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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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일어난 일 가운데 어느 것을 빼고 어느 것을 적어야 하는지, 취사선택의 범위를 모르겠다. (15p)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작가가 한명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작가와 개인적인 친분을 갖는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남들에게는 감춰두고 싶은 개인사까지도 조금은 더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아무것도 모르던 시대와는 또 다르다. sns의 발달로 인해서 독자들은 작가들과 훨씬 더 쉽게 개인적인 친분을 맺을수가 있다.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우리는 아는 사이라는 것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한 친분이 또 작가의 책을 구입하고 읽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작가들은 글을 쓴다. 때로는 청탁을 받아서 쓰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써 두었다가 그것을 출판사에 보내기도 한다. 그저 단순하게 자신이 생각나는 것을 쓴다면 다르겠지만 청탁을 받는 경우에는 마감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마감에 맞춰서 글이 딱 나타난다면야 오죽 좋겠냐만은 이게 무언가를 맘들어 내야만 하는 과정이다 보니 쉽게 맞춰지지 않는다. 어떤 때는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막 써지는가 하면 어떤 때는 내일이 마감인데도 불구하고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날밤을 새우기 일쑤다.


독자들은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긴다. 내 경우에는 기록의 의미가 더 강하다. 많은 책을 죽죽 읽어가다 보니 어떤 책을 읽었는지는 기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나 헷갈리는 경우가 생긴다. 같은 책을 또 읽는 경우가 반복된다. 그것을 미연에 막고자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 서평을 쓰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은 가급적 발설하지 않으면서 내가 느낀 점을 진솔하게 그러면서도 조금은 가벼워 보이지 않게 적으려고 하다보니 때로는 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밖에 쓸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작가들은 다를까. 그들도 같은 인간이고 기계가 아니다 보니 많은 생각과 고민 속에서 이야기를 적는다. 그들이 마감을 앞두고 글이 써지지 않을 때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그들은 슬럼프를 이기고 글을 쓰고 마감을 지키고 원고를 내고 책을 만들어 낸다. 그런 고군분투의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는 감탄을 한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가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작가의 고뇌는 모른 채 그저 이야기에 빠져서 읽게 된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가들의 고민은 이 책 속에 그대로 드러나있다.

마치 얼핏 작가가 윗사람으로 보이지만, 작가가 무서워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편집자다. 가장 먼저 원고를 읽고 잘 썼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사람이라서다. (235p)

그런가 하면 마지막에는 편집자의 이야기도 들어있어서 작가의 이야기를 다듬는 애환을 느낄수가 있다. 지금처럼 편집자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예전의 잡지들은 작가들이 돌아가면서 한 회씩 편집을 한 경우가 있는 듯 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살려서 편집을 한다. 포인트를 바꿔보는 편집자가 있는가 하면 동료 작가에게 반드시 그 날짜까지 글을 써달라고 독촉하는 편지를 쓰는 편집자도 있다. 평상시의 작가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반대의 입장에서 서게 되는 셈이다.

가장 재미난 부분은 바로 빈 페이지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빈 페이지로 편집해야 했던 부분. 그 빈 공간에는 인쇄 실수가 아니라는 그런 한 줄의 문장만을 남겨야 했다. 편집부는 왜 이렇게 책을 만들어야만 했을까. 작가들의 고뇌와 아쉬움 그리고 애달픔이 그대로 녹아든 한권의 책. 그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서 독자들로서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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