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건너뛰기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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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에서 나오는 트리플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 책은 박서련 작가의 [호르몬이 그랬어]라는 작품인데 많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서도 제목으로만 생각해서 처음에는 과학책인줄 알았고 그 다음에는 건강책인줄 알았고 그다음에는 그냥 뭐 그런 소설이 있었다라는 식으로 생각해버리고 넘겨 버리고 말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새삼 그 책이 다시 궁금해졌다. 트리플, 세 편의 소설이 한 권에 모이는 방식으로 구성된 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박서련 작가의 소설에도 세 편의 소설이 있었을 것이고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 연관이 지어졌는지 그 방식이 궁금해진 것이다.

이 책도 전혀 그런 사실을 모르고 그저 세 개의 단편들이 하나씩 있는 이야기구나 라는 생각만으로 읽었다가 두 번째 이야기에서 한 문장에 멈칫 했다. 분명 내가 알던 그 이야기인데 하면서 말이다. 이런 식으로 연결점을 두었구나 하는 생각에 세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부터는 더 열심히 찾아보게 된다. 분명 어딘가에서 앞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있을텐데 하면서 말이다. 마지막까지 다 읽은 후에도 접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럴리가 없다라고 단정지으면서 다시 한번 훑어본다.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이 있을까 혹시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중복이었는데 지나간 것은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모든 궁금증은 두 번째 이야기를 다시 훑어보면서 풀렸다. 여기 있었네 하면서 찾아내고는 괜스리 빙그레 웃음짓게 되는 그런 이야기. 그런 매력을 가진 것이 바로 이 트리플 시리즈이다.


오프닝 건너뛰기, 쾌적한  한잔, 앙코르. 세 편의 이야기는  각기 별개의 이야기이다. 표제작인 <오프닝 건너뛰기>는 코로나로 인해서 결혼식을 생략하고 같은 사는 한 커플의 이야기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연애는 짧은 시간을 만나고 헤어지기 때문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기에는 어렵다. 결혼을 하고 나면 상대방의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좋은 점만 눈에 보이면 좋으련만 결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부정적인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고 했던가. 누구보다도 남의 잘못된 점이나 약점이나 좋지 않은 점은 훨씬 눈에 더 잘 들어오는 법이다.

하물며 같이 있는 시간이 더욱 많아진 요즘에야 더욱 그러할 것이다. 부부들은 사랑으로 만나서 정으로 산다고 한다. 어찌보면 그 말이 맞을 것도 같다. 짧은 유투브를 보더라도 광고가 붙고 그 광고를 건너뛰기 위해서는 일정시간 참고 광고를 보아주던가 아니면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결혼식이라는 오프닝을 건너뛴 커플이 본격적으로 잘 살려면 일정 기간은 참고 견디던가 아니면 가격을 지불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이야기인 <앙코르>는 한 여자가 앙코르와트로 여행을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곳에서 우연한 만남을 가지게 되고 같이 여행을 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는 지금 여행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게 된 이 시점에 어쩌면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행기가 아니기 때문에 아주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그럴지라도 가뭄에 나오는 단물같이 앙코르와트의 구석구석 설명해주는 그 부분을 알차게 쪽쪽거리며 빨아먹는다. 동남 아시아는 거의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캄보디아가 남아있었다. 가보지 못한 미지의 나라. 코로나가 끝나면 이 책을 들고 그곳을 가보고 싶어졌다. 이야기에 나오는 설명이 실제와 얼마나 닮았는지 비교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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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리 기술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마스다 미츠히로 지음, 김진희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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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몇장 읽다 말고 괜히 한번 방을 둘러 보게 된다. 제자리에 물건들이 놓여져 있는지 먼지는 없는지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그냥 가지고만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그리고서는 책에 나온 대로 체크를 해보게 된다. 안심공간, 실패직전의 공간, 최대 위험공간, 성공공간, 천사공간.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은 어떠한 공간인가. 

사실 그렇게 별다를 것이 없다.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보는 이유와 아주 비슷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것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실천하는 힘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자극을 받기 위해서 글로 된 매체를 한번 더 이용하고 확인하고 책을 읽으므로 자신에게 한번 더 다짐을 두는 것이다. 작심삼일도 사흘마다 반복하면 언젠가 이루어 내듯이 말이다. 그러라고 자기계발서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 책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이 깨끗하고 단정하고 반듯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잇다. 그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이 자신의 미래를 예언해 준다고 한다. 자신이 수년간 청소업을 하면서 남의 집들을 들어가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사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 다른 일을 잘 하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물론 누군가는 반박을 할 수도 있다. 집은 어질러져 있어도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는 잘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말이다. 아무 곳에나 옷을 던져 두고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고 청소를 게을리 하는 사람이라면 회사에서도 그런 습관이 그대로 반영될 것이고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도 이루지 못할 뿐더러 일을 하는데도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집을 보면 그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저자의 예지력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사업운은 책상과 컴퓨터 가방을 보면 알수 있다고 한다. 사업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가 있는 부분이다. 그 부분의 정리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를 보고 그 사람의 사업이 잘 될지 못 될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지금 상태를 점검해보고 마이너스라면 어떻게 변화를 주라고 조언을 하고 있으니 그대로 따른다면 앞으로의 사업운이 따를수도 있겠다. 특별히 어떻게 청소를 하라는 방법은 알려주고 있지 않다. 그저 버리라는 것을 강조한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일단 정리의 기초는 버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버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리하는 전문가들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마구 버리기가 아깝고 아쉽다면 일단 대기박스에 놓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일 년이상 또는 몇 년 동안 쓰지 않은 물건이나 옷 등을 대기 박스에 넣어두고 다시 일년이 지난 이후에도 쓰지 않거나 입지 않으면 그때는 버리는 것이다. 버리지 않으면 쌓인다. 쌓이게 되면 그것은 짐이 되어 버린다. 정작 중요할 때에 쓰지 못한다. 누구나 강조하고 있지만 또 누구나 마음 먹은 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이 정리다.

지금 이 책을 들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살펴보라. 당신의 천사의 공간에 살고 있는가. 저자는 호텔을 예로 들면서 그곳이 천사의 공간이라고 하며 자신도 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람이 늘 살아가는 곳이 잠깐 머무르며 전문가가 항상 신경 쓰는 호텔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비슷하게라도 한다면 우리 미래가 밝아질지 또 모를 일이지 않은가. 청소에 열심을 다해서 좋은 미래가 온다면 그것도 손해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건강에도 좋을 것이고 말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단 필요없는 것을 버리고 쓸고 닦기부터라도 하자.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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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림 구문독해 - 내신과 수능 영어를 한 번에! 고등 수프림 영어
동아영어콘텐츠연구팀 지음 / 동아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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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림 유형독해를 현재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외국어 영역은 얼마나 많은 독해 문제를 접하느냐에 따라서 background knowledge 즉 배경지식이 많아지고 배경지식이 많아질수록 어떤 유형의 독해가 나와도 머뭇거리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강점이 생긴다. 흔히 돈 쓰는데로 값을 한다는 것이 정석인 그런 과목이다. 구문독해 책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눈만 뜨면 새로운 교재도 생긴다. 그런 와중에 계속 한 교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것은 그 인기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유형독해는 수능에 나오는 외국어 영역의 문제들을 주제나 요지 문법이나 지칭, 괄호넣기 등의 유형별로 나누어 놓은 것인데 반해서 이 구문독해는 조금은 더 문법에 기초한 문제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중학생용 문법 교재에 고등학생용 모의고사 문제를 더해놓은 그런 유형이라고 하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구문독해로  기본문법을 익히고 유형독해로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안되면 두 교재를 같이 병행해도 좋겠다. 내 경우에는 이미 워낙 많은 문법교재들을 봐서 더이상의 문법설명은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 바로 유형독해로 넘어온 케이스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문법을 망라하고 있다. 단 기본적인 문법위주의 구성이 아니라 시험에 자주 나오는 그리고 독해를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문법이 먼저 나오고 있어서 주어와 목적어 파악등 품사별로 나누어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리고 중요구문으로 주로 문법 문제로 자주 풀제되는 문제들을 가장 마지막 챕터에 몰아넣어서 끝부분을 가장 신경써서 보아야 할 것임을 잘 드러낸다.

 

 

반드시 알아야지만 해석에 도움이 되는 설명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다. 문법을 설명한 후 바로 옆 페이지 구문연습이라고 해서 서술형을 편집해 두어서 잊지 않고 바로 한번 체크하고 넘어갈 수가 있다. 고등영어에서 해석하는 문제는 자주 나오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해석하기 까다로운 문장들인 경우 구문을 나누는 연습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뒷부분에는 구문을 적용한 독해 문제를 두어서 앞에서 공부한 문법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수 있도록 했다.


 

단어 같은 경우도 아래쪽에 편집해 두어서 뒤쪽으로 넘어갔다 오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단순하게 문제만 푸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제가 나왔을 때 어떤 서술형 문제로 나올 수 있는지를 간략하게 첨부하고 있어서 내신 대비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험에 가장 자주 나오는 문법 문제를 한번 더 확인하면서도 내신과 서술형 문제를 대비할 수도 있는 그런 일석이조의 교재인 셈이다.


 

 거기다 표지는 아주 밝고 환한 색으로 만들어서 한눈에 띌 수 있도록 해두었다. 밝아서 보는 마음까지도 밝게 만드는 그런 탁월한 효과를 준다. 가장 뛰어나다는 뜻의 수프림. 이 교재를 사용하는 모든 학생들이 수프림의 위치에 올라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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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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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앞으로 365일 동안은 그럴 수 없어. 1년간 날 위해 희생해줘야겠어. 네가 나를 사랑하도록 온 힘을 다해 뭐든 할 거야. (65p)

그녀

생일을 맞이해서 애인과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분명히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 날인데 어느 순간 내가 낯선 곳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혼수상태에서 본 여자다. 그 여자가 실재한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단지 그 여자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를 그렸다. 곳곳에 놓아 두었다. 그러다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그녀를 손에 넣었다.


이 이야기를 무어라 해야할까. 한 남자는 자신의 부와 욕심을 앞세워서 한 여자를 납치했다. 글에서도 적혀있듯이 반항은 용납되지 않는다. 무조건 따라야만 한다.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조건은 달았다. 단 1 년. 자신과 같이 있어준다는 조건이다. 그 시간 안에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거나 자신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녀는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하고, 거침없고, 반항을 용납하지 않지만 동시에 너무나 자상하고 섬세한 남자. 이 모든 점이 혼합된 이 남자는 무섭지만 매혹적이었고, 그래서 자꾸만 알고 싶어졌다. (87p)


이런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근거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이 남자는 충분히 멋지다. 주어진 얼굴과 피지컬적인 면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패션 센스까지 뛰어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재력도 갖추었다. 남이 자신에게 함부로 하지 못할 권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믿고 그녀에게 제안을 한 것이다.

그녀는 어떠한가. 그저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다. 조금은 남들보다 뛰어난 미모를 자랑할 테지만 놀러오면서 여행 가방만 몇십 개씩 가져올 정도로 자신의 패션을 뽐내지만 그래도 그런 비슷한 여자는 많을 것이다. 단지 이 남자에게 더 특별할 뿐이다. 혼수상태에서 보았던 그 여자였기에 말이다. 그가 혼수상태에 있는 동안 보았던 것이 실제로 그녀인지는 이 이야기 속에서 보여지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만나고 그가 제안을 하고 그녀가 제안을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고 그들이 같이 있게 되면서 불곷이 튀는 과정을 그려냈을 뿐이다.



마피아는 회사야. 기업이라고. 차이점이 있다면 일반기업보다 우리 쪽이 좀 더 잔인하다는 거겠지. (304p)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3부작 중에서 이제 겨우 시작이다. 더군다나 마지막 장면은 절대 여기서 끝내면 안 될 장면에서 끝나 버렸다. 누구라도 안돼~! 라는 소리를 지르면서 책장을 덮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 회를 기다리는 드라마 시청자마냥 다음 작품을 어서 내놓아라를 외치게 된다. 젖는다. 젖어든다. 몸도 마음도 젖어간다.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분명히 그렇게 젖어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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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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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일어난 일 가운데 어느 것을 빼고 어느 것을 적어야 하는지, 취사선택의 범위를 모르겠다. (15p)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작가가 한명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작가와 개인적인 친분을 갖는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남들에게는 감춰두고 싶은 개인사까지도 조금은 더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아무것도 모르던 시대와는 또 다르다. sns의 발달로 인해서 독자들은 작가들과 훨씬 더 쉽게 개인적인 친분을 맺을수가 있다.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우리는 아는 사이라는 것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한 친분이 또 작가의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작가들은 글을 쓴다. 때로는 청탁을 받아서 쓰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써 두었다가 그것을 출판사에 보내기도 한다. 그저 단순하게 자신이 생각나는 것을 쓴다면 다르겠지만 청탁을 받는 경우에는 마감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마감에 맞춰서 글이 딱 나타난다면야 오죽 좋겠냐만은 이게 무언가를 맘들어 내야만 하는 과정이다 보니 쉽게 맞춰지지 않는다. 어떤 때는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막 써지는가 하면 어떤 때는 내일이 마감인데도 불구하고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날밤을 새우기 일쑤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긴다. 내 경우에는 기록의 의미가 더 강하다. 많은 책을 죽죽 읽어가다 보니 어떤 책을 읽었는지는 기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나 헷갈리는 경우가 생긴다. 같은 책을 또 읽는 경우가 반복된다. 그것을 미연에 막고자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서평을 쓰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은 가급적 발설하지 않으면서 내가 느낀 점을 진솔하게 그러면서도 조금은 가벼워 보이지 않게 적으려고 하다보니 때로는 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밖에 쓸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작가들은 다를까. 그들도 같은 인간이고 기계가 아니다 보니 많은 생각과 고민 속에서 이야기를 적는다. 그들이 마감을 앞두고 글이 써지지 않을 때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그들은 슬럼프를 이기고 글을 쓰고 마감을 지키고 원고를 내고 책을 만들어 낸다. 그런 고군분투의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는 감탄을 한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가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작가의 고뇌는 모른 채 그저 이야기에 빠져서 읽게 된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들의 고민은 이 책 속에 그대로 드러나있다.

마치 얼핏 작가가 윗사람으로 보이지만, 작가가 무서워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편집자다. 가장 먼저 원고를 읽고 잘 썼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사람이라서다. (235p)

그런가 하면 마지막에는 편집자의 이야기도 들어있어서 작가의 이야기를 다듬는 애환을 느낄수가 있다. 지금처럼 편집자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의 잡지들은 작가들이 돌아가면서 한 회씩 편집을 한 경우가 있는 듯 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살려서 편집을 한다. 포인트를 바꿔보는 편집자가 있는가 하면 동료 작가에게 반드시 그 날짜까지 글을 써달라고 독촉하는 편지를 쓰는 편집자도 있다. 평상시의 작가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반대의 입장에서 서게 되는 셈이다.

가장 재미난 부분은 바로 빈 페이지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빈 페이지로 편집해야 했던 부분. 그 빈 공간에는 인쇄 실수가 아니라는 그런 한 줄의 문장만을 남겨야 했다. 편집부는 왜 이렇게 책을 만들어야만 했을까. 작가들의 고뇌와 아쉬움 그리고 애달픔이 그대로 녹아든 한권의 책. 그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서 독자들로서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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