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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피니아 전기 10 - 우수의 비장군
카야타 스나코 지음, 오키 마미야 그림, 김소형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글을 읽으면서 스토리뿐만 아니라 주인공에게 매료되기는 아주 힘이 든다. 하지만 델피니아 전기에는 주인공이 아니라도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단연 발로와 나시아스는 압권이랄 수 있다. 이 둘은 판타지 세계에 등장하는 기사들의 전형을 보여준다. 물론 델피니아 전기 자체가 가지는 모든 요소들이 그런 점들을 더욱 부각시키기는 하지만, 나는 전형적인 기사의 모습 안에 숨겨진 그들의 개성을 찾는데서 요즘 묘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초반에는 리와 월의 압도적인 캐릭터에 밀려 개성이 드러나지 않지만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에 있어 이 두사람이 없는 델피니아가 얼마나 삭막할지를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물론 사랑스러운 리와 못지 않은 대담함과 동시에 스스로 바보스러움을 연출할 줄 아는 월의 성격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작가는 월의 성격을 대변하는데 있어 직접적인 화법(리와의 대화를 통한)과 동시에 월의 예전 약혼자였던 라티나를 통한 간접적인 화법이라는 이중적인 구조를 통해 월의 인물됨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여기에 입담좋은 이븐과 그 일당들(타우 산맥의 두목들)이 더해지면서 소설은 더욱 등장인물들이 살아있게 한다. 소설이란 단지 스토리가 재미있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 살아 숨쉬고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지 않으면 소설은 죽은 것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델피니아 전기를 통해 정말 오랫만에 동조할 수 있는 등장인물들을 만나본 것 같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번역자의 말대로 작가의 의도가 과연 한글로 옮긴 글에서 100% 살아있을까 하는 것이지만.. 이것은 전적으로 번역자의 몫이니 독자로써 나는 그저 감사하고 또 즐겁에 읽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