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슈라라봉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3
마키메 마나부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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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얕봤다. 무슨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고 사람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고 그런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런데다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자신들이 무슨 삼인조 그룹이라도 되는 냥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표지는 나에게는 조금 쉽게 보였다. 그래봐야 고등학생들이 초능력을 행하는 이야기겠지 뭐 하고 말이다. 작가의 생각은 내가 얕볼 수준이 아니었다.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당연히 요 정도일거야 라고 생각한 그 수준은 훨씬 넘었다는 소리다. 어떤 작가의 작품이라도 얕볼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더불어 이 표지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 힘은 우리가 희생하여 신에게 받은 것이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38p)


고등학생이 된 료스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수련하기 위해서 본가로 들어간다. 그 곳에는 자신과 같은 학교에 다닐 단주로가 있다. 입학식 날 료스케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두가 다 검은색 교복을 입은데 반해 자신만 빨간색 교복을 입은 것이다. 누구라도 튈 만한 컬러감이다.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아니, 그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은 한 명 더 있다. 바로 단주로다. 그는 자신이 빨강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색의 교복을 선택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통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교를 통털어 빨간 교복은 그와 료스케 둘 뿐이다. 당황하는 료스케와는 달리 그는 태연하다. 자신이 투명인간이라도 된 것 마냥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예를 들면 히노데 가는 타인의 마음에 들어가, 상대의 정신을 조종하는 힘을 비와 호에서 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한편 나쓰메 가는 똑같이 타인의 마음에 들어가, 비와 호에게서 상대의 몸을 조종하는 힘을 받아 지금에 이르렀다. (185p)



상대방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히노데 가의 사람과 상대방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나쓰메 가는 오래전부터 경쟁 상대였다. 그들은 서로 친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어서 물건을 파는 일을 하는 히노데 가와 상대방의 몸을 다루는 나스메 가는 도장을 경영하고 있었다. 지금은 히노데 가가 훨씬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랬던 그들이 공통의 적이 나타나자 힘을 모은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힘이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타임 아웃에 걸려서 살아있으되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표지에 나왔던 세 명의 친구들은 힘을 모아 적에게 대항을 하려 한다. 유치하게만 보였던 이야기가 점점 형태를 이루더니 종내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다. 그야말로 위대한 슈라라봉이다. 재미와 흥미와 감동과 도전 정신 거기에 모험과 판타지를 겸비한 작품. 진작 봤어야 한다. 아니 지금에라도 봐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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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이효석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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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 언니 한 분이 있지 말임돠. 언니는 숨겨진 여자 그러니까 첩인 셈인데 시골에서 동생이랑 일 봐주는 여자랑 그렇게 여자 셋만 살고 있어요. 남자는 가끔 가다 오가구요. 남자는 조수를 한 명 데리고 다니죠. 이쯤 되면 어느 정도 관계가 그려지지 않슴까? 언니 동생이랑 조수랑 눈이 맞을 것같다는 그런 예감요. 아니나 다를까 눈이 맞아버렸죠. 도망가겠다고 짐도 쌌죠.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 하지 말라면 더할 게 뻔하니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라고 아예 둘을 떨어뜨려 놓는 전략을 썼죠. 언니는 조수와 함께 이곳에 남고 언니의 남자는 동생을 데리고 일본으로 간 게죠. 자, 여기서 또 짐작이 가능해지죠. 이 바뀐 두 파트너가 일을 낼 것 같다는 예감이요. 빙고. 이제 커플이 짝이 바뀌었드랬죠. 


그런가하면 요기에 한 사람이 더 추가됩니다. 그것은 바로 일본에서 만난 한 남자인데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게 되고 동생과 피아노 선생으로 엮이게 되는 두 사람은 또 사랑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지요. 자, 여기까지만 해도 지극히 복잡한 관계도인데 작가는 여기에 자꾸 자꾸 더 인물을 추가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인물 중에서도 있고 새로운 인물들도 있어요. 이미 오각관계였던 이 관계는 더욱 큰 숫자의 도형으로 진보하게 됩니다. 자, 요기까지가 <화분>이라는 작품의 주요 관계도입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교과서에 포함되기도 해서 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열 페이지 정도의 이 작품은 굉장히 짧다. 내가 처음 이 이야기를 읽었던 학생이었을 때도 그렇게 느꼈을까. 이 이야기 속에서는 몇 명 되지 않는 인물들 속에서 숨겨진 관계를 암시하는 것이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그려져 있고 무엇보다도 배경을 묘사하는 글이 일품이었던 것으로 교과서에 나오고 있다. 내가 주목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 외에 새로운 이야기였다. 


이 책에서 가장 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화분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이효석의 작품집에 실려있지 않았다면 누구의 작품일까 하는 의문점이 들 정도로 낯설다. 그 시절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문어발 연애가 있었다니. 순결을 중시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을 보면서 낯설음과 익숙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제목의 '화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이 이야기 속에서 화분이 의미하는 바가 따로 있었다 이야기를 마치고도 곰곰히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시대적 배경이잇는 만큼 낯선 우리말들도 눈에 들어온다. '괴덕'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바로 옆 페이지에 나오는 "점잖게 언니 행세 좀 해요. 괴덕만 부리지 말구."(23p)라는 이 문장을 보고 이해했다. 괴덕이 변덕이라는 이름의 옛표현이구나 하고 말이다.




지금 내 상 위에 있는 것은 향기 높은 한 잔의 홍차가 아니구 한 접시의 비계인 것이 슬퍼 못 견디겠다. (145p)


또한 작가 특유의 비유적인 표현은 이 이야기 속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홍차와 비계로 서로 간의 다른 점을 표현하다니 너무 대조적인 물건의 선택으로 인해서 어떤 느낌인지가 바로 캐치되지 않은가. 탁월한 선택이다. 이런 콕 집어서 드러냄을 배우고 싶어진다. 




선지피를 끼얹은 듯 얼굴이 달며 다 풀이 전신을 꼭 죄었다. 바닷속에서 낙지에게나 잡힌 듯 전신의 피가 엉겨드는 듯 하다. (155p)


거기다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로 인한 모습을 표현하는 저 방법은 또 어떠한가. 선지피와 낙지가 이런 전율을 일으키는 데 사용되다니 구태의연하지 않은 비유와 단어 선택이 역시나 하고 감탄을 하게 만든다.


 
난 세상에서 여행하시는 분같이 행복스럽구 부러운 분은 없어요. 평생 동안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된 사람임은 말할 것두 없죠. (191p)


등장인물들이 여행사를 찾아가자 그곳의 직원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작가는 이렇게 우리가 여행 가지 못하는 세계가 올 것임을 미리 알기라도 했을까. 예전에는 여행이 자율화 되지 않아서 못 갔고 이제는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인해서 가지 못하게 되었다. 세상에서 여행하시는 분같이 부러운 분은 없다. 저 말이 딱 지금 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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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개의 바다 : 바리
정은경 지음, REDFORD 그림 / 뜰boo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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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책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면 다분히 그림책처럼 보이면서 아이들 책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를 나는 아마도 외면하거나 지나쳐버렸을 수도 있겠다. 어른동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동화라고 꼭 아이들만 보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더하여 나는 바리 설화라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가 없었으니 이래저래 나는 이 책이 궁금했던 것이다.


책을 받자마자 감탄한다. 어떻게 이렇게도 내가 좋아하는 색감들만 가져다 썼을 수가 있을까. 바다색과 하늘색과 보라색의 오묘한 조합. 철이 들고나서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던 컬러들이라서 그야말로 마음이 심쿵했다. 표지에서 반했다면 이르다. 이야기의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그림들은 그림을 그린 REDFORD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게 만든다. 이 책 그림들만 모아서 컬러링북으로 나와도 상당히 인기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제일 뒷편에 있을 작가의 말을 기대하며 펼쳤다. 작가의 말 대신 바리 설화의 원본이 있다. 몇 장 안되는 페이지로 요약을 해두어서 나처럼 이 설화에 관해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주 도움이 된다. 딸이 많은 집에서 태어나서 버려진 바리. 버렸던 딸에게 자신이 살기 위해서 약을 구해 오라는 것은 별주부전에서 용왕이 거북이를 시켰던 것 하고 비슷해 보이고 아이를 셋 나으면 불사약을 주겠다는 것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닮았다. 그런 식으로 어디선가 본듯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그런 설화지만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줄거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다 새롭다. 



"바당이 미우다....." (29p)


처음에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래도 눈에 익지 않은 인물들이 나오는만큼 미리 등장인물을 보아두는 것이 좋다. 간략 설명도 되어 있어서 어디서 이 캐릭터들이 나오는지 알 수 있다. 해녀 공덕.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랬다면 좋으련만 파도는 그녀의 삶을 무자비하게 앗아갔다. 남편도 아이도 모두 잃은 그녀는 혼자만 남아 버렸다. 그런 그녀에게 벼리 아니 바리가 찾아왔다. 바리가 있어서 그녀는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십 년이 흘렀다. 티격태격하지만 바리와 공덕은 잘 살았다. 바리의 친엄마인 용왕이 아프다며 바리보고 해골꽃을 구해오라고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공덕을 뒤로 하고 모험을 찾아 저승으로 떠난 바리를 찾아서 공덕도 떠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채로 말이다. 이제 소녀 공덕이 되어 버린 그녀는 바리를 만나서 저승세계를 떠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언젠가 보았단 영화 [계춘할망]을 떠올리게도 된다.


만화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배경 그림들 그리고 개성 있는 주인공들이 열연이 돋보인다. 쉴새없이 일어나는 사건들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렇게 이어지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반전을 숨겼다. 절대 그들이 그들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그 놀라움은 더욱 컸고 감동은 배가되었다. 그랬구나 하면서 그때서야 모든 것이 이해된다. 대단한 묘수다. 


애니메이션과 컬러링 북 모두 나와도 좋을 정도로 흠뻑 빠졌던 이야기와 그림이다. 바리가 입고 있는 옷이 한복이라는 것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아니던가. 애니로 만들어 수출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이야기의 매력은 나처럼 성인에게도 유감없이 발휘되며 아이들도 재미나게 읽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글자가 많은 편이므로 고학년 정도 되어야 읽을 수 있겠지만 독서토론용 책이나 아이들의 정서발달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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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줄로 사로잡는 전달의 법칙
모토하시 아도 지음, 김정환 옮김 / 밀리언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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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반드시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보아야 하는 필독서다. 그만큼 일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를 하더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어떻게 해야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지를 아주 잘 알려준다. 그게 어디 말에서만 통용이 될까.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일본의 연출가다. 그래서인지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아주 논리정연해서 뇌리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 덕지덕지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같은 물건을 보더라도 보는 눈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그것을 광고하는 입장에서는 어떨까. 가급적 좋게 보이되 거짓은 말하지 말아야 한다.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은 덮는다. 훌륭한 전략이다. 어떤 단어를 선택해서 사용하는가, 그것이 바로 포인트다. 저자는 '흔들기'와 '받기'라는 기법으로 사람의 주의를 끄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흔들기에서 설명을 했다면 받기에서는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것을 배치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반복 배치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똑똑한 방법이다. 이런 모든 방법은 일을 할 때도 유용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물론 활용 가능하다. 


또한 글에서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지금 대개의 방송들은 모두 자막 처리를 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그런 자막을 쓰는데서도 사람들 눈에 잘 들어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문에서는 느낌표나 밑줄 또는 띄어쓰기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라고 알려주고 있는데 이런 기법들은 책을 광고하는 카피를 쓰거나 띠지에 들어가는 문구를 쓸 때도 사용할 수 있는 쓸모가 여러가지로 많은 그런 팁이다. 물론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도 아주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사람들 눈에 확 띄면 주목을 받기 마련이고 집중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을 할 때 어떤 느낌으로 끝내는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영어 교재 독해에서 본 적이 있다. 그냥 지나가는 표현으로 읽고 말았는데 본문에서도 같은 표현이 나온다. 타인이나 자신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지 않는 것 그것은 곧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그것은 곧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이해시킬 수 있고 나아가서는 내가 하는 일의 실적과도 연결될 것이다. 함께 있으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인 것 같다'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면 '~이다'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거기에 말을 붙여서 ~인 것 같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책의 법칙에서는 필요 없는 말을 배제하라고 알려주고 있다. 최대한 간략하면서도 적확한 표현으로 다른 생각을 할 여지를 없애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알려주는 마지막 법칙이다. 


총 27개의 법칙을 통해서 알려주는 이 표현들은 모두가 다 하나도 빠짐없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일을 하는 저자의 능력은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런 종류의 실용서를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공감해 본 적도 처음이지만 이게 만약 강연이었다면 필기도구를 지참해서 하나하나 다 적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법칙들이었다. 이 책이 내 손에 있는 이상 나는 이제 누구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필독을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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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피리 - 동화 속 범죄사건 추리 파일
찬호께이 지음, 문현선 옮김 / 검은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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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께이의 소설들을 좋아한다. [망내인]이나 [13.67]같은 정통 사회파적인 작품들이었다. 묵직하고 무겁고 두껍고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들이었다.그런 느낌을 좋아해서 이번에도 역시나 작가의 이름만으로 선택한 작품이었다. 표지가 색다르다. 기존의 찬호께이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동화적인 캐릭터가 묘사되어 있어서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느낌도 든다. 


꽤 긴 작가의 후기가 편집되어 있다. 이렇게 긴 후기는 낯설다. 작가는 자신이 작품 속에서 어떤 동화를 차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원작이 어떤 동화였는지도 밝혀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 이야기는 직접 그 장소를 자신이 가보고서야 작품을 완성했다니 이 작품에 대한 작가의 관심 정도를 파악할 수가 있겠다. 작품에 대한 정보를 미리 보고 싶지 않다면 나중에 읽어도 좋겠지만 나는 이런 정보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읽었기에 오히려 작가가 언급한 부분이 어디였나를 찾아보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민중의 마음. 특히 교육받지 못한 백성들의 마음은 한두 마디 말에 흔들리기 쉽네. 그들은 어떤 관념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인 뒤에는 철썩같이 믿어. 이건 양날의 검과 같거든. 잘 사용하면 자네 의견에 쉽게 동의하도록 만들 수 있지. (293p)


총 세 개의 이야기다. 작가인 호프만 선생과 그의 하인인 한스가 주인공이다. 호프만 선생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작품의 소재를 얻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워낙 기이한 일들을 경험해 왔기에 한스도 그러려니 하는 편이다. <잭과 콩나무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콩나무 맞다. 그 이야기가 그대로 현실에서 재현된다. 그리고 그렇게 나무를 찍어서 거인을 죽인 아이는 이제 체포되어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살인죄로 말이다. 아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호프만 박사다. 


첫번째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지막 하멜른의 이야기가 언급된다. 시간 상으로 역순인 것이다. 마술 피리 사건을 해결한 박사라는 언급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분명하다. 그렇다면 마술 피리 사건을 제일 앞에 편집하는 것이 시간 순대로 읽기에 더 낫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의문은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면서 해결되어서 상당히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숨가쁘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처음 시작 부분이 아니라 이렇게 마지막에 놓여야 맞는 것이었다 하는 생각을 한다. 작가나 편집자의 편집센스가 돋보이는 배치였다. 다 계획이 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잭과 콩나무 사건을 해결한 호프만 박사는 <푸른 수염의 밀실>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갑작스럽게 그들 앞에 나타난 한 여자로 인해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세 개의 동화는 이미 잘 알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어떻게 그 동화들을 미스터리한 사건에 녹여 내는가가 궁금했다. 작가도 이미 언급했듯이 푸른수염이야기에서는 이미 살인사건이 전제되어 있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 마술 피리까지 각 이야기 속에서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동화들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다른 동화들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이야기를 읽는 다른 재미다.



바그너 씨는 고집이 대단해서 베저강이 피로 변하고 우박이 쏟아지며 메뚜기가 덮치거나. 마을 모든 집의 장자가 해를 입지 않는 한 타협하지 않을 겁니다. (394p)


모든 것이 동화만 들어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마지막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성경구절까지 인용하고 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서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는 애굽에 열 가지의 재앙을 내렸다. 그런 출애굽기의 내용을 인용해서 성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상황이 어떠한지 그 잘 느낄 수 있도록 해두었다. 천재적인 표현방법이다. 역시 작가들의 능력은 놀랍다. 책은 읽을수록 일고 싶은 책이 늘어난다고 말들 한다. 그것은 이 책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나온 모든 동화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내가 어린 시절에 단지 이야기만 이해하고 넘어갔던 그 내용들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으로 읽힐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찬호께이는 또 다른 동화 속의 범죄사건 추리파일을 기획하고 있을까? 아직 아니라면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부탁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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