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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목민심서 1
황인경 지음 / 삼진기획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사회는 인간을 낳고 기른다. 인간이 없는 사회란 존재할 수 없고 사회없는 인간이란 야만이라는 울 안에 사는 동물처럼 인간끼리의 상호작용을 미치지 못함으로써 동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을 낳고 길러야 할 사회가 인간을 무참히 매몰시키는 경우가 있다. 혹부리 나라에선 혹 없는 사람이 이상한 존재이듯이, 사회 전체의 사상이 고루할 때 혼자 앞선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 모두 썩어 있을 때 홀로 淸淨한 사람은 이상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정양용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훌륭한 인재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펴보지 못하는 사회가 잘 될 리가 없다. 훌륭한 인재를 발굴, 육성하지 못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건전한 사회를 형성하기도, 부강한 나라를 만들지도 못함은 자명하다 그 결과 우리는 1910년의 국치일(한일합방)을 가지게까지 된 것 아닌가.
우리가 가진 자랑스러운 조상인 정약용 선생을 소설화한 이 책은 재미로, 흥미로 읽고 말 책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인격의 완성을 돕고 사회의 정의가 어떠해야 하는 가를 시사하고 있는 책이 아닐지.
개인 평전으로서가 아닌 소설로서의 한계점도 가지고 있다.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점과 저자 개인의 추측으로 중심인물의 심리를 묘사해야 한다는 점 등이 그렇다. 예를 들면, 소설 말미에 약용이 자신의 저작을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하여 낙심하는 듯한 구절이 그렇다. 실로 다양한 분야의 500여 권의 저서를 누가 알아줘서 쓰고 말고, 뭘 바라고 쓰고 말고 할 업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문에 대한 열정과 국가와 사회, 爲民이라는 소명의식이 없으면 흉내조차 내지 못할 일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배울 때 좋게만 생각했던 과거제도도 다르게 보게 된 것 같다. 널리 인재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파당을 조장할 여지가 있고 시험과목만 공부하게 하는 폐단도 있었던 것이다.
당시의 우리 사회가 어떠했는지는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가 벽지로 발라져 원본이 없어져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무한의 가치를 가진 저작물이 자유로이 발표될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 그것이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렸다는 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 했는데 과거에 비쳐진 현실의 모습은 어떠한가. 조석으로 변하는 대학 입시제도를 비롯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어지러운 교육정책, 학문의 선택 기준이 취업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로 따져져 이과를 기피하는 풍조 등 현실은 과거와 별반 나아진 것 같지가 않다. 또한 현재도 지위를 이용하여 부정축재를 하는 탐관오리가 존재하니 말이다.
이런 책이 널리 읽힌다면 과거의 폐단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