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10
존 그리샴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존 그리샴은 소위 법정 스릴러의 거장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그가 다루는 법 관련 소설의 동기는 거의 대부분이 바로 '돈'에 얽힌 것들이다. 돈이란 현대를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지만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다툼은 추악하기 그지없다.

소설 '유언장'은 법적으로는 중요한 이슈나 새로움이 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리샴이 여태까지 자신의 소설에 내건 금액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내건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려 110억 달러! 너무 엄청난 금액에 독자는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인데, 책에 등장하는 상속인들이야 오죽했을까. 상속 자격을 가진 사람들의 탐욕스럽고 파렴치한 행동들은 일반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부정할 수 있는가?)?

소설 전반부에 벌어지는 트로이(유언자)의 충격적인 죽음, 상속인들이 벌이는 실소를 자아내는 행동들이 이 책에서는 가장 흥미있게 읽혔다. 그리샴이 브라질의 오지를 여행하고 감동을 받은 것은 사실인 듯한데 글이라는, 아무래도 표현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텍스트로의 묘사 때문인지 그다지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 것 같다.

소설의 마무리는 고전적인 전래동화식(착한 사람이 자알~ 살게 된다는 식)으로 마무리되어 특별한 사건이나 독자의 시선을 끝까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앞서도 말했듯이 그리샴은 대부분 돈에 얽히 추악한 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는 작가이기 전에 변호사였다. 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작가로 변신하여 돈에 얽혀 벌어지는 냄새나는 사건을 들을 고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작가의 심정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는 것이 나의 큰 소득이다. 결국은 돈 때문에 '내가 옳다, 네가 틀리다'를 핏대 세워 외치던 법정을 떠나 브라질의 오지처럼 때묻지 않은 곳에서 유유자적하고 싶은 마음. 사치를 일삼고 돈이야말로 지상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레이첼처럼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유산을 상속시키고 싶은 마음. 이것이 내가 느낀 그리샴의 마음이다.

뭐 이렇게 억지로 소설의 의미를 찾지 않는다 해도 그리샴의 작품은 읽기에 즐겁다. 어쩜 그리도 글재주가 아기자기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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