다면 당신은 그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상하면 안 하면 되지 뭐라고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 당신은 지금 몇달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처지이고 동생 약도 당장 사야 한다. 즉 나갈 돈은 줄줄이인데 알바도 잘렸고 수중에 있는 돈은 다 긁어보아도 없다. 이런 지경에 주말만 일하면 큰 돈이 들어온다. 이런 조건이라면 그 일을 하겠는가 말겠는가.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여기 동생 젬마와 함께 살고 있는 메이시가 있다.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셨다. 사흘에 9천달러라는 거액을 받기 위해 찾아간 간병인 자리는 관리인 자리였다. 하지만 그 지침이 수상하다. 그래도 이미 선금도 받았고 주말만 일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 본다. 하지만 역시나 만만치 않다.

관리인이 해야 할 일은 크게 세가지였다. 새벽에 불을 한 시간 동안 꺼둘것. 쉽게 생각했다. 불 꺼놓고 자면 되지 뭐라고 말이다. 그게 아니었다. 이 집의 배선은 엉망이라 지 멋대로 불이 켜진다. 돌아다니면서 그걸 일일이 꺼야한다. 그게 뭐 꼭 배선 문제이겠냐마는. 시간 맞춰 일어나서 여기저기 끄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7초라는 시간이 넘어서 메이시는 실패했다. 두번째, 집 안에서 토끼를 발견하면 밖으로 내쫓으란다. 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나 시간 제한이 있다. 10분이다. 그 안에 못보내면 이번에는 그 토끼를 태워야 한단다. 그것도 산 채로 말이다. 헐. 토끼가 얼마나 빠른데 그걸 잡아서 태우라고. 거기다 벽난로에 불 피우다 시간 다 가겠네.

마지막은 방문자를 차단하라는 것이다. 저녁 6시부터 열두시간 동안 집에 찾아오는 푸른 눈의 사람으로부터 무조건 숨으란다. 아니 대체 그들이 누군데 숨으라는 거냐고. 하기야 그래도 세가지 미션 중에서는 가장 쉽지 않은가. 그냥 무시하면 된다. 누가 집을 두들기던 말던 말이다. 그러나 이 찾아오는 사람이 아는 사람이라면 또 달라진다. 자신이 그리워하는 사람, 보고 싶어하는 사람, 친한 사람이라면 무시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사람의 약한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다. 메이시는 과연 성공했을까.

공포 영화의 법칙을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끊임없이 주인공을 몰아간다. 이러면 이렇게 되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이렇게 되면 다시 이렇게 될 것이야 하면서 말이다. 다른 등장인물은 없다. 처음에야 집주인도 나오고 동생도 나오고 집 근처를 배회하던 여자도 나오지만 이 이야기의 대부분은 메이시 혼자서 이끌어 간다. 그야말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쳐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니 이 난리통을 만들어 놓을 수 밖에. 모든 규칙들 때문에 집은 난장판이 되고 만다. 내가 만약 이 집을 관리하라고 맡긴 집주인이었다면 기함을 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 모든 규칙에서 메이시는 살아남았을까가 심히 궁금해진다.

그나저나 원제는 caretaker 즉 관리인이다. 하지만 토끼 소각 지침이라는 그야말로 호러 느낌이 직관적인 제목으로 바꾸었다. 관리인과 토끼 소각 지침. 누구라도 토끼 소각 지침에 더 끌리지 않을 수가 없다. 더구나 이렇에 더운 여름날이라면 대체 토끼를 어떻게 소각시키라는 것인지 궁금해서라도 이 책을 한번 더 집어들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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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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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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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우습게 봤겠지만
베라 쿠리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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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한 클로이. 이야기는 DAY 60부터 시작해서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 사실 이 숫자는 클로이가 윌을 죽이겠다고 마음 먹은 디데이의 표기이기도 하다. 입학한 첫날부터 윌을 찾는 그녀를 보면서 대체 이 둘은 무슨 관계일까를 고민했다. 정확하게 그 관계를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그냥 책을 뒤집어 보면 바로 알았을 걸 그랬다. ]60일 뒤 나는 그 새끼를 죽일 것이다]라는 옆으로 누운 카피부터 ]6년전 윌은 나를 강간했다]라는 문장까지 어쩌면 모르고 읽은 것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책 뒷표지에는 스포가 넘쳐나니 아예 아무 것도 모르고 읽는 것이 좋겠다 하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책을 뒤집어 보지 말 것을 강권한다.

여기 하나의 전제 조건이 더 있는데 클로이가 받은 장학금이다. 그것은 사이코패스를 연구하고자 하는 와이먼 박사가 그들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로 불러 모은 것이다. 돈을 주어가면서까지 말이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가 연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이코패스는 과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범죄자들의 소개에서다. 너무나도 가혹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이해할 수 없는 범죄인 경우 사이코패스 검사라는 걸 하는 모양인데 점수에 따라서 그들을 나누게 되는 기준점이 생긴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는 모두다 범죄자들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마련인데 사이코패스=범죄자 이런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보인다. 범죄자들 모두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듯이 사이코패스라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모두 배척해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또 하나 생기는데 과연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적인 요소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라는 문제다. 사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표현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하나의 특징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굳이 그들이 범죄와 관련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사이코패스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워낙 범죄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니 은연 중에 일종의 편견이 생긴 것이 아닐까.

클로이는 자신이 당한 것은 갚아주겠다고 계속 윌을 뒤쫓는 한편 그렇다고 자신이 잡히는 것은 싫었으므로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데 주력을 한다. 그게 또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다른 사람의 소행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학교에서는 연쇄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을 한다. 두 건의 끔찍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은 둘다 클로이와 같은 와이먼 박사의 연구 대상자였다는 공통점도 있다. 클로이와 같이 들어온 앤드리는 자신이 혹시나 다음 차례가 될까봐 끊임없이 사람들을 의심하고 혼자 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공포영화의 법칙을 되뇌이면서 말이다.

원제는 Never saw me coming. 내가 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쯤으로 해석하면 되려나. 여기서 나라는 것은 클로이를 의미할까.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녀의 마음 속 이야기를 그대로 제목으로 삼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우습게 봤겠지만이라는 제목은 자신만만해하는 클로이의 모습을 조금은 더 단적으로 드러내는 듯이 보이고 있지만. 사건의 범인은 밝혀졌지만 클로이는 여전히 잘 살아남았고 새로운 음모를 짤 시간은 내일도 남았다는 표현으로 보아 그녀의 사건이 여기서 끝이 아님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클로이는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갔을뿐이니 말이다.

#스릴러 #장편소설 #베라쿠리안 #나를우습게봤겠지만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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