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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스페셜 1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7월
평점 :
이 책의 장르를 뭐라 해야 딱 맞게 했다고 평할 수 있을까? 알라딘의 분류를 보면 '역사→ 한국사→ 한국고대사→ 한국고대사 일반'으로 돼 있는데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지 '역사적 사실'을 아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분류를 보다 정확하게 한다면 역사 스릴러나 역사 추리소설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장르를 먼저 설정해야겠지만 ^^) 재미가 있고 없고의 기준으로 소설이냐 아니냐를 구분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소설 이상의 재미를 준다는 얘기.
이 책은 '언제,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했다'라는 식의 평면적 전개로 역사공부에 넌덜머리 났던(학창시절 때 역사공부란 전부 외워야 하는 것이다 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사람)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사정없이, 가차없이 매혹시킨다.
예를 들면, 이 책은 '왜 신라에만 여왕이 존재했을까', '백제 대향로의 비밀은 무엇일까' 등과 같이 퀴즈 문제처럼, 혹은 추리소설의 도입부처럼 출발함으로써 독자를 흡입한다. 분석 결과의 역사적 의의는 퀴즈의 단편성의 한계를 뛰어넘고, 철저한 고증을 통한 사실 입증은 추리소설의 허구적 한계를 극복한다.
일본 천황의 보물을 보관하는 창고에 양탄자가 있는데, 이것이 신라에서 만든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이것은 당시 신라와 일본과 활발한 교역이 있었다는 것과 신라에서는 양탄자 직조기술과 상업적 시스템이 발달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렇게 일본과의 교역을 통해 축적된 부는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다른 국가들과는 달랐음을 뜻하는 것이다.
어떤가, 신라산 양탄자라는, 현재 남아 있는 작은 단서로부터 추리해낸 결과가 놀랍지 않은가.
모르는 정보를 알려주거나 생각하는 힘(지혜)을 길러주는 책을 교양서적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만을 교양서적이라는 범주의 조건으로서 한정하여 이 책을 생각할 때, 이 책은 이 조건에 썩 부합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본 역사의 단편을 알게 해줄 뿐 아니라, 그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마치 이 책을 팔기 위한 목적이 밑에 깔려 있는 듯한 평을 했는데, 사실인데 어쩌리오. ^^;;
그러나 오호 통제라, 이 책에도 단점이 있으니... 보고 싶은 사항을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는 점, 다음 사항으로의 진도를 독자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 등은 책으로서의 장점일 것이다. 그러나 수록된 자료사진과 도표 등이 부족하며 동화상이 아니라 정적이라는 점은 TV프로그램이 아닌 책으로서의 한계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일지는 모르지만, 책 크기가 너무 작다. 그리고 사진이 흑백이다. 포터블하게 만들어서 독자들을 쉽게 접근시키기 위함이었을까? 책가를 낮춰서 많은 구입을 유도(보급을 위해서)하기 위해서였을까? 이유는 모르지만 이런 점은 정말 아쉬운 점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폼 나는 표지에 도감 같은 넉넉한 크기에, 좋은 지질로 다시 출판된다면 다시 구입하여 보관하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