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道 1 - 천하제일상 상도 1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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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성공한 사람의 성공기를 살펴보는 것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의 성공기를 읽는 것 또한 그렇다. '그는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까. 그 안에서 나도 어떤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까지 가세해서 몰입하게 만든다.

소설 '상도'는 그런 면에서 썩 괜찮은 소재를 다룬 책이다. 게다가 단지 돈을 버는 '상'에 그치지 않고 '도'라니? 돈도 벌고 인격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의 매력은 제목에서부터 물씬 풍기고 있다.

그런데, 독자가 제목에 이끌려, 이런저런 이유로 책을 손에 들었지만 정작 읽고자 하는 내용을 '상도' 다섯 권을 탈탈 턴다면 대체 얼마나 될까? 많게 잡아야 한 두 권? 그럼 나머지는?

한 그릇에는 하나의 음식만 담아야 한다. 그래야 그 음식 고유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비빔밥도 있지만 그건 비빔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음식일 것이다. '상'의 '도'를 보고자 했던 사람은 '잡탕'에 실망하지 않았을까? 주제가 흐릿해져버린 소설을 읽는 당혹감, 읽으려 했던 것을 찾기 힘들 때의 허털감을 소설은 독자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

내용 자체도-실랄하게- 비판해볼까?

임상옥이 거상이 되는 계기는 일전에 도와준 일이 있는 장미령에게서 막대한 장사밑천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밑천으로 전매나 다름없는 인삼교역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이거야 말로 땅 집고 헤엄치기 아닌가.(책 속에서 임상옥의 뛰어난 상재를 찾기 힘들다!)

그리고 친구 딸과의 관계는 어떤가? 사람이 이성에게 이끌리면 육체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딸 같은 여자와! 그것이 인간관계를 완성시키는 유일한 수단일까? (돈이 많아서 축첩을 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 친구 딸을 노비로부터 해방시켜줘서? 돈 있고 신수 편한 여자가 남의 첩이 되는 사람이 있던가!)

아무리 부자라고 호화판 집을 짓는 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세인의 지탄을 받는 짓일 것이다. 그런데 임상옥은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물론 나중에 축소하기는 하지만 물욕과 그의 과시욕, 사치 등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고-즉, 재의 사용에 있어서 도의 경지까지 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임상옥은 지어진 집을 허무는데, 이걸 엄청 고민한다. 도에 이르러서 그랬다고 보기에는 아까워서 고민하는 듯한 인상)

계영배, 그 뜻은 좋지만 그런 술잔을 만들 수 있을까? 세속에 찌든 현대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지만 옛날이라고 가능했을까? 지금 석숭이 살아 있다면 그런 도자기를 만들 수 있을까? 만들 수 없다고? 그럼 계영배도 뻥이요, 임상옥도 뻥인가? 소설 '상도'는 사실에 입각한 글이 아니라 그냥 만화 수준의 글이란 말인가? (계영배는 소설 전체의 틀이다. 그런데 그 틀 자체가 불가능한 신기루와 같은 것이라면 사건 자체가 허상일 뿐일 것이다)

임상옥을 다룬 부분만을 한 권이나 두 권 정도로 줄여서 책을 냈다면 어땠을까. 그럼 임상옥도 이해하고 계영배도 받아들여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소설이니까. 그럼 책을 다 읽고 손에서 놓는 순간 허탈한 생각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을 텐데.

그런데 '상도'는 소설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나려고 무진 애를 쓴다. 불교적 일화, 고시, 소설의 주제와는 별개의 교훈적 에피소드..... 그래서 '상도'는 소설도 아니고 '명심보감도' 아닌 이상한 책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런 이유를 '원래 신문에 장기 연재됐던 작품이기 때문에...'라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래도 아이에게 어른 옷을 입혀서 세상에 내보낸 것에 대한 변병으로는 궁색함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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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 - 제1부 격랑시대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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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가 김홍도는 그림을 통해서 당시 서민 문화의 자취를 후대에 남겼다. 사진이 없던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는 기쁨과 사학적으로 귀중한 자료를 남기는 업적을 이룩한 것이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을 나는 한국 문단의 김홍도라고 '감히' 칭하고, 평가하고 싶다.

그림은 흰종이와 붓만 있으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그릴 수 있다. 김홍도라고 왜 아름다운 산수를 그리고 싶지 않았겠는가. 귀족의 멋드러지게 주름접힌 화려한 복식과 풍요롭고 화려한 일상도 붓 하나에 묻어나올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땀 냄새에 절고 헤지고 남루한 서민인가.

글-소설도 종이와 펜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쓸 수 있을 것이다. 권력자의 화려한 삶, 상류층 군상들의 호사로운 생활 등. 그림과 다를 것이 없고 오히려 더 쉽다. 상상이 유일한 밑천이다. 그런데 조 선생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을 거부하고 가난하고 핍박 받는 억울한 이 땅의 민초들의 삶 속에 뛰어들어 그들과 같이 아픔을 느끼며, 곪아서 종내는 터져나오는 한을 그는 글로 쏟아낸다. 김홍도와 닮은꼴 아닌가!

'한강'. 책 제목도 참 잘 지었다. 우리나라 강이 어디 한강뿐이며, 중요하지 않은 강이 어디 있겠냐만은 한강은 우리나라에 유별난 상징성을 가진 강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다. 강의 주변에 모여 사는 사람만도 기천만 명이요, 남한 경제활동의 중심의 장이 되는 곳이 아닌가.

그리고 한강은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민족 유사이래 최대의 격동의 시대변화를 지켜본 중심지이다. 그 변화들을 작가는 마치 본인이 한강인 양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려내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인 똥지게를 지는 날품팔이부터 검사, 변호사, 기업체 사장, 국회의원 등의 정치인들이 모두 한강물을 먹고 산다. 무릇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우리 몸의 75퍼센트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그 삶의 모습이 다른 것일까. 어떤 사람은 자기 한몸 살기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데 허덕이는 소박한 삶을 살고, 어떤 사람은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고 짓밟으며 산다. 어떤 사람은 환경에 순응하며 살고, 어떤 사람은 개척하고, 어떤 사람은 거스르며 산다. 이러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소설 한강은 주요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고스란히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조 선생이 쏟아낸 방대한 글의 양에 놀라웁고, 그 유연한 글쏨씨에 경탄할 뿐이다. 뭔가 소명의식이 없고서야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더 흐르면 김홍도의 그림이 단순한 그림에 그치지 않고 당시의 시대상을 연구하는 자료로 가치를 발하듯 이 소설 '한강' 또한 시대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가 될 것이 틀림없다.

조정래, 그는 한국의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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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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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의 작가가 말하는 '유혹하는 글쓰기'란 뭘까? 나는 이 하나의 궁금증 때문에 이 책을 읽었다. 나는 그를 '별로'라고 생각하는 작가다. 난 그가 추구하는 분야가 싫다. 공포스릴러... 왜 허구많은 분야 중에 선지피가 낭자하고 비명이 귀를 찢는 공포냔 말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 이런 대목이 기억난다(제목은?). 누군가가 주인공이 키우던 고양이를 죽였는데, 드라이버로 고양이의 가슴을 찔러 벽에 박았다. 제길, 너무 끔찍하다. 언어 폭력이다. 스티븐 킹은 충격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 충격적인 장면만을 상상하는 이상한, 반쯤은 미친 작가가 아닐까. 그래서 싫어한다.

그런데 그가 한때는 쇼생크 탈출과 같은 감동적인 작품을 썼다니, 유혹하는 글쓰기란 책에서는 대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아마 최소한 소름이 돋는 내용은 아니겠지, 한 사람의 다양성을 살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하는 것이 내가 이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은 까닭이다. 책을 읽은 결론은 문학도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전체는 말고 일부분이지만).

아무리 희대의 영웅일지라도 유치한 어린 시절이 있듯이 대작가인 스티븐 킹도 밥 먹고 살기 어려울 정도로 고생한 시절이 있었다. 피고름이 밴 병원의 세탁물에 파묻혀 살았다든지, 말 안 듣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국어(영어) 문법을 가르치던 시절-교사생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고 싶은 것은 글 쓰기 였음으로-말이다.

그런데 스티븐 킹은 최악의 환경에서도 글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직장에서 점심시간에도 쓰고, 자신이 쓴 원고가 단돈 몇 십 달러에 팔려버려 고생의 보람이 빵 몇 개로 변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캐리'가 그의 꿈을 이루어주게 됐을 때 눈물을 흘린다. 아내를 꼭 안은 채. 이런 한 작가가 성공하는 과정을 알게 된 것만으로 이 책은 제값을 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목표를 집요하게 추구해서 마침내 성공하는 '성공사례서'를 읽은 기분은 드니까.

살아 있는 대화체를 써라. 부사와 형용사의 남발을 억제하라. 글 쓰기 위한 연장을 갖추라 등은 좀 그렇다.

번역본은 어딘지 구성이 엉성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부분을 말하다가 갑자기 문장론으로 건너뛰고, 결말을 저자가 교통사고 당한 이야기로 맺는 등. 중간중간 많은 부분이 생략된 느낌이다.(제목이 부적절한 탓일까? 글쓰기 만이 아니라 작가 소개서 같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독자를 유혹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작가뿐 아니라 출판사도 피 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책 내용과는 무관한 제목 붙이기, 과대광고 등. 이런 작태가 반복되면 독자는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다시는 사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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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파괴자들
김성화 외 지음 / 새길아카데미 / 199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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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만 고집하는 IBM을 뛰쳐나와 MS를 만들어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소프트웨어인 도스를 만든 빌게이츠. 이제까지와는 다른 각도에서 인간의 정신까지도 관찰과 연구의 대상에 편입시킨 프로이트. 웃기기만 하는 희극배우가 아닌 자신이 추구하는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던 슬픈 커미디언 찰리 채플린.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는 사업전략과 광고전략을 펼치는 베네통.... 이들의 공통점은? 아직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하지 않았던 일을 시작한 개척자라는 것이다.

이 책은 위인전도 아니고 특정인의 평전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성공사례와 그 원인을 짧게 분석하고 있다. 너무 도식적인 편집, 지나치게 개략적인 것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는데, 기획의도나 인물의 선정은 나름대로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성공-명예를 얻고, 돈 많이 버는 것일까-하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피상적 성공론도 이 책은 그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개인에게 있어서 궁극적 성공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자신의 개성을 살리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는 것-성공하지 못해도 좋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렇게 느낀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이것도 내 개성임에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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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민병덕 옮김 / 범우사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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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왜 했을까? 오락삼아, 정보를 알기 위해서 등등 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무신경하게 독서를 해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독서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여 구체적인 독서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교양서적을 읽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문학작품을 읽는 방법이다. 각각의 분야가 다르므로 책을 읽는 방법도 당연히 달라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이러한 저자의 주장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전에는 왜 이런 문제에 대해서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았던가? 물론 정리는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름의 독서방법과 기준을 가지고는 있었다. 그러나 정립되지 않은 것이었다는 것을 부끄럽지만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독서의 목적은 (정신적)성장에 있다. 수월하게 읽히는 책만을 읽는다면 성장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기 힘 이상의 난해한 책과 맞붙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에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구절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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