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빅토리안 4
모토 나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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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빅토리안'은 빅토리아 시대의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물이다. 그러나, 작가 자신도 밝히고 있듯이 '역사물'은 아니다. 역사물이 아님에도 빅토리아 시대의 풍속이나 사회 상황 묘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런 부분을 보면 작가 자신도 이 시대에 상당히 매료되어 있다는 것도 느껴진다(하기는 누구의 가슴도 두근거리게 하는 시대가 아니던가..로맨스 물에서도 '리젠시'라고 따로 분류되는 시대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 만화는 시대물인 동시에 동화이기도 하다. 런던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기 위해 상경한 시골처녀 블루벨. 그녀가 런던에서 동경하던 레이디스 매거진의 편집장 노엘을 만나고, 인기소설가 '아젠트'와 후작영양 '레이디 에셀'의 두 얼굴을 가진 여장미남 은의 레이디를 만나고, 살인사건에 휘말렸다가 그들의 도움으로 벗어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 겪는 좌충우돌 모험 로맨스.가 이 만화의 주 스토리니까. 거기에 '은도둑'이라는 정체불명의(4권 끝에서 전하.라 불리는 것으로 보아 아마 왕실의 일원이라 생각되지만) 괴도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현실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면(사실 이런 작품에 굳이 현실성을 기대하는 쪽이 바보스럽다) 꽤 흥미진진하고 가볍게 머리식힐 수 있는 작품이다. 진부하다 비난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만큼 재미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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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명의 자매들 2
오스카 이후엘로스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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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이 든 친척분의 오래된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진마다 등장하는 모르는 얼굴들에 대해 물으면서,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는 듯한 기분. '열네명의 자매들'은 그런 이야기다.

아일랜드계 이민인 넬슨 오브라이언. 그가 쿠바에서 데려온 새신부 마리엘라 몬테즈..이 두 사람은 미국의 작은 소읍에 자리잡고 살아가면서 장녀 마거리타를 필두로 열네명이나 되는 딸들을 낳고, 마지막으로 외아들 에밀리오를 낳는다. 이 열다섯명의 남매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어른이 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또 늙어가는 한 가족의 연대기...물론 모두에게 포커스를 다 맞출수는 없기에 이야기는 주로 장녀인 마거리타와 막내인 에밀리오에게 집중된다(원제가 'The Fourteen Sisters of Emilio Montez O'Brien'이다).

이들의 인생살이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인생이란 뭔가 대단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인생사일지라도 각 개인에게는 세상 전부같은 무게를 가지는 것이 인생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이니까.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소설이고, 빛바랜 사진첩의 그 아련함이 물씬 묻어난다(극중에서 아버지 넬슨과 아들 에밀리오의 직업이 모두 사진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옛날 사진을 들여다보는 복고적 취미가 있고, 남들의 인생 얘기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마음에 들 책. 애초에 영어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배경과 소설의 설정 탓인지 중남미쪽 소설 특유의 어딘가 몽환적인 분위기도 즐거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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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城) - 김화영 예술기행 김화영 문학선 4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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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련된 문장을 읽는 것은 항상 기분좋은 일이다. 그 문장의 주인이 폭넓은 학문적 지식과 섬세한 감수성까지 갖추고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거기에 그가 이번에 풀어놓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네, 콩브레, 위세처럼 그 이름만으로도 두근거리게 하는 프랑스의 고성들을 문학적 모티브를 가지고 돌아본 기행담이라면, 그 책은-적어도 내게는- 당연히 진수성찬이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박식하고 유창한 안내자와 함께 르와르 계곡의 퇴락한 위세 성에서 파리의 당당한 노트르담까지 두루두루 돌아보는 기분이었다. 여행을 다녀 보면, 어디건 장소 그 자체만으로는 감흥이 크지 않다. 어딘가를 빛나게 하는 것은, 의미있게 하는 것은 역사이건 문학이건, 그 성, 그 저택, 그 광장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여행의 그런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는, 역시 평소에 많이 읽고 공부할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낀 점이다(이쯤에서 지난 가을 프랑스 여행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몇 군데 성에 나도 갔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그렇지만 물론 거기에서 내가 느낀 감흥이나 사유는 저자의 것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는 것도. 물론 내게는 그 정도로도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이 나왔었다면 어쩌면 조금 다른 여행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읽는 동안 내내 두근거리고 즐겁다. 내용만이 아니라 종이질이나 활자, 사진상태, 편집도 썩 만족스럽다. 여행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후회하지 않을 책! 덧글) 흠을 하나 잡자면, 뒷부분의 인도와 아프리카 기행문은 앞의 프랑스 부분과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다. 기행문이라는 면에서 함께 묶은 것은 이해하지만, 프랑스 부분만으로도 한 권 분량이 충분하니 뒷부분은 다음에 다른 책으로 묶여 나왔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덧글) 여행과 문학의 행복한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즐긴 독자라면, '김인성의 영국문학기행'도 추천한다. 불문학은 소설을 이야기할때도 시적이고 영문학은 시를 이야기할때도 어딘가 산문적.이라는 것은 나만의 느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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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 39 - 완결
사토 후미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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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인기작이었던 '소년탐정 김전일'이 드디어 끝을 맺었군요. 사실 저도 처음엔 열심히 보다가 뒤로 갈수록 다소는 시들해진 작품이었는데, 잠시 잊고 있는 사이에 완결이 났네요. 마지막 두 권은 '팬 서비스'라는 인상을 꽤 줍니다. 추리 외에는 별 장기가 없는 어리버리한 열등생 김전일의 대칭축으로 꽤 인기를 누렸던 꽃미남 아케치 경감의 사건수첩이로군요.

놀라운 두뇌에 대단한 미모, 거기에 바이올린, 펜싱, 체스까지 수준급인(이쯤되면 좀 심하다.라는 생각이 들죠. 거기에 대해서는 김전일군이 독자를 대신해서 실컷 불평을 해줍니다) 아케치. 그가 소년시절 이후로 겪었던 사건들도 어떻게 보면 김전일 못지 않게 파란만장하군요.

사실 '소년 탐정 김전일'에 등장하는 추리 트릭은 뒤로 갈수록 진부해져 가는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와서도 추리에 등장하는 트릭들은 그저 그렇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했던 아케치의 과거 장면들이 등장하는 재미가 그걸 보충해주는군요. 스페셜 스토리 '아케치의 아침'같은 경우에는 이 만화의 작가가 가지고 있는 유머감각을 십분 보여주는 보너스라 꽤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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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진 9
마키무라 사토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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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교훈은 이랬다. '우리는 가멸진 앞날을 내힘으로 개척하는 사람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사람이 된다. 우리는 서로 돕고 서로 아껴 함께 사는 사람이 된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조회시간마다 외워댔던 교훈이(그 덕분에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상당히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고, 당연한 일이지만 저대로만 지킬 수 있으면 정말 어른.으로 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제대로 자기 앞가림을 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매진'을 보고 있어도 그런 생각이 든다. 아. 자란다는 건 참 쉽지 않은 거로구나. 그렇지만, 한편 그런 생각도 든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 아는 것,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더 잘 알게 되는 것, 불안하기도 하고 초조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한 발을 내딛는 것, 단순한 나이먹기가 아니라 진정한 성장의 한 단계로서 이런 모습들이 참 보기좋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이매진'의 주인공은 미츠코와 유우, 친구같기도 하고 자매같기도 한 두 모녀지만, 사실 나 자신은 유우 쪽에 더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사회에서 자기 자신의 자리를 확보한 미츠코, 매사에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고 언제건 혼자 설 수 있는 미츠코보다는(물론 그녀도 토시히코와 유우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기는 하지만), 이제 막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싶은,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시작해서 떨리고 혼란스럽지만 그 손을 놓고 싶지 않은 유우에게서 내 모습을 더 많이 발견하는 것이다.

9권까지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미츠코도 유우도 사랑하는 사람과 더 가까와졌다. 그리고 유우는 이제 미츠코의 곁을 떠나 진정으로 혼자 서기 시작했다. 전혀 닮지 않은 것 같지만 매사에 긍정적이고 강하다는 점에서 참 많이 닮아있는 두 모녀, 미츠코와 유우가 어떤 식으로 사랑을 완성해나갈지, 그리고 유우가 택하는 자신의 길이 결국 어떤 길이 될 지가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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