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구두
조조 모예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저 그런 날이었다. 우울증에 빠진 남편 폴, 엄마 맘도 몰라 주는 딸 캣. 회사에서는 내내 갈구는 상사.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인 앤드리아는 암에 걸렸다. 그저 그런 날이 최고의 날로 바뀌는 데는 스포츠 센터에서 바뀐 가방이 한몫 단단히 했다. 갑자기 바뀌어 버린 일정 때문에 급하게 서두른 샘은 차에서 자신의 가방이 바뀐 걸 알았지만 되돌아 갈 시간은 없었다. 나중에 돌려줄 것을 혼자서 다짐하고 일단 뭐라도 신기는 해야 했으니 바뀐 가방에 든 구두를 신었다. 자신이 평소 신던 것과는 사뭇 다른 비싼 그리고 높은 하이힐이다. 그렇게 조금은 높은 세상에 올라 탄 그녀는 무슨 바법구두라도 되는 냥 그날 연달아 계약을 성공시키고야 말아 버렸다.

니샤

최악의 날이었다. 호텔 내 스포츠 센터를 이용하지 못한 것도 화가 나는데 돌아오려고 보니 가방이 바뀌었다. 자신의 명품 재킷과 비싼 구두는 어디론 가 사라졌고 뭉퉁하고 못 생긴 싸구려 구두만 손에 들어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 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펜트하우스로 접근은 물론 할 수 없었거니와 그 안에 든 자신의 옷을 비롯한 모든 물건들은 손도 댈 수 없고 카드는 다 막혔고 그나마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들은 그녀를 외면했다. 현금 한 푼도 없던 그녀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한 심경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조조 모예스. 작가의 글맛을 오랜만에 아주 된통 느껴버렸다. 이렇게 철진 맛이었지 하면서 되뇐다. 역시 아는 맛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작가 소개에는 [미 비포 유]를 비롯한 삼부작이 대표작으로 소개되어 있지만 나는 첫편만 읽고 결론에 실망한 나머지 그 속편들은 읽지 않았다. 오히려 [더 라스트 레터]나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등 다른 작품에 더 만족을 했었다. 술술 읽히는 속도감은 그리고 흥미를 끝까지 당겨가며 끌어주는 느낌은 진정 읽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랄까.

이번에는 구두라는 하나의 소재를 들이밀었다. 실제로 다른 사람과 가방이나 구두가 바뀌는 일은 어쩌면 한번쯤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설사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해도 이 이야기처럼 극적인 순간들은 별로 없겠지만 말이다. 그저 평범하게 가방만 돌려주면 다 끝날 것처럼 보이던 이야기는 구두의 행방이 점점 이동을 하면서 샘과 니샤가 드디어 만나게 되고 더욱 큰 확장판을 벌려 놓았다. 한바퀴 다 돌아서 종착지에 도착해서 이제 끝이라고 외쳤더니 숨겨진 부분이 좍 하고 펼쳐진 느낌이랄까.

샘과 앤드리아 니샤와 우연하게 직장 동료가 되어 버린 재스민까지 사총사가 되어 버린 그들은 이른바 구두원정대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온갖 술수를 거듭해서라도 구두를 꼭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칼이 구두를 원하는 것이 구두 본연의 목적은 아닐 것이라는 짐작은 일찌감치 하고 있었더랬다. 생각보다 대규모라서 좀 놀랬을 뿐. 주인공인 샘과 니샤 외에도 부가적인 인물들이 추가되어 흥미를 배가 시켜준다. 도시락에 반찬 같은 존재들이다.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 말이다.

이런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져야만 한다. 그들이 좌충우돌 종횡무진화면서 꽁트를 짜고 그것을 실제로 구연해 내는 모습은 영상으로 봐야 진가가 느껴질텐데 말이다. 코미디가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지위에 따른 니샤의 감정변화라던가 하는 면도 주목해 볼 만하다. 진짜 연기 잘하는 배우가 그것을 표현해 내면 좋으련만. 여자와 흑인과 성소수자와 암환자를 구별해서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자먼 이야기 속에서는 그런 모든 것을 다 무슨 차별이 있느냐며 다 아우르는 모습이 작가가 노린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영국판 힐링 감동 코미디 드라마 한편이다. 자주 봅시다 조조 모예스님.




#장편소설 #조조모예스 #마법같은위로 #타인의구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