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 - 제1부 격랑시대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화가 김홍도는 그림을 통해서 당시 서민 문화의 자취를 후대에 남겼다. 사진이 없던 그 시대를 엿볼 수 있는 기쁨과 사학적으로 귀중한 자료를 남기는 업적을 이룩한 것이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을 나는 한국 문단의 김홍도라고 '감히' 칭하고, 평가하고 싶다.

그림은 흰종이와 붓만 있으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그릴 수 있다. 김홍도라고 왜 아름다운 산수를 그리고 싶지 않았겠는가. 귀족의 멋드러지게 주름접힌 화려한 복식과 풍요롭고 화려한 일상도 붓 하나에 묻어나올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 땀 냄새에 절고 헤지고 남루한 서민인가.

글-소설도 종이와 펜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쓸 수 있을 것이다. 권력자의 화려한 삶, 상류층 군상들의 호사로운 생활 등. 그림과 다를 것이 없고 오히려 더 쉽다. 상상이 유일한 밑천이다. 그런데 조 선생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을 거부하고 가난하고 핍박 받는 억울한 이 땅의 민초들의 삶 속에 뛰어들어 그들과 같이 아픔을 느끼며, 곪아서 종내는 터져나오는 한을 그는 글로 쏟아낸다. 김홍도와 닮은꼴 아닌가!

'한강'. 책 제목도 참 잘 지었다. 우리나라 강이 어디 한강뿐이며, 중요하지 않은 강이 어디 있겠냐만은 한강은 우리나라에 유별난 상징성을 가진 강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다. 강의 주변에 모여 사는 사람만도 기천만 명이요, 남한 경제활동의 중심의 장이 되는 곳이 아닌가.

그리고 한강은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민족 유사이래 최대의 격동의 시대변화를 지켜본 중심지이다. 그 변화들을 작가는 마치 본인이 한강인 양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려내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인 똥지게를 지는 날품팔이부터 검사, 변호사, 기업체 사장, 국회의원 등의 정치인들이 모두 한강물을 먹고 산다. 무릇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우리 몸의 75퍼센트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그 삶의 모습이 다른 것일까. 어떤 사람은 자기 한몸 살기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데 허덕이는 소박한 삶을 살고, 어떤 사람은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고 짓밟으며 산다. 어떤 사람은 환경에 순응하며 살고, 어떤 사람은 개척하고, 어떤 사람은 거스르며 산다. 이러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소설 한강은 주요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고스란히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조 선생이 쏟아낸 방대한 글의 양에 놀라웁고, 그 유연한 글쏨씨에 경탄할 뿐이다. 뭔가 소명의식이 없고서야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더 흐르면 김홍도의 그림이 단순한 그림에 그치지 않고 당시의 시대상을 연구하는 자료로 가치를 발하듯 이 소설 '한강' 또한 시대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가 될 것이 틀림없다.

조정래, 그는 한국의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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