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칼의 날
프레드릭 포사이드 지음 / 대성 / 1992년 11월
평점 :
절판


감정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형용사와 부사 등의 수식어를 철저히 배제한 문체. 전문적 분야에 대한 상세한 묘사. 넓고 중대한 스케일.... 이것이 이 책의 묘미가 아닐까.

하드보일드 문체를 썼던 사람 중에 헤밍웨이가 있다. 그 역시 신문기자 출신이었다고 하는데 프레드릭 포사이드 역시 신문기자였다. 그래서그런지 그의 글은 어찌보면 건조하다. 그러나 그런 글이 그가 쓰는 책의 장르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문체가 얼마나 매력적이던지-비록 번역된 것이지만-이 책을 다섯 번 읽었다!).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다른 작품들도 대부분 그렇듯이 이 책 또한 사건의 진행과정을 매우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총을 입수하는 과정, 가짜 여권을 만드는 과정, 잠입하는 과정, 거사(드골 암살)에 이르는 과정 등. 마치 내가 자칼과 공모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나는 자칼 편이었다!)

이런 명작을 어떻게 작가는 한 달만에 써댈 수 있었을까? 물론 사전 준비가 많았겠지만 프레드릭 포사이드가 능력있는 작가라는 방증이 아닐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 가발공장에서 하버드까지
서진규 지음 / 북하우스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가발공장 직공에서 미군 장교, 그리고 공부하는 늦깎이 대학생... 무엇이 그의 변신을 가능케 했을까.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며 가발공장(당시에는 상당히 인기 직장이었으리라)에 다니다가 돈 모아서 시집가고, 애 낳고 하는 생활이 더 쉽지 않았을까?

서진규씨의 삶을 보면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사는가'하는 물음을 생각케 한다. 사람은 희망 때문에, 이루고자 하는 꿈 때문에 사는 것이다. 현재의 역경은 내일의 희망이 없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이 되겠지만, 희망이 있다면 값진 거름이 된다.

미군 장교, 대학생 이란 인생의 코스가 일류층 인생과 비교할 때 그리 성공하지 못한 인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의 여부를 어찌 남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인가. 자기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마침내 이루는 것,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성공이 아니겠는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글귀. 나는 무언가 하려고 할 때에는 현재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떠올랐을 때 그것에 최선을 다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 장점 중에 하나가 간접체험일 것이다. 여행의 체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든지 책을 펼치면 원하는 곳을 여행할 수 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비주얼하지는 못할 지라도 어떤 의미에서는 더 생생히, 개인적으로 느끼고 생각할 수 없는 것까지 책은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은 우리를 2000년대 초기의 중국을 여행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가 머물렀던 숙소 부근의 풍경, 그가 다녔던 어학학원과 청화대의 구석구석을 같이 느낄 수 있다. 저자의 톡톡 튀는 글솜씨는 '내가 직접 보았더라도 이렇게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독자를 현장으로 이끈다.

이 책에서는 독자가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를 건질 수 있디. 우선 첫째가 중국 풍물이다. 연 9퍼센트로 성장하고 있는 경제력, 그로 인해 생겨난 부자 그리고 그런 급격한 경제성장의 그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모습들. 현대와 오지가 공존하는 아직은 불안정한 중국의 실상을 손에 잡히는 듯 읽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가는 사람의 의지(그리고 덧붙여 올바른 어학공부방법까지!)이다. 나이 40이 넘어서, 여자(게다가 미혼! ^^)가 새로운 언어(게다가 중국어를!)를 배우기 위해 단신으로 외국생활을 할 엄두를 낼 수 있을까? 그런데 저자는 과감히 그런 일들을 해치운다. 저자는 그런 사람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사람의 일상을, 중국어를, 그들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약한 몸으로 악전 고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책을 읽고, 나도 새로 외국어 하나 배워? 나도 외국 여행을 해볼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충동이 아니라 '나는 나의 생을 저자처럼 내 의지대로 살고 있는가'하는 점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의 의도에 완벽하게 걸려든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글을 쉽고도, 강렬하게 쓸 줄 안다.

한 권의 책이 여러 가지 주제를 담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한 권의 책이 독자들마다 다양한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양한 주제를 소화해내기에는 너무 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점을 굳이 들라면(비판도 훌륭한 서평이 될 것이므로 ^^), 다루는 소제에 대해서 너무 글들이 짧다는 것이다. 나는 좀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데 너무 빨리 끝을 내버리는 것이 아쉬웠다는 얘기. 그리고 출판을 서두를 탓이었을까? 비슷한 표현을 중복되게 쓴 부분도 두세 곳 발견된다. '이거 같은 글이 중복되게 편집된 거 아냐?'하고 확인해볼 정도. 다른 책이라면 이런 단점은 치명적인 인상을 책 전체에 미치리라. 그러나 이 책에선 '아쉬움'정도로 느꼈다. 아마 대상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생각' 탓일 것이라고 관대히 생각했다.

이제 저자는 40대 중반을 훌쩍 넘었으리라. 그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월드 비전에서의 활동도 이젠 본격적으로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자여, 무리한 부탁인 줄은 알지만, 중국에 한 번 더 다녀오시라. 그리고 한 500페이지 이상 되는 두터운 책에 님이 보고 듣고 느낀 중국에 대해서 다시 글을 써달라. 이제는 어학공부에 대한 생활이 중심이 아닌 관찰의 대상에 집중된 생활을 위주로 글을 써달라. 충분히 엄청난 작품이 탄생될 것이라 확신한다.

햇빛을 쬐고 있으면 온몸이 따뜻해진다. 명랑하고 유쾌한 성격에다가 말까지 잘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덩달아 즐거워진다. 한비야, 저자는 햇빛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 삶의 에너지가 충만되어 있고 그 에너지를 자신의 의지대로, 목표대로 분출하면서 주위의 사람까지 전염시키는 사람, 그가 쓴 글을 읽으면 덩달아 독자도 그를 닮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장군들은 어떻게 승리하였는가
베빈 알렉산더 지음, 김형배 옮김 / 홍익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 전쟁을 멈춘 적이 있었을까? 이웃간, 부족간, 국가간의 피비린내나는 싸움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과학 기술적 발견은 가장 먼저 전쟁을 위한 개선에 적용된다. 전쟁의 승패는 삶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매우 중요한 사안을 다루고 있으며 밀리터리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소설보다도 흥미있게 읽힐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이 다루고 있는 많은 전사(스키피오, 징기스칸, 나폴레옹, 스톤월 잭슨, 윌리엄 셔만, 아라비아의 로렌스, 마오쩌둥, 롬멜, 맥아더 등)를 다루기에는 너무 얇다. 각각의 전투가 각 권으로 나왔더라면 더 좋왔을 것이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만큼 저자는 전쟁(전투)을 뛰어나게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다는 얘기.

책이 많은 사건을 압축하듯이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서평자가 느꼈던 문제점(너무 개략적인 묘사와 설명, 지도 및 상황도의 생략 등)들이 약점으로 노출된다. 번역 기획이 1권으로 됐기 때문인지, 원전이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한 가지 예로 맥아더의 한국전쟁을 기술한 것을 보면, 책 내용 중에 설명된 지명(전투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명)이 표기되지 않은 지도가 게재되어 있다. 한글은 우리에게는 매우 쉽고 편한 언어지만 영어권 사람에게는 매우 난해한 언어라고 한다. 영어권 독자가 이 책을 봤다면 지명을 확인하면서 책을 읽을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읽기조차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책의 가치는 빛을 잃지 않는다. 다만 약해졌을 뿐이다. 그것은 전쟁 전문가다운 저자의 날카로운 상황분석과 간결하고 적확한 묘사에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자신있게 일독을 권할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람세스 - 전5권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람세스, 한 마디로 부러운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살다 간 사람이다. 파라오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서 왕위 계승권자가 되는 능력과 행운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는 67년간 권좌에 있음으로써 당시 중동지역의 최강국의 최고 권력자로서 생을 누렸다. 건강해서 장수했으며 따라서 많은 똑똑한 후손을 보았다. 한 인간으로서 이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겠는가.

소설로서의 람세스는 그저 그렇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활약은 수호지만 못하다. 사건(왕위 쟁탈이나 국가간 갈등)의 흥미는 삼국지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다만 이집트라는, 거대한 피라미드와 고대의 잊혀진 문화를 현대인에게 상기시킨다는 소재는 눈에 띤다.

힘만이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시대. 그러한 시대에 권좌에 올라 67년간을 무난하게 통치했다는 점에서 람세스에게는 일반인보다 뛰어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그런 점을 그리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개인의 뛰어난 능력, 훌륭하고 공익에 봉사할 줄 아는 친구들. 그들의 자기희생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람세스의 통치방법을 저자는 아주 잘 묘사했다.

서평과는 조금 다른 각도의 생각이지만 이런 의견을 서평에 부가하고 싶다. 당시 이집트는 인근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풍요로웠을 것이다. 대부분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와는 달리 해마다 주기적으로, 알맞게 범람하여 옥토를 만들어주는 나일강의 혜택. 먹을 것은 부족함이 없었고 사람들은 그 풍요 속에서 찬란한 문화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이집트는 어떤가. 기술적, 경제적 후진국(?)이 아닌가. 환경은 너무 혹독해도, 풍요로워도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람세스, 독자를 흥분케 하지는 못하지만 들척지근한 감미를 가지고 천일야화처럼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사건, 플롯을 고려해볼 때 정말 두꺼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