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스틸러 Love Stealer
스탠 패리시 지음, 정윤희 옮김 / 위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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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차세대 범죄스릴러 작가라는 표지 카피를 보는 순간 딱 한 사람이 먼저 떠올랐다. 제임스 패터슨. 왕년의 실력은 잠시 숨겨두었는지 지금은 그의 신작들을 어린이 어드벤처 작품 [맥스 아인슈타인] 에서나 볼 수 있지만 내게 있어서 이 작가는 [한밤의 배회자]나 [쓰리 데이즈] 같은 그런 뛰어난 범죄 스릴러의 대가였다. 그중에서도 우먼스 머더 클럽시리즈는 참 좋아하는 시리즈였다. 다음 작품이 나오기까지 목 빼고 기다리는. 요즘은 그런 멋진 범죄 스릴러를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스탠 패리시는 그런 아쉬움을 확실히 메꿔줄 그런 작가임에 틀림없다.


자칫하면  조금은 유치하게 보일 표지일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한편의 영화처럼 디자인 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밤풍경을 바탕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2인조의 모습은 그들이 무엇때문에 이토록 달리고 있는지 궁금함을 일으키면서 빠른 스피드가 반짝이는 조명과 환상적인 케미를 불러 일으킨다.


라스베이거스, 세계적인 보석 매장에 도둑들이 들어온다. 환한 대낮에 그곳을 침입한 그들은 계획한대로 다이아몬드를 털어서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다. 표지와 딱 맞아 떨어지는 플롯이다. 이제 그들이 누구인지 알았으니 신나게 달릴 일만 남았다. 전문적인 도둑임에는 틀림없고 그들이 다음에 어느 곳을 향하는지가 궁금해질 찰나 작가는 이 부분에 제동을 걸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또 다른 흥미로움이 개입하는 시점이다.


남녀간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자식에 대한 사랑과 그에 대립하는 절도, 납치 그리고 추적과 살인. 범죄 스릴러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를 기본 뼈대로 삼고 그 위에 적절하게 옷을 입혀 가며 누가 봐도 흥미로와 할 그런 스릴러가 펼쳐진다. 한 문단의 길이가 상당하다. 원작에도 그렇게 되어 있어서 아마 원작의 묘미를 살리고자 한 것 같다. 죽 연달아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숨을 쉴 수가 없게 만든다. 숨이 가빠질만 할 때야 겨우 한숨을 돌리게 한다. 영상미가 돋보여서 분명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스릴러다. 설명하는 것 자체가 부족하다. 직접 확인하는 것이 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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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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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뛰어난 딸이라 해도 아버지가 너무 잘 나면 조금은 비교가 되는 것은 사실인가 보다. 딸인 이민아가 어디 평범한 사람이던가. 그녀는 하버드를 조기 졸업하고 미국에서 변호사와 검사직을 수행했던 뛰어난 인재였다. 말년에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남은 노력을 아낌없이 퍼부었던 그런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렇다 해도 그녀의 이어령이라는 사람의 딸이었고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했다.


흔히 하는 말로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라는 그런 말이 있다. 아무래도 부모가 나이가 더 들었기 때문에 먼저 돌아가실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런 말이 생긴 것이리라. 자식들이 정신 차리고 효도하려고 보면 부모는 살이있지 않다는 그런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결국은 언젠가 끝나게 마련이지만 그 끝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뛰어난 아버지 밑에 뛰어난 딸이 태어났지만 허무하게도 아버지보다 이르게 이 세상의 삶을 정리했다. 병으로 인해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간 딸을 기억하는 마음으로 아버지가 한자한자 적어 내려간 편지 그 편지의 묶음이 바로 이 책이다.


책에서는 저자의 삶이 그대로 엿보인다. 딸이 태어나기 이전에 자신이 어떠한 곳에서 살았는지 자신의 배우자를 어떻게 만났는지부터 시작해서 딸이 어떤 곳에서 태어났고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서 자랐는지에 대해서 거의 다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진부하거나 따분하지 않다. 최고의 석학이자 문학박사이자 평론가답게 여러 문헌을 인용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절절하게 때로는 유머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공감을 하게 만든다.


만일 지금 나에게 그 삼십 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나님이 그런 기적을 베풀어주신다면, 그래 민아야, 딱 한 번이라도 좋다.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되감듯이 그때의 옛날로 돌아가자. 굿나잇 민아야, 잘 자라 민아야. (23p)


저자의 딸인 이민아 목사가 한 인터뷰에 따르면 딸은 아버지의 사랑을 참 많이 고파한 것 같다. 공부를 잘 했어도 아버지의 위해서 한 것이라고 했던 것을 보면 말이다. 워낙 바쁜 아버지셨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유명한 아버지를 둔 딸도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 또한 하게 된다. 아버지는 딸이 떠난 후에야 시간을 되돌리기를 바라면서 그녀에게 굿나잇 인사를 보낸다. 어린 시절 딸이 아빠를 불렀을 때는 그저 지나쳤을 그 시간들을 돌리고 싶어한다. 마치 소설에서처럼 말이다. 마라크 레비가 쓴 [고스트 인 러브]에서는 죽었던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다. 물론 유령의 모습으로 말이다. 아들에게 부탁이 있어서 찾아온 아버지였다.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지금 이 이야기를 읽는 모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 아닌 것 같다.


문체는 담담하고 잠잠하다. 격정적이거나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여서 잠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읽는다. 아버지의 첫딸이었다. 첫 자식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소중했을 것이지만 아버지도 아버지가 처음이라 뭐가 뭔지 몰랐을 것이고 일을 하느라 바빴을 것이고 그래서 더 신경을 못 썼을 것이다. 그래도 딸이 힘들었을 때가장 먼저 찾은 것이 아빠이고 결국엔 아빠의 품으로 돌아와 마지막을 정리했던 것을 보면 부녀사이가 얼마나 돈독했는지를 더욱 잘 알 수 있다. 딸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들어주었던 아버지. 딸이 많이 그리울 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되어 먹먹함이 가슴 가득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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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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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빛 속 아버지가 늘 앉아서 책을 읽던 검정 가죽 안락의자에서 낯익은 실루엣이 따뜻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머리에 스친 한마디가 목구멍에 걸렸다. 아빠? (25p)



아빠가 돌아왔다!

죽었던 아빠가 돌아왔다면 그것은 행복하게 반겨야 하는 일일까 으악하고 소리지르며 도망가야 하는 일일까. 피아니스트인 토마는 연주를 앞두고 잠시 들렀던 엄마 집에서 마리화나를 발견하고 피운다. 그것이 잘못된 것일까. 이 세상에 분명히 없어야 할 아버지가 눈에 보인다. 분명히 자신의 눈에만 말이다. 그렇게 보이는 아버지의 유령으로 인해서 그는 연주에서 실수를 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 등 일상생활에 흔들림이 생긴다.

그것이 전부였다면 좋으련만 아버지는 이제와서 토마에게 말도 되지 않는 부탁을 한다. 그것은 바로 유골훔치기다. 아니 유골을 훔치는 것은 둘째치고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의 장례식에는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지나가다 들른 사람처럼 조문을 표할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 토마는 지금 파리에 있는데 그 장례식은 미국에서 열린다. 더군다나 토마는 하루하루가 연주로 바쁜 피아니스트란 말이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며칠. 그 안에 미국에 가서 남의 장례식에 참여하고 그 사람의 유골을 훔쳐서 아버지가 바라는 비션을 행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다 가능한 일일까.

유령은 뒤에서 둥둥 따라오는 줄 알았는데! (46p)


유령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섭거나 오싹하지 않다. 오히려 아버지 유령은 원래부터 그런 성격이었는지 매사 유쾌하고 밝으며 아들을 놀려주는 것 같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도 가득하다. 그러나 아들은 아들이고 일단은 자신의 사랑이 먼저고 우선이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아들을 찾아온 아버지. 이해하기 힘든 것 같으면서도 그 나름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들과 아버지의 티키타카가 조화롭다. 아들을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 같으면서도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틱틱대면서도 알아볼 것은 알아보는 모습을 보면 그러하다. 아버지가 시킨 것을 무시해버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행하는 장면들이 더욱 그러하다. 아들은 아버지가 살아있었으면 하고 싶었던 그런 여행을 지금에서야 할 수 있음이 반가왔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더 열심을 내지 않았을가.

그저 한순간의 재미라고 보기에는 아들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녹아있어서 감동이라는 조건을 빼고 말할수는 없을 것 같다. 거기다 마지막에 드러나는 반전의 묘미까지. 마르크 레비는 이런 종류의 미션과 감동과 재미와 감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전작의 명성을 들은 적 있다. 단순히 프랑스 작품이라고 해서 배제해버렸는데 이제는 찾아읽어도 되겠다라는 확신이 든다. 프랑스 문학이 이렇게 신나도록 즐거우면 굳이 패스해버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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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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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좋아하는 작가의 코지코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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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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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장르.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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